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마이니치(每日) 신문 인터넷판이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의 후계자로 김정운이 지목되었으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군 내부통지문이 하급 부대에까지 전달되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리고 소식통을 인용해 이 통지문이 군부대의 사상교육용 자료로 보이며, 현재 대좌(대령) 계급까지 전달되었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한 별도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내달 8일 실시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정운이 평안북도 선거구 후보자로 등록했다는 정보가 있다”며 “대의원직이 당과 군의 고급간부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북한의 정치체계를 감안하면 그가 곧 고급간부에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언론매체는 한미일(韓美日) 3국의 정보당국이 어떠한 특정 정보를 외부로 누출시킬 필요가 있을 때 가장 선호하는 창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따라서 신뢰도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운은 생모이자 김정일의 두 번째 정부(情婦)인 고영희(2004년 사망)와 정치적인 동맹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군부(軍部)의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각 계에서 확인되고 있다. 
 
저돌적이고 영악하며 변덕스러운데다 야심까지 큰 王子, 정운
 
지난 88년부터 13년 동안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근무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에 의해 최근 어릴 적 사진이 공개되기도 한 정운은 신장 175cm에 체중이 90kg을 웃돌며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어 용모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부친인 김정일을 쏙 빼닮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한 정철 및 여동생 여정(22)과 함께 중립국인 스위스의 국제학교를 다닌 뒤 2007년까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서 수학하다 현재는 당의 부부장직과 동급인 군 간부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운의 생활은 ‘서방 세계의 자본주의’와 철저히 벽으로 가로막힌 채 진행되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스위스 유학 당시 ‘자본주의의 나쁜 문물에 물들 것’을 우려한 김정일과 생모에 의해 학교와 자택 이외의 외출이 대부분 금지 당했으며, 간혹 외출할 때 마저도 김정일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스위스 주재 리철 대사가 반드시 따라붙었을 정도로 외부와 완벽하게 격리된 생활을 했다.
 
김정일은 정운의 생활을 이 같이 제약하는 대신 스위스의 대형 저택 안에 왕재산경음악단 단원들을 상주시키는 등 평양의 ‘1호 청사’에 버금가는 호화로운 분위기를 제공했으며, 그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입학하자 등하교 대신 노동당 조직지도부원인 이 대학 교수들을 출장시켜 대학 교재로 강의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시켰다.
 
때문에 그의 인격도 가장 예민한 시기인 사춘기 때부터 철저히 보수적인 방향으로 형성되어 온 것으로 관측되어 왔다.
 
후지모토 겐지에 따르면 정운은 어릴 때부터 철저히 ‘왕자’로서 자라 저돌적이고 영악하며 변덕스러운데다 야심까지 커서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어린 나이임에도 자신의 정치적 세력을 구축하는 데도 상당히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자서전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정운에 대해 “(그는) 나와 악수할 때 험악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 녀석은 증오스러운 일본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듯한 왕자의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밝혀 정운이 상당히 보수적이고 적대적인 성격임을 시사했다.
 
정운이 그 누구보다도 승부욕이 강한 성격이라는 것은 다음의 일화에서도 드러난다.
 
정운은 한때 세계 최장신 농구선수였던 리명훈(234㎝) 및 북한의 ‘마이클 조던’으로 불리던 박천종 등과 함께 농구팀 ‘우뢰’를 만든 뒤, 스위스 유학 시절 미국 NBA의 농구복을 즐겨 입었을 정도로 농구를 좋아한 정철의 팀과 시합을 벌여 패배할 경우 팀원들을 다그치고 작전을 하달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운의 승부욕은 정치로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정운은 특히 생모 생전에 군복 차림에 권총을 차고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에 앞서 현장 답사를 하며 ‘선군 정치’를 역설하는가 하면 김정일 앞에서도 선군정치를 찬양하고 계승을 외쳐 부친의 환심을 사는 등 잦은 정치적 행보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심지어는 정남에 대한 견제 의식이 지나친 나머지 생모가 사망한 직후인 2004년 11월, 노동당 작전부 공작원들을 동원해 정남을 오스트리아에서 암살하려다가 해당국 정보기관에 의해 저지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의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 “일각에서 정철이 부각되고 있지만 그보다는 정운이 더 가능성 높다”
 
이러한 정운에 대한 후계자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2003년 조선일보는 정보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들어 북한과 중국 쪽에서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김정일의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후계자로 점차 유력해지고 있다”며 “첩보 수준으로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며, 아주 믿을 만한 소스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당시 “컴퓨터를 좋아하고 예술적 재능이 김정일을 닮았지만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정철과는 달리 정운은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한편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에 따라 우리 정보 당국도 정운에 무게를 두고 그에 대한 정보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약 6년이 지난 올 해 1월 연합뉴스도 국내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이 1월 8일을 즈음해 정운을 후계자로 지목했음을 알리는 고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전달했다”며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조직지도부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을 소집해 이 고시를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종합한다면 국내 정보당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정운을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해왔음을 알 수 있다.
 
정운의 후계설에 대한 주장은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았다.
 
후지모토 겐지는 자서전에서 “2001년 정남이 일본 밀입국에 실패한 이후 정철이 부각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보다는 정운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뒤 그 근거로 “정운은 체형까지 김정일을 꼭 빼닮았고 김정일 또한 그를 가장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의 처조카였던 故 이한영 씨와 더불어 13년 동안 김정일의 바로 옆을 지키며 그 일가(一家)의 모든 내면을 고스란히 들여다 본 인물 중 한 명이다. 
 
정운은 그 자신 스스로가 장성택과 대립 중인 軍部의 고위 간부이다
 
일부에서는 김정일의 투병 당시 북한 내부의 통치권한을 위임받았던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현재 정운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우선 정운은 군부와 밀착 관계였던 고영희의 소생(所生)이며, 지금도 당이 아닌 군에서 고위 간부로 재직하고 있다. 또 장성택은 성혜림의 소생인 정남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군부는 조직지도부 부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장성택을 행정부장으로 끌어내렸을 정도로 장성택과 대립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정보들을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그 자신 스스로가 군부 쪽 인사인 정운은 현재 군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군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채 뇌졸중으로 인한 ‘지적능력 감퇴’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정일을 설득하거나 혹은 단독으로 권력 기관을 장악해나가는 방식으로 부친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
 
이는 정운의 후계설이 불거진 시기와 거의 맞물려 군부가 남북 관계의 전면에 등장해 전면대결을 선언한데 이어 김정일을 노동신문 2면으로 밀어내는 등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으며, 정남이 최근 급격하게 외신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애쓰는 한편 ‘후계자 결정권은 전적으로 부친에게 있다’고 필사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 신문도 이번 군 내부통지문 하달이 정운의 후계자 승계를 굳히기 위한 인민군 총정치국의 정치적 선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生母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에 따른 외척(外戚)의 정치적 견제가 그의 권력욕을 극대화했을 수도
 
정운의 생모인 고영희는 제주도 출신인 고경태의 딸로서 60년대 재일교포들의 대규모 북송 당시 부모와 함께 북한에 들어간 뒤 만수대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하던 70년대 중반 김정일과 동거에 들어가 2004년 유선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줄곧 김정일의 곁을 지켰다.
 
그는 98년 유선암을 진단받아 한쪽 유방의 절제를 권유받았으나 ‘김정일의 여인’으로서의 자리가 위태롭게 될 수 있음을 염려해 절제 대신 항암치료를 선택했으며, 때문에 5년여 뒤에 암이 재발해 프랑스 파리 모처의 한 병원에서 치료 도중 사망했다.
 
생모가 룡성 구역에 별도로 조성된 위수 구역에 안장된 이후 정운은 부친의 관심이 줄어들고 김정일의 또 다른 정부로서 장성택과 더불어 정남을 지원하고 있는 김옥의 정치적 견제를 받게 되자 한 때 알콜 중독 수준으로 폭음(暴飮)을 했을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본래 저돌적이고 강했던 그의 성격과 권력에 대한 야심은 지금 더더욱 삐뚤어지고 강화되었을 것으로 짐작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도 그가 군부와 결탁하고 부친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서해상 등지에서 형성되고 있는 북한 군부의 대남 도발도 이러한 정운의 ‘저돌적이고 삐뚤어진’ 성격을 대변하는 사건이자 정운과 군부의 권력 장악을 자축하는 일종의 ‘전군정치(全軍政治) 시대 개막을 알리는 축포’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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