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각 기관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벌이듯 군부의 ‘통일대전’ 성명에 대한 지지의 입장을 3일째 이어나갔다.
 
12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화학공업상(장관)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장, 함주군 조양협동농장 작업반장의 지지 성명을 보도했다. 이 날 보도에서는 특히 ‘남북합의 및 서해북방한계선(NLL) 무표화’를 주장한 조평통과 현직 내각 장관이 군부를 지지해 눈길을 끌었다.
 
리무영 화학공업상은 이 날 “최고사령부와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 접한 우리 화학공업성 안의 일군들과 정무원들은 원수들에 대한 치솟는 분노로 가슴을 끓이고 있다”며 “우리들은 긴장되고 동원된 태세에서 나라의 화학공업발전을 위한 사업에서 임무와 본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동사설의 요구대로 기초 화학제품 생산을 더욱 늘이며 남흥가스화대상공사를 훌륭히 해제끼기 위한 작전과 조직사업을 혁명적으로 전투적으로 하여 새로운 위훈이 창조되게 하겠다”며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로 적들의 책동을 단호히 짓부시겠다”고 주장했다.
 
화학공업상에 이어 안경호 조평통 서기장도 “최고사령부와 총참모부 성명에 접한 우리 서기국 안의 전체 일군들의 가슴마다에는 미제와 이명박 역적패당에 대한 치솟는 분노와 원수격멸의 의지가 세차게 끓어 번지고 있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서기국 안의 전체 일군들은 새 전쟁도발 책동을 민족단합의 힘으로 짓뭉개버리기 위해 책임과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뒤 특히 “나는 해내외(국내외)의 우리 겨레가 사는 모든 곳에서 반전, 평화수호투쟁을 과감히 전개해 나갈 것을 호소한다”며 친북 세력의 반정부 투쟁을 촉구했다.
 
이들에 이어서 리준호 함주군 조양협동농장 작업반장도 “최고사령부 보도에 접한 우리 농업근로자들은 새 전쟁도발 책동을 준렬히 단죄규탄하면서 정의의 통일대전에 한몫 단단히 할 결사의 각오를 다시금 굳게 가다듬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쌀이 많아야 호전광들과의 대결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우리는 싸우는 전선에 탄약을 공급하는 심정으로 한손에는 총을, 다른 한손에는 낫을 들고 농업생산에 멸적의 땀방울, 복수의 땀방울을 아낌없이 바쳐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월 30일 총참모부 대변인의 성명에 맞장구라도 치듯 ‘기존의 모든 남북 합의와 NLL 무효화’를 선언했던 조평통은 당 산하의 대남 공작기구인 통일전선사업부(통전부)의 위장 명칭으로서, ‘어머니 연락소’라는 은어로 호칭되며 대남 정보수집과 인물포섭 등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자신이 통전부 요원 출신인 장철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조평통에 의한 발표는 공화국 성명과 외무성 성명을 잇는 무게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남북관계에서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최고의 발표로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1월과 3월에 잇달아 군부의 입장을 지지한 조평통의 성명은 군부의 입장이 곧 현재 북한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고 있을 정도로 군부의 입지가 매우 큼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대의원 명단에서 그 동안 군부와 대립해 온 장성택 행정부장의 측근들이 대거 제외됨에 따라 군부가 권력을 전반적으로 장악하고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했으며, 그 동안 침묵을 지키던 내각의 현직 장관마저 이 날 군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섬으로서 현재 북한 내에서의 군부의 위상을 가늠케 했다.
 
한편 이 날 보도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로 ‘혁명적 대고조’와 ‘통일대전’ 같은 용어들이 사용되었으며, ‘새 전쟁도발 책동’이라는 표현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같은  한미 연례합동군사연습을 6.25에 이어지는 새로운 ‘북침’으로 간주함으로서 차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무력도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해석되었다. 북한은 6.25를 한미 양 국의 북침에 의해 발발한 전쟁으로 주장하며 그들의 남침 사실을 은폐하는 한편 서울 함락과 부산 포위를 반격으로 규정하며 전쟁의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이용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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