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성장 시대의 권위주의가 ‘민주화’ 시대로 대치된 것은 역사의 흐름이었다. 문제는 ‘민주화 이후(post democratization)의 민주화’가 김대중 노무현 시대를 거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는 데 있다. 바로, ‘참여의 확대’ 또는 ‘대중, 민중의 직접 참여’ 욕구가 헌법을 비롯한 실정법, 공권력, 공공제도의 정당한 권위와 구속력까지 경시하는 정도로 폭주했다는 점이다.

 참여민주주의가 엘리트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정도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헌법? 실정법? 공권력? 국회? 사법부? 관청? 규칙? 질서? 치안?...너희들이 뭔데?” 하는 경향으로 빠진 것이다.

 여기엔, 엘리트의 도덕적 공신력 실추, 권위주의 시대 공권력 남용에 대한 반발의 관성화(慣性化), 법과 제도의 미비(未備), 제도권의 문제해결 능력 결핍, IMF 이래의 “더는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고 하는 대중적 욕구의 폭증, 반체제 운동가들의 선동, 인터넷을 매개로 한 군중(crowd)적 흥분의 빠른 전파력....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인이야 여하튼, 이 시점에서 요구되는 것은 권위주의의 지나침을 극복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제는 일탈적 대중주의의 지나침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도덕성-효율성을 갖춘 엘리트 민주주의와, 합리성-자제력을 갖춘 참여민주주의가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엘리트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수준을 높이기 위해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리더급에 대한 엄격한 반(反)부정부패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그 기준을 거역한 사람들이 두 번 다시 얼굴을 내밀 길을 봉쇄해야 한다. 한 가지 예(例)로, 부정한 자금에 연루된 정치인들이 몇 해 후 다시 여봐란듯 공직계(界)로 복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반면에 그런 깨끗한 엘리트 사회 분위기가 잡혀가는 것과 병행해서, 공권력과 실정법에 저항하는 군중적 폭민(暴民) 현상에 대해서도 추상같은 응징을 가해야 한다.

 아울러 제도권의 문제 대처능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선진적으로 효율화 해서, 대중이 제도를 떠나 탈법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유혹을 받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

 선진화의 인프라는 결국 그런 것 아니고 뭐겠는가?

류근일 2009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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