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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의 흐라디차니 광장에서 연설을 할 때 군중 사이에“오바마, 베를루스코니 때문에 미안해요”라고 쓰인 현수막이 등장했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작년 11월“(오바마 대통령은) 잘생긴 데다 선탠까지 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등 잦은 실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AP연합뉴스
“핵실험을 즉각 중단하고 핵무기 감축과 핵물질 생산 중단을 위한 새 협정을 추진하겠다.”
5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의 흐라드차니 광장. 짙은 회색 슈트에 짙은 푸른색 넥타이를 맨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이 확신에 찬 어조로 “핵 없는 세상(nuclear-free world)”을 선언하자 3만여 군중이 성조기와 체코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 광장은 1989년 시민들이 총성 한 방 없이 공산정권을 몰아냈던 ‘벨벳 혁명’의 진원지. 오바마는 “핵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숙명주의야말로 치명적인 적(敵)”이라며 “20세기에 자유를 위해 함께 싸웠듯, 21세기에는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살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핵 문제에 대한 세계의 자포자기적 태도에 변화를 일으켰다”고 평가했고, AFP통신은 “오바마의 ‘핵 없는 세상’ 노력이 글로벌 규모의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6일 핵무기 개발 추진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을 향해서도 압박을 가했다. 오바마는 터키 의회 연설에서 “이란의 지도자들은 핵무기 만드는 것을 시도할 것인지, 국민을 위한 더 미래를 건설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北 미사일 위기를 계기로
오바마는 “오늘(5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로 전용될 수 있는 로켓을 시험 발사한 것은 핵위협에 대해 더 새롭고 엄밀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줬다”고 했다. 그는 또 “즉각 핵실험을 중단하는 한편 내년까지 ‘포괄적 핵실험 금지협정(CTBT)’의 상원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특히 “지금 세계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은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갖게 될 가능성”이라며 “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핵물질의 생산을 중단하는 새로운 협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협정에는 민감한 핵물질을 관리하고 불법 무기를 거래하는 암시장을 무력화하는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CTBT 사무국은 “미국이 이 문제에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 것이 중요하다.
다른 국가들도 따르길 기대한다”며 환영 성명을 냈다. 오바마는 또 이런 문제들을 논의키 위해 “내년 중 핵 안보 국제 정상회담을 주최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까지 CTBT 비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오바마의 연설은 냉전기에 억지력으로써 핵무기를 유지하고자 했던 과거의 미국과 결별하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날 연설로 다른 핵보유국들도 비슷한 핵 감축 제스처를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으며,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다른 나라에 압력을 가하기 쉬워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데니스 맥도너(McDonough) 미 NSC 전략커뮤니케이션 담당 부보좌관은 “대통령의 목표는 기존 핵보유국의 핵 포기를 유도하고, 비(非) 보유국의 핵 기술 추구를 막는 것”이라며 “매우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바마 연설의 허점도 지적됐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사주간 타임 등은 “탈레반의 공격으로 혼돈에 빠진 핵보유국 파키스탄 문제가 빠져 있다”며 “영국·프랑스 등 동맹국을 설득할 방법과, 이란 같은 나라를 다룰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그래픽>
오바마는 6~7일 이틀간 유럽 순방의 마지막 방문지인 터키에 머문다. 압둘라 귈(Gul)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Erdogan) 총리 등과 만나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지원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문제 협력 쿠르드 분리독립운동 대응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프리 마틴슨 미국 메레디스 칼리지 교수는 AP통신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슬람 세계에 몇 안 되는 미국의 동맹인 터키와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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