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주선으로 17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옥수수 종자 개량을 통해 식량난 해결에 앞장서 오다 지난 98년부터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옥수수박사’ 김순권 경북대 교수(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가 최근 북한의 식량난에 대해 “아프리카보다 더 비참했다”고 밝혔다.
 
‘고난의 행군’으로 약 3백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아사한 시기로 추정된 98년부터 북한을 드나들며 일명 ‘슈퍼옥수수’라 불리는 옥수수 종자 개량 사업을 진행해 온 김 교수는 5일 JCN과의 인터뷰에서 “98년 북한 주민들의 삶은 아프리카의 그 어떤 나라보다 낙후되고 비참했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당시 평범한 북한 주민들은 점심 때 먹을 것이 없어 누워 있다가 저녁에는 배고픔을 잊기 위해 단체로 노래를 틀고 춤을 추는 생활을 반복했으며, 그러다 잠든 이튿날 아침 인사는 “앓지 않았습니까?”였다. 북한의 주식은 그때도 지금도 옥수수이다.
 
그는 “때문에 남북관계와는 상관없이 98년부터 지금까지 48차례에 걸쳐 300일 동안 북한에 체류했다”며 “(연구의 성과로) 98년 150만 톤이던 북한의 농업생산량이 지금은 450만 톤으로 약 3배 증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교수는 북한이 스스로 식량을 자급하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집단농장과 같은 ‘사상적인 사고’가 아니라 과학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식량난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이른바 ‘주체 농법’을 꼽았다.
 
김 교수는 2007년 10월 위클리조선과의 인터뷰에서 “98년 1월 24일 첫 방북 당시 눈 속에 파묻혀 있던 옥수숫대에는 어른 새끼손가락만한 열매 몇 개가 달려 있었을 뿐이었다”며 “(직원들은) ‘주체 농업’이라면서 1평(3.3㎡)에 27~28포기씩 밀식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래서 제대로 된 것이 나오기는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퇴비나 가축분뇨 등을 개발하는 한편 남한에서 지원되는 비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현재의 토지로도 (자급 생산량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토지가 모자라서 식량자급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2007년 기존에 비해 50% 이상 대량 생산이 가능한 슈퍼옥수수 개발에 성공해 지구촌 식량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북측이 심각한 식량난마저 남북 관계에 연관시켜 이명박 정부의 대북 지원을 거부한 사례가 있는 만큼 김 교수의 지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관측되었다. 
 
때문에 그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했다가 3년 동안 방북을 거절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그의 방북이 거절됨에 따라 98년부터 5년간 남북 30개 연구소와 북한 협동농장 60곳에서 3만5천종의 시험종을 육종해 선발해 온 27종의 우수종들은 식량 증산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한편 김 교수는 “99년 국제옥수수재단 명의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의 대북지원 비료 값 3억 6백만 원을 대납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는 바람에 그나마 재판을 통해 1억 원을 돌려받는데 그쳤다”고 밝혀 일부 시민단체들의 도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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