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총리로 취임하고 제일 먼저 한 공식행사가 용산사건 유가족들을 만난 것이다. 거기서 비록 개인자격으로 동정심을 표하긴 하였으나 공적으로는 다른 말을 하였다. 그러나 총리 신분으로 간 것이니 굳이 개인적 의견을 말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정운찬은 이미 개인 신분이 아니라 총리 신분이니 그의 행동은 모두 공적인 것이다.

그런데 정운찬의 그런 행보와 관련한 저간의 사정이 최근 언론에 보도되었다. 정운찬은 용산 방문을 추진할 당시 총리실 참모들이 만류하자 "내가 밖에 있을 때 따로 들은 바가 있다"며 물리쳤다고 한다. 따로 들은 바가 무엇일까? 그것은 미루어 짐작컨대 친북좌파들이 제공한 폭동을 합리화하는 논리였을 것이다. 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는 약자들이 겪어야 하는 부당한 피해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다. 친북좌파는 자유민주체제나 자본주의를 언제나 헐뜯고 비판하고 부정하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운찬은 명색이 경제학 교수였다. 경제학이란 학문은 자유경쟁을 이상적인 사회모형으로 간주하고 자본주의의 존재를 전재로 성립되는 학문이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완전경쟁이 가장 완전한 사회자원의 배분를 가져오며 사적소유가 전제되어야 비로소 시장이 작동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정운찬은 자유경쟁이나 사적소유를 부정하는 세력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그들의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밖에 있을 때 따로 들은 바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정 총리의 인식은 서서히 변했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용산문제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정 총리가 용산사태에 대한 본격적인 업무 보고를 받고 난 뒤 '밖에서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고 했다고 한다. 특히 화염병 투척 등 철거민측의 불법 과격시위 양상과 상가분양권 요구 등 '밖'에서 듣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들을 보고받고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보도 기사에 나온 내용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다. 그렇다면 정 총리는 신문기사의 내용은 보지도 않았거나 보아도 무시했다는 이야기다. 이미 머리 속에 형성된 사회를 보는 눈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었던가를 짐작케 하는 내용이다. 국민이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은 유독 총리가 될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니 그가 과연 총리로서 합당한 사회인식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사람이 총리로 지명되고 본인 또한 당연히 총리로서 자격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한국 사회는 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국민의 상식적 판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국가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현실은 사대주의와 명분론에 찌들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던 조선시대의 선비들을 생각하게 한다. 그 당시 나라를 지킨 사람들은 출세한 대감들이 아니라 핍박받던 백성들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래서 관군은 패하고 의병이 나라를 구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현 국가 상황도 나약하고 무력하고 허울만 좋은 조선시대와 다를 것이 없다는 자괴감을 갖게 한다. 제발 국가 지도자로 나설 사람들은 국가관을 잘 가꾸기 바란다. 그저 개인적 출세만을 위해 몸부림치다가 출세하여 국가적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나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비참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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