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북한군 총사령부가 ‘통일대전’이라는 극단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한미 연례합동군사연습 중단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 북한 언론매체가 각 계에서의 지지 성명을 10일과 11일 잇달아 보도했다.
 
1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반영’ 형식으로 작성된 양강도 당위원회 책임비서와 국가과학원 부원장, 재령군 삼지강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의 성명을 잇달아 내보내며 북한 군부의 성명을 각 계가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들은 하나같이 북한 군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 뒤 각각 자신의 위치에서 한미 양국에 대한 ‘무자비한 응징’을 결의했으며, 특히 양강도 당위원회 책임비서는 주민들에게 모든 생활을 ‘항일 유격대’식으로 하도록 지도해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을 지피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신문에서 김경호 양강도 당위원회 책임비서(도지사)는 “최고사령부와 총참모부의 성명을 접한 우리 도의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의 가슴은 가증스러운 원수들에 대한 증오와 멸적의 기개로 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모두에게 혁명전통 교양사업을 강도 높게 벌려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 유격대식으로 하도록 당적 지도를 짜고 들어 전반 사업에서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며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를 강조했다.
 
양강도당 책임비서에 이어 리성욱 국가과학원 부위원장도 북한이 현재 발사 준비 중인 것이 위성임을 지적하며 한미 양 국에 대한 적개심을 나타냈다.
 
그는 “최고사령부와 총참모부의 성명을 접한 국가과학원의 전체 일군들과 과학자들은 철전지 원수 미제와 남조선 괴뢰호전광들에 대한 치솟는 적개심으로 가슴을 불태우고 있다”며 “평화적 위성발사는 국제사회의 한 성원국인 우리의 당당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 과학자들은 ‘통일대전’ 대응을 선포한 최고사령부와 총참모부의 성명을 전폭적으로 지지 한다”며 “전쟁접경에 이른 오늘의 정세는 전쟁광신자들은 말로가(말이) 아니라 총대로 다스려야 한다는 철리를 확증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이어 허남순 재령군 삼지강협동농장 관리위원장도 마찬가지로 최고사령부 등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그는 “최고사령부 보도를 접한 우리 일군들과 농장원들은 이명박 역적패당에 대한 치솟는 분노로 가슴을 끓이고 있다”며 “쌀은 곧 사회주의라고 한 수령님(김일성)의 유훈을 심장에 새기고 올해농사를 잘 지어 알곡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모든 농사일을 철저히 ‘주체농법’의 요구대로 하여 올해에 반드시 오곡백과 무르익는 풍요한 가을을 안아오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노동신문의 보도에서는 특히 당 측 인사가 처음으로 관영 언론매체에 기고한 사설을 통해 군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 군부는 지난 1월 17일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남 전면대결을 선포하고 최근에도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통일대전을 주장했으나, 당 측은 줄곧 침묵을 지켜오던 상황이었다.
 
노동신문이 이틀 연달아 군부에 대한 민간의 지지를 보도한 것은 최근 내부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이는 군부를 중심으로 하는 체제의 결속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있으며, 특히 당 인사의 첫 지지 표명은 현재 북한 내에서의 군부의 입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지난 9일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차단한 군부는 단 하루 만에 ‘근로자들의 월급봉투 착취’를 이유로 서둘러 통행을 재개함으로서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주도해 온 당과 군부의 대화 라인이 현재 단절되어 있음을 시사했다. 또 최근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한 대의원 명단에서도 장성택 행정부장의 측근과 대남 라인을 중심으로 기존의 당 인사들이 대거 누락되어 군부에 비례해 약화된 당의 입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3월 양강도 당위원회 비서로 임명되어 2002월 12월 책임비서로 승격된 김경호는 2003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1기 대의원에 당선되었으며, 지난 8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2기 대의원 선거에서도 677호 선거구에 후보로 나서 당선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신문은 같은 날 “김정일 동지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간직하고 좋은 일을 한 일군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냈다”며 김정일의 동정을 전했다.
 
신문은 “리승국 청남장공장 지배인 등은 금수산 지구를 수령영생의 역사를 전하는 태양의 성지로 더욱 훌륭히 꾸리는데 이바지 하였다”고 밝힌 뒤 십여 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실명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그리고 또 양강도당 책임비서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실성을 혁명적신념과 의리로 간직하고 새로운 혁명적대고조의 불길을 세차게 일으켜 선군조선의 빛나는 전성기를 열어나가는데 이바지할 열의에 넘쳐있다”며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를 강조했다.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는 김정일이 종적을 감추었던 올 해 신년사설에서 핵심으로 등장한 용어로서 60~70년대 천리마 운동을 빗대 2012년으로 시기를 정한 강성대국 건설을 주민들에게 다그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었으나, 이후 북한 언론매체들이 ‘백두의 혈통 계승’ 등을 언급함에 따라 후계구도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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