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이 단행되었다고 한다. 이번 화폐개혁은 단순히 구화폐와 신화폐를 1:1로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화폐를 모두 은행에 맡기면 그 중 30만 원 이상은 압수하고, 10만 원 미만만 바꾸어 주되, 10만원에서 30만원 사이의 돈은 적금형식으로 은행에 맡긴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30만 원 이상의 금액도 무조건 압수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 경제가 나아지면 돌려준다고 북한 당국이 주민을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정이 말해주는 것은 북한의 공식경제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거의 2년 동안 북한에 물자를 제공하지 않았다. 특히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어 북한으로 들어가던 달러화가 없어졌다. 북한의 김정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김정일에 열성적으로 충성하고 있는 핵심당원 및 군 간부를 먹여 살려야 하는데, 이로 인해 그 재원이 바닥났음직하다. 그래서 북한 당국이 민간에 축적되어 있는 자원을 이용하기 위해 이번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북한 사회에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민간경제가 없는 공산경제체제다. 국가가 모든 경제활동을 계획하고 집행한다. 민간인들은 배급에 의존해서 생존한다. 그런데 북한의 공식경제가 망가져 더 이상 배급을 정상적으로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결과 민간인들의 자발적인 시장 기능이 확대되었다. 북한 주민은 더 이상 배급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통해 무슨 방법을 통해서든지 기본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조달하고 또 여유가 있으면 저축을 한다. 물론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장롱 속에 화폐로 쌓아놓게 된다.

김정일은 150일 전투와 그리고 그 성과가 미미하자 100일 전투를 추가적으로 독려하였지만 그 성과는 미미한 것 같다. 애당초 생산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150일 전투를 벌려보아야 사람들만 고달프지 생산될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더 이상 퍼다주기를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김정일은 북한의 주민들이 공식경제체제가 아닌 비공식적 시장체제를 통해 모아 둔 자원을 탈취하여 당분간 버티기로 작정한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성공할 리가 없다. 일단 30만 원 이상의 화폐를 가진 사람은 30만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김정일에게 강제로 상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무리 사유재산이 부정되는 사회라고 하지만 각 개인이 어떤 식으로서든 저축해놓은 재산을 공산당이 빼앗는 것은 강도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모든 것이 국가 소유라고는 하지만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화폐는 엄연히 그 개인의 재산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북한 주민의 공산당(노동당) 및 김정일에 대한 신뢰가 일시에 무너질 것이며 심지어는 날강도에게나 가질만한 원한을 가지게 될 것이다.

북한 당국이 이렇게 개인 재산을 빼앗는다고 하여 북한 경제가 개선될 여지는 없다. 이렇게 빼앗은 돈은 체제유지에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밑 빠진 독과 같아서 그냥 일회적으로 위기를 넘기는 정도에 불과하고 근본적으로 북한의 망가진 경제체제를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의 원망은 더 깊어질 것이다.

문제는 이번 화폐개혁 이후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가의 하는 것이다. 아마 북한 주민은 김정일의 공산체제와는 별개의 경제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공산당이 운영하는 은행보다는 달러화나 중국 화폐를 더 신용하게 될 것이고, 나아가 어느 신용 있는 개인의 자산관리에 더 많은 신뢰를 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공식경제체제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지하경제가 공식경제 규모를 훨씬 능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배급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정권은 버틸 수 없다. 김정일 정권은 이제 말기에 도달할 것 같다. 오로지 군대를 앞세워 민간인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으니, 경제활동을 전혀 모르는 군대가 총칼을 앞세워 민간의 재산을 탈취하는 사태는 머지않아 시민들의 항거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가 역사에서 불란서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무너뜨린 시민혁명을 보듯이 북한에 인민을 탄압하는 군부에 대항한 시민궐기를 보는 것이 그리 멀지 않은 느낌이다.

북한에 시민봉기가 일어난다면 공산군(인민군)은 그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북한 주민 들이 자신들의 삶이 어려워진 이유가 바로 선군정치라는 것을 아는 순간 북한군은 북한 주민의 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급변사태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올지도 모른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민주화운동을 지원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통일부에서는 아직도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 말은 한국의 통일부의 정보획득 능력이 민간단체보다 뒤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직 북한 당국과만 접촉하다보니 통일부는 북한의 한 대남부서로 전락하였다. 통일에 관한 한 통일부는 장애물이다. 차라리 해체하는 것만 못하다.

통일은 예기치 않은 시간에 예기치 않는 방법으로 찾아올 것이다. 북한의 이번 화폐개혁은 그 목적 자체가 순수하지 못하고 오직 현재의 위기를 민간인들이 자력으로 모은 재산을 탈취함으로써 김정일에게 충성하는 간부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벌이는 날강도 같은 짓이다. 이런 일은 반드시 후과(後果)가 있게 마련이다. 당장 응급처방으로 이런 엄청난 짓을 하겠지만 그 결과는 더 참혹한 민심이반 및 시민봉기로 나타날 것이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배급을 중단한 정권은 더 이상 존재할 가치가 없다. 다만 이전에 만들어진 정권이 거대한 공룡처럼 규모가 크다 보니 당분간 버티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버틸 힘이 없어 지금은 물과 같은 주민의 재산을 강탈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재산을 빼앗긴 북한 동포들이 그저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분노는 반드시 현 집권세력에게 향할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정당한 분노를 지지하고 후원해야 한다. 그래서 남북동포가 모두 자유로운 체제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자유통일을 하루 빨리 성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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