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북한군 총참모부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남 전면대결을 선포하고 나섰다.
 
총참모부는 “남한 정부가 대결을 선택했고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그것을 짓부수기 위한 전면대결 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참모부는 우리의 합동참모본부와 같은 개념으로서, 전쟁 발발 시 수백 만 북한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하게 되는 곳이다.

이와 같은 군부(軍部)의 입지 강화는 19일 노동신문에서도 드러났다. 노동신문은 1면에 군부의 소식을 게재하는 한편 김정일의 동정을 2면으로 미루는 파격적인 편집을 선보였다. 바야흐로 군부가 북한 체제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군부가 대남 전면대결을 선언할 정도로 북측은 지금 여러 모로 궁지에 몰려있는 듯하다.
 
북측은 2006년 핵실험으로 인해 막대한 양의 대북지원을 얻어내는 한편 작년에는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정적이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퇴임을 맞이하게 되었고, ‘대화’를 강조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테러지원국 해제 즈음에 김정일은 뇌졸중(중풍)으로 인해 두 차례나 쓰러졌다. 그리고 미국은 그들의 ‘벼랑 끝 전술’을 간파해 중유와 식량을 포함한 대북지원을 무기한 중단했으며, 북측이 테러지원국 해제로 인해 얻은 혜택은 지금까지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이명박 정부는 1년여에 걸친 줄기찬 협박에도 불구하고 햇볕정책의 계승을 완고히 거부했으며, 믿었던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수장마저 ‘대북 제재’를 언급하며 부시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결국 북측이 지난 수년간의 소동 끝에 얻은 것이라고는 핵무기와 소량의 대북지원 물품과 김정일의 뇌졸중뿐인 것이다.
 
어려서부터 김일성 왕국의 황태자(皇太子)로서 철부지로 제멋대로 자라난 김정일은 집권 이후 줄곧 미국만 없으면 북한이 ‘남조선 괴뢰도당’을 반드시 무너뜨린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한반도의 절반만을 통일시킨 부친과는 달리 자신은 무조건 통일 한반도의 수령 노릇을 해야 한다는 집착과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끝내 그 야망을 이루지 못하고 쓰러졌다.
 
두 차례에 걸친 뇌졸중 쇼크로 인해, 비록 당장은 목숨을 건졌지만 한 때 그가 왼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던 일련의 북한 언론 사진들은 김정일이 수족의 절반이 마비되는 후유증을 겪고 있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증거를 바탕으로 의학 전문가들은 그의 수명이 길어봤자 6년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김정일은 뇌 질환인 뇌졸중으로 인해 두 차례나 쓰러짐에 따라 죽음에 앞서 수족 마비와는 또 다른 심각한 후유증을 맞이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뇌졸중은 지(知)적능력 퇴행이라는 뇌 손상의 후유증을 동반한다. 
 
평소에도 난폭했던 김정일이 뇌졸중에 이어 ‘지적능력 퇴행’이라는 후유증에 직면할 경우, 무모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배로 된다
 
우리는 여기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찾을 수 있다.
 
김일성 시절과 비교하자면 김일성은 심장 마비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고, 사망 당시 뇌질환을 겪지 않았으며, 이전부터 이미 김정일이 국방위원장으로서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정일은 약 6년 뒤로 예상되는 죽음을 앞두고 뇌졸중으로 인해 지적능력 퇴행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이 높으며, 의도적으로 마땅한 후계자마저 양성하지 않았다. 아니, 자신에게 권력을 이양했던 김일성의 비참한 말년을 지켜본 김정일로서는 똑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 두려워 무덤 속까지 자신의 권력을 가져가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지난 3일 영국의 유력 일간지 텔레그래프(Telegraph)는 김정일이 2012년까지 후계자 논의를 금지시키는 한편 자신의 사후 국방위원회에 결정권을 맡기려한다고 보도했다.
 
즉, 여기에서 우리는 김정일이 지적능력 퇴행이라는 후유증을 맞아 이성을 상실한 상태에서 수년 간 북한을 통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최근 17일 발표된 북측의 성명이 갖는 비정상적인 면은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금처럼 충분히 벼랑 끝 전술로 나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다른 궁지에 몰린 김정일이 뇌질환의 후유증으로 인해 이성을 잃고 수년 뒤 죽기 전에 통일 한반도의 수령이 되어야 한다는 집착과 욕망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전쟁을 지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는 김정일이 평소에도 즉흥적인 성격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평소에도 즉흥적이고 다혈질이었던 김정일은 지적 퇴행이라는 후유증에 시달림에 따라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괴물(Outrageous Monster)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제2차 연평해전 당시 北움직임 감청했던 한철용 前 대북감청부대장, “서해상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50%”
 
하지만 아무리 강경파라 해도 제정신인 이상 북한 군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쿠테타를 일으켜 중풍을 맞아 이성을 잃어버린 절대권력자의 권좌를 빼앗지 않는 이상, 확전(擴戰)을 경계하면서도 김정일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또 다시 남북 간 교전이 발생한다면 그 규모는 1~2차 연평해전보다 훨씬 더 크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의 분석도 신빙성을 더한다.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서해교전) 당시 대북감청부대장으로서 북측에 의한 군사도발 징후를 군 수뇌부에 보고했다가 옷을 벗어야만 했던 한철용 예비역 소장은 20일 “언론에서는 북측의 발표를 ‘엄포’나 ‘벼랑 끝 전술’ 쯤으로만 보고 있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날 한 예비역 소장은 “서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50% 정도”라며 “북측도 함정 간 교전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므로 해안포나 미사일을 동원해 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리고 “연평해전 당시 북측의 군사적 움직임을 감지해 국방부에 보고를 했는데도 ‘설마 도발을 하겠느냐’면서 무시했다”고 지적하며 방심이 곧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남북 간 교전 가능성은 심지어 “특이 동향은 없고 10년 전 북한군의 대남 성명발표와 비슷하다”는 입장의 통일부가 “계급장을 단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에 의한 성명 발표는 ‘이례적’”이라고 밝힌 데에서도 드러난다. 
 
노리는 곳이 서해가 아닐지도 모른다. 北의 기만전술을 주의해야한다
 
아울러 북측에 의한 도발이 발생할 장소가 반드시 서해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이미 두 차례나 패배한 경험을 가진 서해에서 또 다시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다른 곳에서 승기를 잡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형태는 지난 10년 동안 ‘적화’라는 엄청난 양의 대못이 대한민국 곳곳에 박혀버린 이상 쉽게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서해상으로 이목을 끌어놓은 뒤 비무장지대(DMZ)에서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고, 최근 국정원 김 모 교수의 주장대로 땅굴을 통한 게릴라전을 펼칠 수도 있다. 또 사회 곳곳에 심어둔 종북 세력들에게 테러 명령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19일 군복 차림의 괴한들이 “비자금이 나오면 YS는 끝이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 맏사위의 저택을 테러한 사건은 이러한 가능성을 암시 한다. 김 전 대통령은 북측에게 있어 ‘테러 1순위’의 인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북측의 도발이 한 층 거세어졌고, 이미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 매체를 통해 ‘전면대결’을 떠벌려 놓은 이상 체제 결속의 와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또 다시 굴종적인 태도로 북측에 돈을 상납하고 평화를 구걸하자는 민주당과 민노당의 주장은 가당치도 않은 것이다. 어디 지난 10년 동안 평화를 구걸하지 않아서 북측이 우리 수병 여섯 명과 금강산 관광객을 살해했는가.
 
최소한의 인간적 양심마저 짓뭉개 버리고 악마(惡魔)이기를 선택한 북측에 대한 남은 선택은, 이제는 매로서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는 것뿐이다. 남북 교전이 발생한다면, 이제는 그들에게 그 어떠한 도발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어 두려움(Fear)을 확실히 심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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