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정도(正道), 즉 바른 길이 있다. 정도를 택하지 않고 편법(便法)으로 성공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바둑에서 정석(定石)부터 익히지 않고서는 정상(頂上)에 이르기를 기대할 수 없다. 정상에 오른 다음에도 정석에서 벗어난 바둑을 두어서는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정석부터 익히지 않고 실전위주로 배운 사람이 정상에 오르기는 힘들다. 이런 현상은 씨름에서도 볼 수 있고 학문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신년사에는 이 바른 길, 즉 정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바로 혼(魂)이 없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경쟁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자유와 경쟁이 사회의 기본원칙이며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 원칙이다. 이 기본원칙에 충실하지 않고서는 선진화도 어려우며 경제발전도 어렵다. 이 기본원칙에 제한을 가할 때는 그 목적이 분명하여야 하고 또 그 제한 기한이 명확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원칙에서 벗어날 때는 그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기간이 한시적이어야 한다.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언제나 기본원칙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성공적인 역사를 창조할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는 바로 이들 기본원칙에 충실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 기본원칙을 영구적으로 변형시키고 무시하려는 세력이 있다. 바로 친북좌파로 알려진 친공산주의 세력이다. 이들은 교묘하게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의 틀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자유경쟁 원칙을 무너뜨리려고 집요하게 공세를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김대중은 사망하기 직전까지도 우리 사회의 근간인 자유경쟁 원칙을 마비시키기 위한 교묘한 선전선동을 하였다. 김대중은 3개 방향에서 전선(戰線)을 형성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서민경제, 그리고 남북관계다. 그런데 대통령의 신년사를 보면 이 3개 방향에서 형성된 전선에서 방어적으로 나올 뿐 공세를 펼치는 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경쟁의 원칙으로 공세를 취해야 하는데 그런 기상을 볼 수 없다. 말하자면 우리의 기본원칙을 가지고 주공(主攻)전선을 형성해야 하는데 그런 주공전선을 볼 수가 없다.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G20와 원전수출에 대해 자랑하고 금융과 기후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 부분이다. 그러나 나머지는 원칙이 없는 편법에 지나지 않으며 김대중이 형성한 3개 전선에서 수세적 방어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선 친서민 정책을 강조하는 것은 김대중의 서민경제 전략에 휘말렸다는 인상을 준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경제성장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기 때문이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서민들도 그 혜택을 볼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파이를 키워야 분배할 몫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장을 외면한 친서민 정책은 결국 현재 가진 것을 분배하자는 것으로서 사회주의적 계획경제적 발상, 즉 친북좌파들이 주장하는 부자세를 거두어 서민들에게 나누어 주자는 나이브한 분배정책을 답습한 것이라고 보인다.

신년사에는 5대 핵심과제 중에서 경제, 일자리 창출을 제일로 내세우며 “일자리 정부”라고 자처하지만, 일자리 창출 방안에 원칙이 결여되어 있다. 일자리는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바로 사회주의적 계획경제 발상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하는 것이며, 기업은 자본가가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자본가가 왜 기업을 일으키지 않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재벌과 대기업이 세계 9위의 수출에 성공하였지만 왜 실업이 줄어들지 않는지 그 근본 원인을 생각해야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고용을 늘리지 않는 IT 중심의 산업구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제조업이 죽었기 때문에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IMF 여파로 경제가 파탄이 나면서 한국의 기업가들은 제조업을 대부분 해외로 옮겼다. 주된 이유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의 결여 때문이며 노동조합의 강경한 투쟁과 노동관계법의 비합리성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자유경쟁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하지 않는 한 일자리 창출은 기대할 수 없다.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근원적 처방’이 지금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하다. 근원적 처방이 바로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어디고 사라지고 오직 미소금융이니 사대강개발이니 하는 편법에 치중하는지 알 수 없다.

또한 교육 개혁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고교평준화이며 전교조라는 핵심은 비켜가고 있다. 이들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는 한 교육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사교육의 문제는 공교육의 문제다. 공교육의 개혁 없이는 사교육을 개혁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교육은 공교육의 이면이기 때문이다. 교육에서 경쟁의 원칙을 확고하게 세우지 않고서 교육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예를 들어, 현재 초등학교가 의무교육이지만 학부모들이 자식 교육을 위해 써야 하는 부교재 비용도 적지 않다. 명실공히 의무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것부터 혁신해야 한다. 그 다음에 여력이 있으면 중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궁극적으로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확대시켜야 한다. 초등학교 의무교육조차 내실있게 실시하지 못하면서 대학교육을 개선하려고 해봐야 성과를 올릴 수 없다.

또한 김대중이 민주주의가 후퇴하였고 이명박 정부가 독재라는 공격에 움찔하여 중도실용을 내세우는 것도 옳지 않다. 김대중은 좌파정권만이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우파정권은 무조건 독재라고 한다. 그 선전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는 중도실용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자유민주주의, 자유경쟁을 밀고 나가야 한다. 중도실용을 서민경제와 동일시하는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중도실용을 이념적으로 중간지역, 즉 좌와 우의 중간 영역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념적 중도는 기회주의일 뿐 확고한 원칙은 없다. 대한민국이 성장한 이면에는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이념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즉 성장을 향한 강력한 지도력이 중심을 잡고 있었기에 오늘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중도실용노선으로 경제성장도 민주주의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우선 자유경쟁 원칙에 입각하여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그 성과에 바탕을 두고 시장을 통한 분배에 더 치중해야 한다. 물론 성장의 바탕위에 서민정책도 펴야 한다. 성장을 하면 분배의 여력도 더 크게 생긴다. 인위적인 분배는 공멸의 길일뿐이다.

마지막으로 김대중이 남북관계가 후퇴하였다고 하였는데, 이 말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있어 정도를 가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한 한 원칙에 입각한 정확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성과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김정일이 겉으로나마 고분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전과를 확대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노선을 변경한 것처럼 비친다. 물론 아직 노선변화는 없다. 그래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다. 아무쪼록 지금까지의 기다리는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원칙에 입각하여 확고하게 기존의 정책을 추진하면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서민경제는 경제가 튼튼하게 성장하면 저절로 해결된다.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유경쟁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 용이하게 기업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그 핵심은 노동의 유연성이다. 바로 대통령이 말한 근원적 처방에 해당한다. 이 정확한 처방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중간에 타협하면 좌파들의 무리한 분배 노선과 구별하기 힘들 것이다. 원칙을 외면한 정책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원칙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 해결을 위해 보였던 원칙과 자세를 다른 분야에서도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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