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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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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적화통일 해야겠다는 자는 모두 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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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결사반대’니 ‘극한투쟁’이니 하는 사나운 말이 적힌 머리띠나 어깨띠를 두르고 ‘투쟁’을 한다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만 나는 그런 사람들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말만 그렇지 반대하다 죽은 사람이나 끝까지 투쟁하는 사람을 본 일이 별로 없습니다. 말부터 앞세우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공자께서도 일찍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은 사전에 떠들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그 큰일을 해치고 표연히 떠났습니다.
나는 일제하에 나이가 어려서 독립운동에 참여하지는 못했고, 그리고 기독교신자로서 신사참배반대 운동에 앞장서지 못했습니다. 아마 나이 20세만 넘었어도 나도 그런 일에 가담하여 獄死를 했거나 아니면 옥중에서 8.15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하여는 머리가 터지도록 싸우는 그런 기질을 타고난 것 같습니다.
김일성의 독재를 피하여 월남했습니다. 해방 후 대학에 들어갔더니 공산당의 사주를 받아 밤낮 동맹휴학만 획책하는 놈들이 상당수 있어서 그들과 맞붙어 싸우는 것이 정상적으로 강의를 듣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명이 되었던 것입니다. 6.25 사변이 일어난 뒤에는 내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돼 있던 그 대학을 인민군으로부터 지키겠다고 목총을 들고 지키고 있다가 박상래 교수의 권면으로 2-3일 학교를 떠나 있기로 하였는데 한강 다리는 이미 끊겨 있어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 안양으로 수원으로 정처 없이 걸어서 ‘남쪽 나라’를 ‘유람’하는 신세가 되었다가 9.28 수복 뒤에야 서울에 돌아왔습니다.
나는 군사정권에 반대하다 정보부 신세도 많이 지고 재판도 받았으며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이라는 중형을 언도 받았으나 항소를 포기하여 안양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석방이 되었고, 대학의 교단에서는 추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0년의 무직생활이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대학을 은퇴하자 현대의 정주영 회장이 당을 하나 만들고 나더러 대통령 후보로 나가야 한다기에 한 번 정치를 바로잡아 보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정치판에 뛰어들었으나 만사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미련 없이 정계를 떠나 나의 본디 익숙한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새로운 대결의 때가 내 앞에 다가왔습니다. 한반도를 적화통일 해야겠다는 자는 그가 북의 지도자이건 남의 지도자이건 나에게는 모두 원수입니다. 무식하건 유식하건 적화통일이 바람직하다고 믿는 자들은 모두 나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입니다. 나의 목숨은 이제 그 최후의 전투에만 필요한 것이 되었나 봅니다. 나에게는 좌도 없고 우도 없고 중도도 없습니다. 나는 한반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버릴 기회가 오기만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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