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상도동계 측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측근들을 한 식당으로 불러 ‘화합의 만찬’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화합의 만찬이야 누구든 할 수 있고 또 그것이 새삼스럽게 뉴스가 될 이유도 없다. 그러나 상도동과 동교동의 모임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두 그룹이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은 성취하였는지 모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의 정권욕이 결코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두 정치 패거리들의 정권경쟁이 끝나고 이제 퇴장하는 마당에 서로 더 이상 갈라져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두 세력의 대부(代父)를 자처하고 나선 느낌이다.

보도에 의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추모하는 의미도 담긴 이날 만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 김대중과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비장한 각오로 뛰었다. 만약 (우리) 둘이 협력해 투쟁하지 않았다면 아웅산 수치 여사가 고통받는 미얀마처럼 됐을 것이다. 크나큰 정치가이자, 우리 정치사회의 거목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진심으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참으로 자신들의 행적에 대한 평가가 우리 국민들과 다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멘트라고 생각된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인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상도동·동교동계는 암울했던 독재정권에서 이 나라를 자유 민주주의 나라로 만들기 위해 필사 투쟁해 온 민주화의 양대 산맥이다. 두 분 대통령이 이룬 업적은 훗날 역사가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민주화운동의 공로를 차지하기 위해 김영삼과 김대중이 서로 경쟁하였지만 사실 한국에서의 민주화운동은 지금에 와서는 반역행위와 동일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두 세력이 정권을 차지하였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에 있어 분명 축복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 민보상위에서 간첩과 빨치산도 민주화운동 공로자로 보상한 사실을 두고 보면 이들이 말하는 민주화운동이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단지 군 출신 대통령들이 이끄는 정부를 마치 군사정권인양 매도하고 그 정부가 마치 독재정권인양 선전하였으며 자신들의 정권이야말로 민주정권이라고 정의를 스스로 내렸으나 과연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고 역사적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김영삼 대통령은 모든 반정부 데모를 민주화운동으로 정의하였다. 이미 자유민주체제를 실현한 대한민국 정부에 항거하는 데모를 민주화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재평가가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김영삼 대통령은 당시 ‘세계화’를 주장하였지만 사실상 세계화를 영어 사용 정도로 파악하였을 뿐이다. 세계화가 요구하는 국제적 기준에 맞게 국가를 이끌지 못하여 결국은 IMF경제라는 경제적 파국을 맞게 되었다. 민주화운동 공로가 있다고 뻐기는 가운데 국가 경제는 파탄이 났고 그 이후 한국 경제는 다시는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잘 사는 사람과 못 사는 사람의 격차는 전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영삼 대통령은 정권을 재창출하는데도 실패하였다. 그래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게 되었고 김대중 정부는 북한과 6.15합의라는 반역적 대북정책을 추진하였다. 김대중 정부로부터 한국 사회는 급격히 좌경화하게 되었고 친북좌익들이 실세로 등장하여 국가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북한 동포의 인권 유린은 외면한 채 김정일 정권 지원에만 혈안이 되어 남북관계와 관련한 한 모든 상식이 무너지는 위기 상황을 만들었다. 북한 사람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돈이나 재물을 갖다 바치는 이적행위를 하게 만들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 인간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상한 풍토를 만들기도 하였다. 직업 가수가 평양에서 공연하기 위해 평양에 엄청난 액수의 돈을 갖다 바쳐야 했고 대학교수나 종교인 정치인 등이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역시 엄청난 액수의 돈을 갖다 바쳐야 했다. 심지어 KBS교향악단도 평양 공연을 위해 돈을 갖다 바치는 우스운 일이 버젓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외면한 이 두 정권이 바로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정권을 잡은 결과 탄생한 것이다. 이들은 김영삼과 김대중이라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뭉쳐 오직 권력을 잡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또는 국가를 상대로 투쟁하였다. 이름하여 민주화운동이라고 하지만 이미 민주화된 대한민국에 대해 민주화투쟁을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며 사실은 권력투쟁을 하였을 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 모임에서 미얀마를 거론하고 또 지역감정을 거론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 미얀마는 그야말로 군사통치를 하고 있지만 당시 제5공화국은 분명 군사통치는 아니었다. 대통령 간선제를 두고 비민주적이라고 매도하는 것 같지만 미국도 직선제는 아니다.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만 되면 자신들이 대통령이 될 것으로 믿었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이 민주화를 거론하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적 측면이 강하다. 그리고 지역감정은 무엇보다 김영삼과 김대중의 존재로 인해 격화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김영삼이나 김대중은 정권을 잡자 소위 말하는 가신(家臣)정치를 했다. 한국의 정치는 이 때부터 유력한 정치인을 중심으로 권력을 탐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이들은 단지 유력한 정치인과 가깝다는 이유로 장관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었다. 특정 전문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인이나 유능한 인재가 아니라 단지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측근들이 출세하는 풍토가 이때부터 조성된 것이다. 상도동계니 동교동계라 이들이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러하다. 가신정치로 인해 대한민국은 사실상 경제적 성장 동력을 상실했다고 본다. 상도동계나 동교동계가 권력욕은 채웠는지 몰라도 그로 인해 대한민국은 병들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IMF 로 나라의 경제를 망쳤고 김대중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김정일과 야합하여 국가정체성을 뒤집었다.

이 두 세력이 김대중이 사망하자 이제 서로 화해하였다고 여보란듯이 뻐기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이들로 인해 멍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두 세력이 자신들의 권력욕은 채웠는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국가는 멍들었다. 한가히 서로 치켜세우며 술잔이나 돌릴 여유가 있을까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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