북한 당국이 지난달 30일 밤 11시 55분 개성공단관리위에 전해온 구두 통지문을 통해 1일부터 개성공단 남측 상주 인원을 880명으로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가 “북측이야말로 10.4 선언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일 북측의 군사분계선 통행제한 조치 시행과 관련해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조치가 ‘남과 북은 분쟁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한다’고 명시한 10.4선언 합의에도 어긋난다는 것을 분명히 지적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조치는) 우리 기업들의 생산 활동이 장애를 조성하고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 한다”며 “더욱이 북한의 조치는 개성금강산 출입체류합의서 등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서 결코 정당화 될 수 없으므로 즉각 철회돼야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해 11월 27일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대해서 남북의 당국자들이 만나 협의할 것을 제의한 바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이러한 남북 당국 간 협의제의에 즉각 호응해 올 것을 거듭 촉구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의 이번 조치에 따라 개성공단에 개성공단관리위원회 27명(시설관리자 제외), 토지공사 개성사무소 4명, 현대아산 개성사업소 40명, 개성공단 남측 협력 병원 관계자 2명, 생산업체(입주기업) 및 건설업체 800명만이 상시 체류가 가능하게 된다.
 
또 개성공단 관리위 상주인원 27명과 토지공사 개성사무소 인원 4명의 경우 현재 상주 체류자가 인사이동 등으로 완전히 남으로 복귀한 경우에만 새로운 인력이 교체 투입될 수 있다.
 
김 대변인은 북측이 다만 생산, 건설 업체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상주인원 외의 직원을 개성공단에 보내야 할 경우 각 업체별로 허용된 상주인원 한도 내에서 파견하되 최장 7일(연장불가)까지 체류할 수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출입 계획변경은 본인의 질병과 위급 상황, 부모, 형제, 가족 사망 시에만 가능하도록 하며 신문, 잡지 등 승인되지 않은 출판물을 비롯한 금지물품을 반입한 사람은 이유에 관계없이 즉시 추방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북측이 상주인원을 최종 통보함에 따라 현재 개성 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남측 인사 중 상주 체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은 향후 72시간 이내에 철수할 예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이번 대응 발언은 이전부터 대화를 통한 남북문제 해결을 지지하는 국제적 여론을 감안해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10.4선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던 와중에 북측이 이번에 군사분계선 통행제한 조치 시행을 전격 통보하자 10.4선언을 무효화시킬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북측은 지난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은 물론 최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마저도 아무런 조치와 해명도 하지 않아 10.4 선언의 합의 사항들을 무색케 한 바 있다.
 
또 이명박 정부는 제2차 연평해전의 희생자 유가족을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하고 금강산 피살사건이 발생하자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키는 등 남북 간 합의에 따른 합당한 조치들을 취해온 바 있다.
 
따라서 북측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지난 10년간의 정권들처럼 일방적으로 굴복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북측의 이러한 억지들을 이유로 6.15 및 10.4 선언을 무력화하고 비핵개방3000 정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리고 오바마 당선자 측과 이명박 정부가 북측과의 대화를 통한 현안 해결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던 터에 오바마 당선자 측이 최근 ‘오바마-바이든 플랜’을 발표하고 한미동맹을 강조함에 따라 미국의 지지 또한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굴종적인 대북 정책을 이유로 이명박 정부도 그러한 선례들을 따를 것을 촉구하는 야 3당 및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한 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 또한 북측의 10.4 선언 위반이라는 명분 앞에서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교류를 빙자한 외화 획득과 남한 적화 전략 대신 평소 대남 강경 전략을 고수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북측의 이번 조치는 한 층 거세진 북한 군부의 입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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