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부터 금년 초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는 별로 생산적이지 못한 논란에 휩싸였다. 그것은 친북좌파 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작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었지만 지금은 마치 그것이 대한민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제(議題)인 것처럼 국력을 소모하고 있다. 친북좌파정권이 노린 것이 이것이라면 그들은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왜 이런 쓸 데 없는 논쟁에 국력을 소모해야할까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세종시 문제다.

세종시의 근본적 문제는 수도권 인구 분산도 아니고 국토의 균형개발도 아니다.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풀어야 한다. 사실 수도권 인구 분산이나 국토의 균형개발이 국가의 가장 주요한 의제인지 여부도 검토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미 세종시의 문제는 문제로 등장한 만큼 그와 같이 기본부터 따질 여유가 없다. 말하자면 조건부 해답을 구하는 문제가 된 것이다. 최적해라면 아예 세종시는 없던 것으로 하면 좋으련만 이미 저질러 놓은 것이 있으니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고민이 있다.

그러니 원안이니 약속이니 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원안이나 약속에 문제가 있어 시작된 사안인 만큼 소위 원안이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사정이 발생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원안이나 약속만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며 따라서 문제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다. 문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극히 독선적이거나 별도의 의도가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근본문제는 과연 행정부처를 충청도로 옮기는 것이 타당하냐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수도권 인구 분산이나 국토균형 개발의 문제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도 근본적 의문이다. 만약에 인구분산이나 균형개발이 목적이라면 반드시 행정부처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할 근거는 약하다. 다른 방법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는 더욱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수정안은 인구 분산이나 국토균형 개발에 더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일부 반대자들은 왜 정부의 수정안을 반대하는가?

그것은 행정부처를 꼭 옮겨야 한다는 주장일 것이다. 그들이 내 건 행정부처 이전의 목적이라는 인구분산이나 국토균형개발과는 무관하지만 꼭 행정부처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기를 꺾고 대한민국의 행정효율성을 떨어뜨리고자 하는 반대한민국 세력의 음모일 것이다. 또는 노무현이 애당초 행정수도를 이전하겠다는 발상에서 보듯이 대한민국을 하나의 지방정부로 만들고자 하는 친북좌파의 음모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원안이니 약속이니 하면서 꼭 행정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것은 합목적적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친북좌파의 음모에 동조하는 의미가 있다. 마치 노무현 정권 시절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가 대북 특사를 자청한 것과 같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를 반기는 세력은 민주당과 친북좌파 세력이다. 나의 행동이 적에게 유리하다면 전략적으로 노선을 수정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박근혜는 막무가내식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강도론’도 논란이 지나치게 적대적으로 치달았다. 이 상황은 지난 경선 때의 ‘한방론’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동지 의식은 없는 극한적 적대감에 바탕을 둔 파멸적 논쟁으로 치달았다. 우리는 지난 경선 때 지나친 적대적 공격으로 일관한 박근혜의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고 그것이 순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선의의 경쟁을 넘어선 적대적 공격 이면에는 친북좌파와의 연계 가능성이 걱정되었다. 세종시와 관련한 막무가내식 반대의 이면에는 동일한 역학이 작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

박근혜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원안’이니 국민과의 ‘약속’이니 하는 원론적 이유 외에 왜 굳이 행정부처가 충청도로 이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여야 한다. 원안과 약속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진 만큼 원안이니 약속이라는 이유로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도대체 행정부처를 이곳저곳에 분산시켜 얻을 것이 무엇이 있는가?

서울은 그냥 서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도(首都)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수도인 이유는 대한민국의 정부가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없는 서울은 단지 서울시일 뿐 수도가 될 수 없다. 행정부처 이전이 수도로서의 서울의 위상을 해치고자 하는 음모의 일환은 아닌지 면밀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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