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한국의 경제가 발전하여 G20회의 의장국이 되었다느니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바뀌었다느니 하면서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실종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조국의 통일에 대한 논의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한들 국토가 분단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절름발이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온전한 것처럼 자랑하려고 하여도 절름발이가 뭐가 그리 자랑스러울 것이 있겠는가.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나 지식들에게서 실망하게 되는 것은 이들이 마치 김정일과 협력하는 것, 소위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진보적이며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패배주의와 현실타협주의다. 이런 패배주의에 빠지고 현실과 타협하려는 비겁한 자세로서는 조국의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들이 시간이 우리 편이라는 가정 하에 안보관리 차원에서 김정일과 협력한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발언이나 태도를 보면 전혀 그런 전략적 차원에서 김정일과 협력한다는 전략적 자세를 찾아볼 수 없다.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애국가에 나오는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라는 기상이나 충성심을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의 신년사에도 그런 기상은 찾아볼 수 없다. 대통령 신년사의 남북관계와 관련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올해는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북한이 조속히 6자 회담에 복귀하길 촉구합니다. 그리하여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되고 본격적인 남북 협력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남과 북 사이에 상시적인 대화를 위한 기구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북한도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서길 기대합니다.”

이 부분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또는 “대화와 협력의 길”이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다들 김정일과의 회담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일과 만나는 것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이며 대화와 협력의 길이라는 것인데 과연 그러한지 의문이다.

우리 국토가 분단된 것은 소련과 미국의 분할 점령과 소련의 위성국가 설치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소련은 벌써 20년 전에 붕괴되었고 그 결과 독일이 통일된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독일이 통일될 때에 태어난 아이는 벌써 20세의 청년이 되어 통일독일의 일꾼이 되었다. 그 20년 동안 우리는 무얼 하였는가? 아직도 김정일의 눈치나 보면서 김정일에게 아부하기 바쁘니 한심하다고 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그 동안 김정일은 오히려 무력을 통한 한반도 적화의 노선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다. 북한 동포가 300만 이상이 굶어 죽고 국제사회의 제재가 지속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군사적 대결자세를 버리지 않고 강성대국을 목표로 선군정치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답게 오직 한 가지 목표, 전 한반도의 적화를 노리고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군사적 목적에 집중하고 있다. 백만 명 이상의 군대를 유지하고 있고 미사일과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의 대결을 피하지 않고 있다. 피하는 것은 오히려 미국과 한국이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은 화폐교환이라는 수단을 통해 북한 동포의 재산을 강탈하고 있고 김정은에게 권력을 3대째 세습하려고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인정될 수 없는 폭거다. 이 뿐인가. 북한동포는 아직도 여행의 자유도 없으며 학교선택의 자유도 없으며 직업선택의 자유도 없다. 언론의 자유니 양심의 자유니 하는 것은 아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인류역사상 최악의 군사독재를 실시하고 있다.

북한동포가 먹고 살기 위해 중국 땅에 나와 비인간적 삶을 견디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별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탈북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겪어야 하는 모진 비인간적 수난에 대해 한국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인들이나 지식인들은 오로지 김정일의 눈치나 살피는데 급급하고 있다. 점잖은 체 또는 잘 난 체 들 하고 있지만 사실은 비겁자들일 뿐이다.

김정일이 사생결단으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데 우리는 그저 안이하게 6자회담이나 논하고 남북대화나 논해서 자유통일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통일이라는 용어가 벌써 사라져서 그 어느 연설에서도 통일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통일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이런 기상으로 통일이 가능할 것인가? 비겁한 사람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대통령은 김정일과의 대화의 의제 가운데 국군포로나 납치자 문제를 끼우고 또 이번에 새로 제안하였듯이 국군용사 유해 발굴 작업을 거론함으로써 과거의 김대중이나 노무현과 차별화 되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런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김대중이나 노무현은 어차피 친북좌파였거나 반역자였으니 그렇다고 치더라고 대한민국의 헌법을 지키겠다고 선서한 올바른 대통령이라면 어찌 그 정도의 미온적인 자세로 대통령의 선서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헌법에는 분명히 통일 정책을 세우고 추진할 의무를 대통령에게 지우고 있다.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정책을 수립해야 하고 또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통일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통일부는 어디에 있는가?

김정일과의 대화나 추진하는 것이 통일정책인가? 그리고 통일부가 할 일이 겨우 남북대화의 주선인가? 그래서 통일부는 반역 통일부라는 소리를 듣게 되며 차라리 해체하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5대양 6대주의 모든 나라들과 전방위 외교를 펼치고, 남북관계도 실질적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표현함으로써 통일의 의무를 슬쩍 피하고 있지만, 이것은 김정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부러 통일이라는 말을 피하기 위한 얕은 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왜 당당하게 김정일이 물러나라고 요구하지 못하는가? 북한동포를 인간생지옥에 가두어 놓고 비인간적 생활을 하게 만드는 정권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것을 왜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라고 선언하였다. 소련을 정확하게 악의 제국이라고 규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소련을 붕괴시킬 수 있었다. 레이건 대통령이 만약에 소련에 대해 핵감축이나 논의하자고 하고 대화와 협력이나 논의하자고 하였다면 소련이 붕괴되었겠는가?

왜 대한민국 대통령은 김정일이 독재자며 그것도 최악의 독재자라고 말하지 못하는가? 김정일이 독재자요 북한이 악의 소굴이라고 말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겠는가? 김정일이 식견 있는 지도자 또는 통큰 지도자라는 거짓말이나 하는 김대중이나 노무현과 다른 것이 뭐가 있는가? 단지 침묵함으로써 김대중이나 노무현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비겁하다. 상대방을 정직하게 규정하지 못하면 정확한 정책은 수립할 수 없다.

세계역사상 최악의 독재자와 만나서 대화를 통해 무엇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지 알 수 없다. 김정일이 평생 추진해온 강성대국의 노선, 군사력으로서 생존하고 한국마저 적화하겠다는 전략을 그저 만나서 이야기 한다고 포기할 것으로 믿는다면 어리석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이 몇 백만 명의 동포를 굶겨 죽이면서까지 개발한 핵무기를 비료 몇 십만 톤과 쌀 몇 백만 톤과 바꿀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김정일이 미국과 거래하겠다고 핵실험까지 감행하는 오기를 그저 만나서 대화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면 정말로 나이브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김정일을 만나면 결국 김대중이나 노무현 꼴이 날 것이 뻔하다.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다고 하여 성공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닌가. 통일이 아니면 그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 단지 통일의 과정에서 안보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과 통일을 상실한 채 협력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안보관리는 김정일을 굳이 만나지 않아도 우리가 대비하면 된다. 김정일을 만날 때는 최소한 북한의 민주화를 도모할 수 있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키고 통일을 성취할 수 있을 때나 김정일을 만나 최후의 담판을 하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신년사 어디에서도 통일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을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며 그러면서도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언급하는 것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실망이다.

통일은 강한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의지를 상실하면 통일은 어림도 없다. 더구나 세계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를 독재자라고 비난할 배짱이 없다면 김정일을 만나봐야 그것은 굴복으로 비쳐질 것이 뻔하다. 왜 이런 공허한 행사에 목을 매다는지 정치권과 지식인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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