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초선·서울 노원병)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아이뉴스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그는 PSI 전면 참여와 MD가입 등에 대해서도 시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물론 PSI나 MD도 우리가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는 현안이고 또 북한과는 별도로 논의해 볼 수 있는 문제지만 시점이 미묘하다...이로 인해 (북한에)6자회담을 무산시킬 수 있는,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어 자칫 「한·미·일-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예기치 않을 일이 초래될 수 있다...이런 여러 가지를 감안해 대단히 냉정히 생각해야 할 점이다』

<아래는 아이뉴스가 보도한 기사 중 홍정욱 의원 인터뷰 일문일답>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이 늦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적 관심도 급속도로 식고 있다. 정부는 PSI 참여 외에는 외교적 대응을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말만 하고 있는데 사실상 속수무책인 것 아닌지.

"외교와 대북정책이라는 자체가 국민의 일상으로부터 동떨어진 문제고, 여기에 우리 정치가 부정부패 사건 등으로 인해 외교적 정책에 관심을 많이 기울일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그런 상황적 요소와 안보 불감증, 북한의 거듭된 벼랑 끝 전술, 이런 것들이 압축돼 큰 혼란 없이 지나가는 것 같은데,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와중에도 우리 정부가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제재나 기타 인센티브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철저히 국제공조와 한미 공조에 의존해 풀어가려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어려움이 많다. 또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우리나라가 각기 다른 유형으로 하고 있어 국제적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채널이 없다고 했는데, 최근 정치권에서 남북 대화 통로를 열기 위한 대북특사 파견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과 지난 10년 퍼주기 정책에서 벗어나 원칙을 세우자는 것은 좋다. 그러나 항상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라는 교두보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6자회담이라는 국제공조의 틀과 남북 대화라는 남북관계의 틀이 동시에 진행됐어야 했는데 우리정부의 '비핵개방3000'이라는 강경대책으로 남북대화가 단절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사실상 전쟁 중에도 있는 핫라인이나 대화라인이 남북 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남북관계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대북특사에 대한 주장을 여러 차례 해왔다. 대북특사라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대화를 하자는 우리 정부의 구체적이고 강력한 의지가 전달돼야 한다는 뜻이었다. 선언적 차원의 남북대화가 아니라 구체적인 제안, 그러나 시점이 놓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미 남북 간의 신뢰가 많이 상실됐다. 우리가 대북 특사를 지금 주장할 수는 있지만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상징적인 차원에서 제안할 수는 있고, 실질적으로는 미국 측 대북 특사를 활용하는 방안 또는 드러나지 않은 밀사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북한의 체제변화, 포스트 김정일 체제 움직임에 어떤 대응을 해야 할 지.

"북한에 누가 포스트 김정일로 가느냐보다는 기본적인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내 결속력 강화다. 북한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북한에 벼랑 끝 정책을 펼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 대내 결속력 강화를 위해 강경한 정책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상 대화를 하자, 우리 문제를 풀어달라는 메시지를 여러 경로를 통해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강경책과 유화책을 병행해야 하는 미묘한 시점이다.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는 인센티브와 동시에 제재를 함께 가져가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딜레마다."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적 대응 입장에 찬성하나.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특사를 잠시 제안하는 등 그동안 강경 기조로 일관해 왔던 우리 외교정책이 다소 유연해지고 탄력적이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건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이게 즉흥적인 것이었는지 치밀한 조율에 의해 변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 유화적 측면에서 대북 특사를 제안한 것이나, 강경한 측면에서 PSI 전면참여, 안보리 전면제재, MD(미사일방어)체제 가입 등이 언급되는 것이 조율된 모습으로 나오지 않고 어떤 면에서 정부 내에서 혼선이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이 원하는 것이 미국과의 대화라는 사실이다. 이번 위기가 지나가면 북미 직접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 한반도 미래가 북미 직접 대화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된다. 이런 가운데 어떻게 대한민국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점이다. 우리는 한미공조를 중요시 한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현실은 친구 사이라고 해서, 동맹이라고 해서 항상 모든 것을 협력해 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그렇지 않은 모습도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우리 나름의 영향력과 경쟁력도 필요하고, 그래서 남북관계 정상화는 필요하다."

-해법이 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정부가)비핵과 개방, 북이 선 핵 폐기를 하면 후 대화·경제협력이라는 기조로 가고 있는데, 이 두 개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비핵은 국제공조의 틀에 맡기고 남북관계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햇볕정책이 저지른 현금지급이라든지 불투명성이라는 과오를 극복하면서 '퍼주기'도 '안주기'도 아닌 '잘 주기'로 가야 한다는 대응책을 많이 강조했다. 이제 비핵개방 3000이라는 공약에서 벗어나 비핵과 개방을 분리해 다룰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에서 해법은 축소해서 개방만 생각하는 방안이 있고, 아니면 비핵개방에다 미국에 의한 체제 변화까지 포함해서 큰 틀의 국제적 경협으로 확대하는 방안, 또는 비핵개방3000은 유지하되 중국의 협조를 얻는 방안 이 세 가지가 있다. 이 중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비핵을 국제공조의 틀에 맡기고 개방을 남북 간에 주도하는 축소된 남북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교적 노선과 경제적 노선을 분리하는 것인가.

"정경분리는 이명박 정부도 지키고 있는 원칙이다. 하지만 사실상 (현 정부의 정책은)비핵이 개방의 전제가 되는 노선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언제나 북한과 대화하겠다고는 했지만 우리의 진정성을 저 쪽(북한)이 의심할 만하게 행동한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이 대화를 하겠다고 하면 통일부 장관이 모월 모일 어디에서 개성공단에 관해서 등 특별한 이슈에 관해 대화하자는 (구체적인)말을 건네야 한다."

-PSI 전면 참여와 MD 참여를 포함해 미사일 사정거리를 확대하자는 여당 내 목소리가 있는데 자칫 군사경쟁 양상으로 비춰져 잘못하면 북한을 도발할 수 있지 않나.

"북한이 국제사회 경고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위반한 것은 분명하다. 우리 정부는 각종 제재 수단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은 제재의 실효성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도 상당히 센 제재였지만 사실상 실질적인 제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국제공조를 통해 새로운 제재 방안을 찾는데 집착하기보다는 일단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비난하도록 그런 차원에서 공조를 마치고 그 다음 과정을 논의해야 한다. 물론 PSI나 MD도 우리가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는 현안이다. 또 북한과는 별도로 논의해볼 순 있는 문제지만 시점이 미묘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북한에게)6자회담을 폐쇄할 수 있는 빌미, 개성공단 폐쇄의 빌미, 그리고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울러 중국과 러시아도 이에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어 자칫 '한·미·일-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예기치 않을 일이 초래될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를 감안해 대단히 냉정히 생각해야 할 점이다. 상호주의적 대응이라는 것은 우리가 정말 신중하게 고민 끝에 해야 한다. 시기도 문제지만 실용외교를 표방하는 실용정부답게 실효성 있는 제재는 하되, 많은 논란과 피해가 올수 있는 제재에는 신중해야 한다."

-정부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미국 측 비준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지난 G20 정상회담에서 오바마가 전향적 입장을 말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외교에 있어서 '레토릭(수사법)'과 현실은 구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워싱턴 정가 분위기, 특히 의회 분위기는 한미FTA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 많다. 그리고 지금 워낙 미국의 경제적 현안, 아프간이나 이라크 같은 외교적 현안이 많아 한미FTA가 순위에서 밀려있다는 점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하원의장인 낸시 팰로시가 양자간 FTA는 허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을 많이 표명해 왔기 때문에 의회를 맡고 있는 의장이 진행하지 않는데 행정부가 비준안을 제출할 리 없다. 이 모양이 완전히 갖춰져야 오바마가 비준안을 제출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경기부양안·예산안 뿐 아니라 교육·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민주당 의회와 협력해야 하는데 한미FTA라는 이슈만으로 논란을 펼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 같은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미 의회 의원에 대한 일대일 대화를 하고, USTR(미 무역대표부)보다는 한국에 훨씬 우호적인 국무성, 힐러리 클린턴을 통한 행정부 외교, 이 같은 치밀한 외교적 논의 통해 되살려야 할 문제라고 본다."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한미FTA가 득보단 실이 많은 협상이라면서 비준 반대 또는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는데.

"공자님 말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협상은 주는 것이 있고 받는 것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이라는 것이 이뤄질 수 없고, 우리가 제조업에서 받는 것이 있다면 농수산업에서 잃는 것이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피해 대책도 나온 것이고... 그래서 형평성은 어느 정도 맞췄다는 FTA임에도 미국 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아닌가. 따라서 객관적으로 볼 때도 누가 더 큰 수혜자인지는 이미 판명된 것이다. 한미FTA는 국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행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우리는 이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고 미국은 이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양국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정치적 관점에서 FTA를 추진하기 힘든 것이고, 우리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하루 속히 추진해야 하는 것이고, 이해관계가 상충되다 보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상황에서 재협상은 끝까지 막아야 한다. 우리가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고 본다. 외교적으로는 완전히 균형적인 딜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에게 많이 유리한 딜이라고 본다."

-우리는 대외 의존도 높다 보니까 무역 개방에 힘을 주고 있지만, 선진국은 보호주의적으로 흐르는 부분도 없지 않다. 현 정부의 개방기조가 잘 될 것이라고 보나.

"쉽지 않은 상황에 봉착했다. 특히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서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흐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FTA전략 혹은 경제 지역주의 전략 이런 점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GDP의 70%를 교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유무역정책과 경제 지역주의 정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소장파의 목소리가 줄었다는 얘기가 많다.

"워낙 17대 국회 때는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나 젊은 386의원들이 거의 뭐 108번뇌라고 할 정도로 많은 목소리를 냈다. 이에 비해 18대국회는 상대적으로 착하고 조용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저는 17대도 18대도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18대는 극심한 공천 경쟁 겪으면서 많은 분들이 당론이라든지 이런 여러 상황에서 압박 아닌 압박을 받지 않았나. 공천 경쟁의 후유증이 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정활동을 2년차 하면서 많은 의원들이 정치개혁 등 소신발언을 할 것으로 본다. 우리 정치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는 결국 당론이라는 것과 이것이 어느 정도의 공천권과 연결돼 있지 않느냐는 다수의원들의 우려, 이 같은 정치적 구조 속에서 소신 있게 자신의 견해 밝히는 입장이 당연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속에서 조그만 목소리 내도 금방 눈에 띄는데, 외국도 당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당론의 중요성도 느끼지만 그것은 민주적인 절차 속에서 형성돼야 하고 당론이 사사건건 강요돼서는 안 되고 기본적으로 상임위를 중심으로 의원들의 소신에 맡기는 지도부의 철학이,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지난 2월 국회에 이어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상임위 중심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아직 자리 잡지 못한 것 같다.

"한나라당에서 자리를 못 잡은 게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에서 아직 상임위 중심의 정치가 자리 잡지 못했다고 본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여러 가지 많은 고생을 하고 정국을 이끌어가느라 수고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작년 12월에도 봤다시피 상임위에서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원내지도부에 쏠리게 되고 원내지도부 간에서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들이 국회의장에게 떠넘겨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당론에서의 자유, 상임위 중심의 철저한 소신 정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제도개혁도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의원들 의식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 쉽게 말하면 의원들이 용감해져야 한다. 그리고 의원들이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재선, 3선에 연연하면 소신을 펼칠 수가 없다. 18대에서 얼마나 용감하고 재선에 연연하지 않는 의원들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정치개혁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결정지어질 것이다."

-공천개혁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물론이다. 공천권이라는 것이 우리 정치가 지니는 한계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고 본다. 공천권도 중요하고 또 입법권도 그렇다. 어찌 보면 정부가 집권여당, 책임여당으로서 정부 입장과 함께 가야 하는, 또 정부가 제시하는 입법사항을 통과시켜줘야 하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측면에서 입법권과 공천권이 있다. 그 밑에는 상임위 중심, 자동 상정, 직권 상정 등 여러 문제가 있다. 두 가지 근본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과연 제도개혁이나 자정운동으로, 정풍운동을 통해 국회가 바뀔 것이냐에 대해서는 저도 회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천권 입법권 개혁을 하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이런 것을 하는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공유가 있어야 한다. 지금 보면 많은 분들이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일 좀 잘하게 바꿔보자고 하는데, 이것도 국민 눈높이에서 기본적으로 벗어났다고 본다. 국민은 기본적으로 국회를 신뢰하지 않고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개혁을 시행하려면 대국민 신뢰 회복이 필요한데, 이는 오로지 자기희생에서 나온다. 예를 들면 의원 정족수를 줄여나가고, 의원 혜택을 줄여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단 국민으로부터 '아, 저 사람들이 뭔가 이번엔 좀 제대로 해보려고 하는구나'라는 인식을 준 뒤에 제도적, 기술적 문제점을 건드려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소장파 의원 중 이번 회기 중 개헌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가.

"개헌논의가 국회 출범 초기에 있었다. 반드시 의정 초반 2년 내 이뤄져야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얘기했는데, 국회활동이 워낙 지지부진했고 '박연차 게이트'니 '북한 미사일 발사' 등 메가톤급 사건들이 터지면서 한걸음 뒤로 밀린 것이 아닌가, 많은 국민이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진다. 그러나 개헌논의라는 것은 정치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우리는 어떤 대통령제 국가의 국회와 의회 민주주의의의 내각제 행정부 모습이 많이 혼재돼 있는 대단히 어지러운 모습이다. 그래서 이것을 철저히 분리해서 완전한 대통령제로 가든지 아니면 내각제의 면모를 많이 갖추든지 이에 대해 결정해야 할 시점이 오지 않았는가 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

-대통령 집권기마다 비리 문제가 발생한다. 비리척결을 위한 정풍운동이 있어야 하지 않나.

"지금 18대 국회인데 제가 봤을 때는 정풍운동이 18번 이상 있었을 것이다. 다만 전직 국가원수가 비리에 연루되는 역사의 악순환에 가슴이 아프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정권의 호불호를 떠나서 제발 무사히 잘 끝나 우리 국민들이 전직 국가원수가 재판정에 서는 모습을 보지 않게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엄청난 힘이 실려 있다. 이것을 국회가 제대로 비판과 견제할 구도가 돼 있지 않다. 그래서 이 같은 제도적인 문제점을 개헌이나 정치개혁을 통해 치유해야 하지만, 또 동시에 인식의 문제도 대단히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식개혁인데 아직 우리 정치권, 가장 깨끗하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이 이런 모습 보였을 때 국민들이 허탈해 할 수 밖에 없고, 또 이 같은 권력을 쫓아가는 수많은 기업인들과 연루된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 제도개혁과 의식개혁이 병행돼야 하는데 의식개혁은 우리 혼자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도개혁 측면에서라도 우리가 열심히 나서야 한다."

-재선을 생각할텐데, 노원병 지역구에 다시 출마할 계획인가.

"4월9일로 당선 1년을 맞았다. 이 시점에서 재선에 대한 계획이 있느냐는 것은 이른 측면이 없지 않다. 그것보다도 국회의원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재선이라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바로 그 점이 국회를 이렇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즉 국회에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국익이나 나라에 대한 봉사가 아니라 재선이 목적이 되는 국회의원의 생리를 극복하지 않고는 훌륭한 정치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처음 들어올 때 평생 할 것처럼 일하고 다시는 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자는 결심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래서 4년의 임기를 노원 주민들이 주셨기 때문에 4년 동안 최선을 다한다는 이상의 생각은 없다. 4년 동안은 정치인으로 소신과 약속, 한번을 하고 그만두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 드린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당당한 모습으로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한번하고 그만두더라도 하고 싶은 말 하고 드린 약속은 지키고 당당한 모습으로 간다는 생각이 있다. 저는 한번을 하나 두 번을 하나 열 번을 하나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18대 국회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다. 정치에 들어왔던 이유는 대한민국이 선진 국가를 지향하면서 가고 있는데 우리 세대는 그 다음 단계를 바라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었다. 선진국이 잘 사는 나라라면 우리는 어떻게 보면 선도국가,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도 품위 있어져야 하고 시장경제도 따뜻해져야 한다. 이제 제발 민족과 국가 그만 강조하고 개인과 가족이 강조되는 개성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과 이상을 가지고 들어왔다. 더불어 진보와 보수를 떠난 실용, 좌우를 넘나들고 남북과 동서를 넘나드는 실용이라는 말 좋아서 들어왔는데, 아직 우리 현실은 보혁·좌우 대결 등 대결 구조에 처해 있다는 생각을 많이 갖는다. 그래서 저는 대통령의 실용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중도의 목소리를 내고 싶고, 국회에 있는 동안 초반에는 외교, 하반기에는 교육에 치중하고 싶다. 외교에서는 우리가 정말 존경받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외교적인 역량을 크게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하나의 밀알이 되고 싶고, 교육은 어떻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적 기회의 평등을 줄 수 있는지의 문제, 유치원 의무교육, 영어유치원 공용화 교육 개혁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홍정욱 의원 프로필


구정중학교, 하버드대학교 동아시아학과(A.B) 졸업, 미국 뉴욕주 변호사시험 합격(1998), 헤럴드미디어 대표이사 회장, 현 한미협회 이사, 18대 국회의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 남북관계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민생대책 특별위원회 서민경제1분과 간사, 한나라당 법률지원단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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