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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한과 너무 속도를 내면 일본에 브레이크 역할을 기대해야 할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사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당국자의 말에는 다음 달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예상되는 미·북 간의 협상 속도가 우리의 예측치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묻어 있다.
우리 정부는 기본적으로 “미·북 직접대화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전에 ‘벼랑 끝 협박미·북 대화외교적 보상’이라는 북한의 노림수를 이번에는 확실히 차단해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때 ‘일본과의 공조’ 카드가 그 어느 때보다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한때 일본은 대북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일본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후 대북 협상 판에서 우리 정부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는 1994년 1차 북핵위기 이후 ‘김영삼-클린턴(Clinton)’ 구도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강경 대응을 바라는 우리 정부의 희망과는 달리 한국을 배제하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북한과 외교협상을 벌였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주도적인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미·북 협상 결과를 나중에 전해듣는 ‘귀동냥 외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후 한국에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고 미국에 보수적인 부시(Bush)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의 사이에서 손을 잡아끄는”(송민순 전 외교부장관) 형태로 바뀌었지만, 이제 다시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시작하며 ‘과속’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미사일 회담을 언급한 것 등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1차 핵위기 때와 현재 상황의 결정적 차이는 ‘일본 변수’에 있다.
당시 북한과의 수교를 서두르던 일본은 미국과 한편에 서서 “한국정부가 좀 더 유연성을 보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2002년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일본 내에서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킨 이후, 일본은 6자회담서 유일하게 대북 경제지원을 거부하는 등 북한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 있다.
이 같은 한·일의 이해일치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대북 공조에 그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 위성락 신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취임 후 지난 15일 가장 먼저 일본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최근 일본 정부가 바라던 칼(KAL)기 폭파범 김현희씨와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 가족의 만남이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도 인도적 차원과 더불어 대북 공조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핵 해결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동맹의 목소리에 우선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고, 특히 일본이 포함돼 있으면 더욱 그렇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로켓 발사 후 예상되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논의에서도 일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안보리 이사국이기 때문에 한국보다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했다.
출처: 조선일보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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