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권력은 지금 군부(軍部)가 장악하고 있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로 인한 권력누수를 틈타 군부가 북한의 권력을 장악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관련해(2009년 1월 28일자 ‘김정일, 범(虎)의 새끼'를 키우다’ 분석기사 참조)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지낸 수전 셔크 국제분쟁협력연구소장은 지난 2월 방북해 북한의 내각 및 군부의 고위관리들을 만난 미국 측 인사들을 인용해 최근 “군부, 특히 국방위원회가 북한 체제를 통치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셔크 소장에 따르면 김정일은 작년 뇌졸중 이후 군부에 대한 영향력을 대부분 상실했으며, 세습 체제 구축에서조차 군부의 눈치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김정일은 세 차례의 방중(訪中) 경험을 토대로 북한의 시장 개혁을 시도했지만 군부의 강한 저지로 실패했으며, 현재 북한은 주민들의 상거래 활동 통제 등을 통한 체제 유지에 앞서 군부의 영향력을 보호하는데 제반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도 유사한 분석을 내놓았다.

닉시 박사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 김정일이 심각한 뇌졸중을 앓은 이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보이는 집단지도체제가 북한을 이끌고 있다”고 밝힌 뒤 “이 집단지도체제에는 군부 인사가 대거 포진해있다”며 “김정일의 발병 이후 군부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상 폭주하는 北.. 원인은 불과 3년 남은 강성대국 건설

군부의 집권 가능성은 부시 행정부보다 오히려 다루기 쉬운 오바마 행정부 출범을 전후로 이상 폭주(暴走)를 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에서도 보다 가시화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 이어진 군부의 대변인 성명과 두 차례의 개성공단 방문에서의 철수 종용에서부터 개성공단 남한 직원 및 미국인 기자 억류, 그리고 대남 전면대결 선포에 이어진 민항기 격추 위협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발사 준비까지.

이 모든 현상은 지난 90년대 300만 명의 주민들을 아사(餓死)시켰던 김정일을 능가하는 악(惡)의 세력이 북한을 장악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87년 이후 십 수 년에 걸친 노력 끝에 테러지원국 해제가 불과 작년에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인을 억류하고 민항기 격추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 세력이 다시 등장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권력을 장악하는데 성공한 군부가 이렇듯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2012년이 사실 북한으로서는 절실한 시기라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2009년 3월 19일자 ‘전운(戰雲), 한반도 뒤덮나?’ 분석기사 참조).

300만 명이 굶어 죽은 이후 주민들은 체제에 대한 분노를 노골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무능한 정권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자율적인 시장경제 구축과 외부문물 밀수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며 민간 차원에서의 개혁개방을 전개했다.

때문에 당초 김정일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출범을 통해 연방제의 형식을 띤 적화통일을 이룩함으로서 김일성 출생 100주기가 되는 2012년에 강성대국을 건설해 폭발 직전인 주민들의 분노도 무마하고 체제의 권위를 세우려 했다.

실제로 모순된 경제 구도로 인해 인류 역사상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불과 십 수 년이라는 단기간 내에 2천만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릴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인 대한민국의 항복을 받아내는 길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인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남한 사회에서의 대대적인 촛불난동도 결국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체제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 상황에서 외부의 문물을 줄기차게 접하고 있는 주민들을 그대로 방치했다면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주민들의 대량탈북 혹은 유혈봉기와 이어지는 체제 붕괴를 피할 수 없었기에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 말기인 98년에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출범으로 인해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와 같은 사실상의 항복과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대대적인 자금 지원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악몽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때문에 (우연인지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실로 절묘하게 시기를 맞춰 김정일은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군부는 금강산 관광객 살해로 시동을 걸었던 권력 장악을 본격화하며 외교를 비롯한 체제 집권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김정일 시대의 실패한 방식뿐만 아니라 물리적이고 강제적인 수단까지도 동원해 ‘강성대국 건설’을 시도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北 “2012년 통일 달성” 공식 발표.. 韓美日 3국, 단호한 대응 결의

2012년에 무력으로 적화통일을 달성하려는 북한 군부의 의도는 이미 표면화 된 바 있다.

지난달 25일 대남 공작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은 ‘전체 조선민족에게 고함’이라는 문건에서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위대한 선군영도를 높이 받들고 뜻 깊은 역사적인 해 2012년에 조국통일의 대문을 열어나가기 위한 거족적대행진에 한 결 같이 떨쳐나서자”라고 공식 촉구했다(2009년 3월 29일자 ‘北, "2012년 조국통일(?)" 공식 발표’ 보도기사 참조).

이 문건에서 기구는 또 “남조선 인민들은 자주, 민주, 통일의 구호를 들고 노동자, 농민, 청년학생, 종교인, 가정주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떨쳐 일어나 온 남녘땅을 반 이명박 투쟁의 촛불바다로 뒤덮어 분노의 불길이 활화산처럼 타 번지게 하여야한다”며 종북 세력의 대대적인 반정부 투쟁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리고 노동신문도 “자본주의는 반드시 망하고 사회주의가 승리 한다”는 요지의 사설을 연일 발표하며 북한의 승리를 다짐했으며(2009년 3월 25일자 ‘北 "자본주의는 반드시 망한다"’ 보도기사 참조), 김정일 또한 전초병 열성자대회에서 “‘조선혁명의 종국적 승리’에 적극 이바지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2009년 3월 21일자 ‘金正日 최후발악? 적화통일 촉구 지령’ 보도기사 참조).

군부가 고전적인 촛불시위만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게 6.15 선언 등의 이행을 종용하고 항복을 받아내려는 것이 아님은 실질적인 행동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미 양 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에 이어 추가 상정을 경고하고 일본이 격추 태세까지도 갖추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지금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미사일 기지에서 오는 4일에 발사될 예정인 대륙간 탄도 미사일의 연료 주입을 끝마친 상황이다.

게다가 발사장 주변에는 MIG-23 전투기들을 배치하고서 발사를 반대하며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인 한미일 3국과 공중전을 벌일 태세까지 갖추고 있는 형편이다.

군부가 언론매체 등을 통해 평화적 용도의 위성 발사체라 주장하고 있는 이 물체가 위성이 아닐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지난 98년 중장거리 대륙간 탄도탄인 대포동 1호의 시험 발사를 감행하면서 이를 ‘광명성 1호’라는 위성의 발사체라 허위 주장한 바 있으며, 이번 발사에서는 비록 앞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했다고는 하지만 정작 의무적으로 통보해야하는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 것.

게다가 군부는 서해상에서 북방한계선(NLL) 무효화를 선언한대로 오래전부터 해안포 사격 훈련을 실시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미 양 국의 민간인까지 억류 납치하는 테러를 저질러 인질로 삼으려는 듯한 인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서울과 하와이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은 현재 실전배치중이며, 심지어는 소형 핵탄두 개발에 이미 성공한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지금 군부가 지난 1월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통해 선언한 ‘대남 전면대결’을 그대로 이행하려 하고 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되었던 지난 98년과 2006년과는 달리 격추까지 시사하는 등 대폭 강경해진 한미일 3국의 대응 태세에서도 군부의 집권과 폭주에 따른 위험성을 엿볼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정식 참여할 의사를 이미 밝혔으며, 현재 영국 런던에서 진행 중인 G20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원하지만 그것은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한미 관계는 아주 공고하다”며 기존의 대화 기조를 철회했다.

체제의 존망(存亡)을 앞두고서 핵무기를 앞세워 마지막 행동을 준비 중인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 이상, 북한과의 대화는 무용지물임을 이번 회의에서 한미일 3국은 공감한 것이다.

北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군부로서도 지금은 도박을 걸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볼 수 있다.

이미 핵탄두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은데다 중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실전 배치에 이어 장거리 탄도 미사일의 발사 실험까지 성공할 경우 미국과 일본을 직접적으로 겨냥할 수 있기에 한반도 유사시 미일 양 국의 군사적 개입을 상당 부분 저지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아프간-이라크 전쟁에서 상당양의 군사력을 소진했기에 자칫 자국 국민들의 대대적인 반전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기에 북한 군부로서는 반전 여론 탓에 베트남의 공산통일을 미국이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소위 ‘월남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게다가 한반도 현상유지를 원하는 중국 등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는 지난 29일 대외 온라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가짜 사회주의 멸망’을 주장하며 사실상 중국을 전면 비난한 것에서도 드러났다(2009년 3월 29일자 ‘막나가는 金正日, "가짜 사회주의도 망한다"’ 보도기사 참조). 군부의 북한은 이미 중국의 통제권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남북 간의 단독 충돌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북한은 잃을 것이 없다.

북한은 이미 내부로부터 체제 붕괴의 크나큰 위기에 직면해 있기에 설사 충돌에서 패한다 하더라도 잃을 것이 없으며, 오히려 남한이 갖지 못한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기에 ‘배수의 진’을 친 상태에서 강행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만에 하나 승리한다면 적화통일을 이룩해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목표를 달성함으로서 체제를 존속시킬 수 있을 것이며, 현재로서 가능성이 높은 패배를 겪는다 하더라도 그 후유증으로 종래에는 남북이 함께 공멸하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기에 남한에 대한 적개심이 대단한 그들로서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 누구도 목숨이 위태로운 마당에 실탄이 장탄된 총을 쥐고서도 앉아서 적에게 당할 리는 없으며, 특히 북한의 건설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탓에 북한에 대한 충성심과 남한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한 군부로서는 무모할 행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강성대국 건설 임박에 따른 軍部의 초조함은 ‘지식의 유입과 확산’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필자가 예상한 시나리오에서 한 가지 북한의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

김정일이든 군부든 그들이 공통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북한 주민들의 민주화 혁명을 통한 내전의 발발이고, 군부의 무력을 통한 강성대국 건설 시도도 바로 주민들이 발발시킬 민주화 혁명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엔 산하 유엔미래포럼(UN Future Forum)은 작년 유엔미래보고서(State of the Future) 한글판에서 급속한 정보의 유입과 확산으로 인해 2015년경에는 무려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대량 탈북하는 재앙이 북한에 닥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2008년 12월 22일자 ‘지식(knowledge)이 그들을 자유롭게 할지니’ 분석기사 참조).

당시 분석기사 이후 필자는 정보의 유입과 확산의 가속화를 통해 북한에 대량탈북 혹은 민주화 혁명을 유발시켜 체제를 급속도로 무너뜨릴 유일한 방안으로 제시해왔다. 정권에게 여유를 준다면 그들은 유혈진압 혹은 남침에 나설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북한을 집권하며 폭주하고 있는 군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노력의 필요성은 더더욱 절실히 다가오는 듯 하다.

이제 2012년이 불과 3년 남짓 남은 가운데 북한 군부가 무모한 행동을 취할 시점도 그만큼 우리에게 바짝 다가와 있을 가능성이 크며,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무혈(無血)적으로 북한 체제를 무너뜨려 7천만 한민족의 안전을 보장하고 평화적인 자유민주 통일을 이룩해야 할 책임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만 다행인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 군부도 그들의 목숨과 권력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피를 흘리지 않고 적화통일을 이룩해야 하는 절박함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가 성공한다면 그들로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겠지만, 만약 실험이 실패한다면 절망감과 절박함은 한 층 높아질 것이다. 한미 양 국의 민간인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 국 정상은 이러한 테러를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이미 분명히했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북한 군부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단호히 저지하는 한편 김정일과 군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약점을 노려야 한다.

‘지식(knowledge)이 그들을 자유롭게 할지니’ 즉, 북한 체제가 내부로부터 급속도로 붕괴하는데 대북 정책의 모든 초점을 맞추어야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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