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은 지금 부산까지 파내려가 있다”
 
필자가 작년 한 탈북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그는 북한 최고의 명문대인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북한의 소위 ‘지도 계층’ 출신이었다.
 
짧은 한 마디이지만 필자의 충격은 컸다. 필자가, 아니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알고 있는 북측의 대남 침공 땅굴은 지난 70년대~90년대 사이에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우리 군에 의해 발견된 네 개의 땅굴이 전부였다.
 
그런데 황장엽 前 노동당 비서의 증언은 한 층 더 구체적이고 보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황 전 비서는 당 비서로 재직하던 중 김정일의 매제이자 권력실세 4인방 중 한 명인 장성택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부터 이러한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지금 당장 전쟁을 일으키면 (땅굴을 통해) 부산까지 밀고 내려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그래서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장성택이 언급한 ‘문제’는 바로 중국과 미국이었다. 이 말은 즉, 한미 군사동맹이 와해되고 중국이 한반도 정세를 묵인한다면 언제든지 남북을 ‘적화통일’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한미연합사는 오는 2012년 4월 17일 해체가 예정되어 있다.
 
노무현 정권은 지난 2007년 2월 23일(미국 현지시간) 한미연합사를 해체시켜 전시작전통제권을 우리 군에 이양하는 대신 한미 양 국군 장성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한미 군사협조본부(MCC)’에 기존 한미연합사의 임무를 넘기는데 합의했다. 당초 미국 측은 시한을 앞당기기를 원했지만 노 정권은 굳이 2012년을 ‘고집’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그 대가로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궁지에 몰려 있던 부시 행정부에게 파병이라는 당근을 던졌으며, ‘국방개혁 2020’을 통해 전력의 질을 증강시켜 자주국방을 실현함으로서 북측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노무현 정권의 2012년 韓美聯合司 해체와 北의 2012년 剛性大國 건설
 
하지만 한미연합사 해체를 바라본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그들은 한미연합사 해체가 곧 주한미군의 철수로 이어질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김성만 前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해군중장)은 해체 합의 당시 인터넷 언론인 프리존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미연합사는 78년 창설 이래로 북측의 무력도발을 사전에 억제하는 가장 확실한 장치로서 한국의 안보를 탄탄히 보장하는 대들보”라 규정하며 “지금 우리의 국력으로는 북한은 물론 주변국과의 분쟁을 혼자서 감당할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재향군인회와 성우회, 3군사관학교 총동창회 등 예비역 단체들을 비롯한 227개 시민사회단체는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1,000만 명 서명운동’을 전개했으며, 국회 국방위원회도 ‘북한 핵 해결 전 전시작전통제권 이양반대 결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이에 맞서 여당과 좌편향 단체들은 ‘주권 수호’ ‘침략책동 중단’ 등 북한 정권의 주장과 흡사한 구호를 부르짖으며 대한민국을 ‘미제 제국주의자들’로부터 해방시키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허구임이 드러났다. 미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 전 세계 30여 개 국에 25만 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게다가 유럽국가 2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사령관은 변함없이 미군 측 장성이 맡고 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지구촌 전역이 ‘미제의 식민지’인 꼴이 된다.
 
“자주국방으로 북측의 군사도발을 우리 단독으로 막을 수 있다”는 노 전 대통령의 주장 또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작년 말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건군 60주년, 21세기 국방과제와 전망’ 포럼에서 홍성표 국방대학 교수는 “국방개혁 2020을 위해서는 매년 국민총생산(GDP)의 3~3.5%가 국방비로 지출되어야한다”고 지적했으며, 노훈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달성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책임연구위원의 전망대로라면 2012년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 2019년 경 국방개혁 2020이 시작되기까지 약 7년간의 전력공백이 생겨난다. 이는 곧 전력의 공백에 직면한 우리로서는 유사시 커다란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한미 양 국을 든든히 엮어주던 고리와 같은 존재인 한미연합사가 해체될 시 유사시 한미 양 국군은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북측은 일찍부터 간파했던 것일까. 아니면 우연일까. 북한 정권은 김일성 100주기가 되는 동시에 노 전 대통령이 한미연합사 해체시기로 고집했던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의 해’로 지정했다. 
 
韓美聯合司 해체는 곧 ‘땅굴’의 작동으로 이어진다
 
강성대국 건설이란 북한에 경제부흥을 일으키겠다는 북한 정권의 구호이다. 하지만 테러지원국 해제로 인한 북한의 경제적 이득이 전무한 가운데 믿었던 오바마 행정부마저 북핵 폐기 불응 시 북한에 또 다시 제재를 가할 것을 천명했음에도, 북측은 아직도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그냥 허풍으로 넘기기에는 북한의 실정은 절박하다. 주민들은 체제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어 서서히 통제 불가능으로 접어들고 있다. 90년대 정권의 부패와 무능함 때문에 300만 명에 이르는 친지를 잃어야만 했던 북한 주민들은 지금 민간 차원에서의 ‘개혁개방’을 이룩해나가고 있으며, 만약 2012년까지 약속대로 강성대국이 건설되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북한 정권으로서는 2012년까지 기어이 경제 부흥을 일으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핵무장을 통한 금품갈취와 미북 수교를 통한 국제사회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지금 마지막 남은 방안은, 바로 세계 11위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흡수하는 것이다.
 
한미연합사 해체의 위험은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땅굴은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들키지 않고’ 조용히 남침을 개시해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증언대로 한미연합사 해체 이후 수천~수만 명의 북한 특수전부대가 어느 날 갑자기 땅굴을 통해 쏟아져나와 공항, 원자력발전소, 방송국, 경찰서, 군부대와 같은 거점을 확보한다면 우리는 기선을 제압당해 이미 패배를 기정사실화 해놓고 전쟁을 벌이는 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북한 특수전부대가 땅굴로 잠입한 이후에는 어떤 루트로 이동해 어떤 출구로 나올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땅굴을 통한 북한 특수전부대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북한군의 사소한 변화까지도 사전에 포착할 수 있는 감시 체계가 갖추어져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만족할만한 수준의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北의 내부는 지금 그나마 여유가 있었던 예전과는 다르다
 
한국의 대북 정보수집 능력은 인력(人力)을 이용한 휴민트(HUMINT)에서는 미국보다 앞서지만, 최첨단 장비를 사용해 신호를 포착하는 시진트(SIGINT)에서는 미국보다 월등히 뒤쳐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정찰위성과 고공정찰기인 U-2 등을 동원해 북한의 모든 움직임을 낱낱이 감시하고 있다. 미국은 정찰위성과 고공정찰기 등의 첩보 수집을 통해 적군의 움직임을 사전 포착함으로서,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면전에서 경이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면 최첨단 군사위성과 정찰기를 비롯해 기존의 주한미군과 증원 병력이 제공하던 약 1천억 달러(우리 돈 약 130조 원) 상당의 군사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설사 미국이 북한 특수전부대의 움직임을 감지해 우리에게 전달한다 해도 한미연합사가 존재하던 당시만큼의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진다.
 
북한 정권은 바로 이 점을 간파하고 60년대부터 유사시 미국의 증원전력을 저지할 목적으로 부산항을 봉쇄할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는 한편 줄곧 한미연합사 해체를 주장하며 책동해오고 있다. 그들은 오늘날에도 한미연합사의 합동방어군사훈련을 두고 ‘북침 연습’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늘어놓으며 한미연합사의 해체를 종용하고 있다. 
 
북측은 지금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대남 전면대결과 남북합의 무효화를 선언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두는 대포동 2호 개량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북측의 행동들을 두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체제 내부 단속과 대외 시위를 위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지만, 북한 내부의 상황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다지 여유가 있어보이지는 않는다.
 
김정일은 최고 두 번에 걸친 뇌졸중 발작으로 인해 ‘지적능력 감퇴’라는 후유증에 직면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주민들은 체제의 무능함과 부패에 대한 분노와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폭동을 일으킬 기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후계구도를 두고 장성택파와 대립하고 있는 대남 강경세력인 군부(軍部)가 남북관계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만약 북한 군부가 이미 대내외에 선언한 대로 대남 전면대결을 택했다면, 대결은 미국도 일본도 서해도 아닌 바로 ‘땅굴’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미사일 발사 준비는 지난 2006년 처럼 단순한 내부단속이나 대외시위가 아닌 바로 전면대결에 앞선 무기정비의 형식일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한미연합사 해체시기를 ‘북측에 의한 군사적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이후’로 늦추든가 영구히 존속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국토 곳곳에 시커먼 입구를 벌린 채 위장하고 있을 땅굴을 찾아내어 물길(水道)을 내는 등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북측의 의도를 사전 분쇄해 북한 정권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벌모(伐謀)의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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