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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사변은 이미 지워진 역사처럼 느껴진다. 이른바 남북 화해·협력의 시대, 쓰라린 상처를 다시 꺼내어 말하는 것도 퇴행적 시도인 듯 여겨진다. 그러나 진정 ‘민족 통일’을 해야 하고 또 임박해 있다면, 6.25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더욱 절박한 온 겨레의 과제요, 풀어야 할 매듭이다.
6.25에 대한 가장 큰 실체적 진실은 북한의 남침과 그로 인한 살육이다. 북한은 지금도 소위 ‘남조선 괴뢰의 북침설’을 집요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모든 객관적 자료는 6.25가 김일성의 남침임을 입증한다.
김일성은 1950년 초 모스크바로 스탈린을 방문해 남침허가를 얻었고 다시 스탈린의 지시에 따라 모택동을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모택동은 만약 미군이 개입하면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일성은 스탈린의 조종과 모택동의 보증하에 남침을 감행한 것이다. 국제공산주의 세력의 노리개가 된 셈이다.
지금도 중국 만주 단동에 있는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 기념관에는 1950년 김일성이 모택동에게 보낸 자필편지가 있다. 편지에는 “약속한 바와 같이 중국 인민군의 직접 출동이 절대로 필요하게 된다”고 적혀 있다. 김일성은 이미 6.25사변 전에 중공군 개입을 합의했고, 대량학살을 작정한 것이다. 우발적 남침이 아니다. 김일성이 외세까지 끌어들여 숱한 무고한 자들을 살육한 사건이 바로 6.25이다.
6.25 당시 군인 사망자는 근대 국제 체제가 형성된 1500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전쟁 중 일곱 번째로 많았다. 통계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최소치로 발표되는 국방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한국군 사상자 60만 9천여 명(실종자 포함), 북한군 사상자 80만 명, 유엔군 사상자 54만 6천여 명, 중공군 사상자 97만 3천여 명 등 총 292만 8천여 명의 군인이 죽거나 다쳤다.
민간인 희생은 훨씬 많았다. 학살·납치·실종을 포함한 남한 민간인 사망자 76만여 명. 1953년 북한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북한 민간인 사망자는 108만여 명에 달한다. 즉 남북한 군인을 포함해, 6.25 남침으로 죽은 한국인만 212만6천여 명이다.
요컨대 김일성이 죽인 우리 민족의 숫자만 최소 200만 명을 넘어선다. 그 가운데 소위 ‘인민재판’을 통해 살육한 우익인사, 기독교인 등만 13만여 명에 달한다. 가장 끔찍한 순교의 행렬이 나왔던 사건이 또한 6.25였다.
한국인만 죽은 것은 아니었다. 미군 참전자는 178만 명, 그 가운데 5만 4천 260명이 전사했다. 1952년 미국 대통령이 되는 아이젠하워 장군의 아들을 비롯해 미군 장성의 아들만 142명이 참전했고 죽거나 다쳤던 사람은 35명에 달한다. 미8군 사령관 밴 플리트 장군의 아들, 지미 밴플리트 중위도 전사했다.
전쟁을 모르는 세대는 6.25 당시 죽어간 이들을 잊었고 또 잊어 간다. 심지어 80년대를 지나며 ‘인간 백정’, 수많은 가정을 파괴한 전범에 대한 칭송이 대학가로 번져갔다. ‘주체사상’이라 불리는 김일성주의는 급기야 운동권을 장악했다. 악마에 대한 숭배는 모든 가치를 뒤집어 버린다. 작금의 한국 사회 혼란은 80년대 뿌려져 맺어진 칙칙한 어둠의 열매인 셈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수의 국민, 기독교인마저도 역사적 망각의 늪에 빠졌다. 북한의 남침에 물을 탄 양비론(兩非論)과 양시론(兩是論) 또는 ‘외세가 내전에 개입해 민족 통일을 못했다’는 황당무계한 반미주의마저 횡행한다.
그러나 죽어간 자들의 주검이 없었다면, 남한은 북한이 돼 자유도, 교회도 사라졌을 것이다. 해방 직후 한민족 교회의 80%, 2944개에 달하던 북한 내 교회를 모두 파괴한 김일성은 남한의 736개 교회마저 불태웠을 것이다. 기독교 박해 세계 최악, 18년 연속 1등(2019 오픈도어스 월드워치 리스트)인 북한의 실상이 바로 한국의 모습일 것이다.
쪽 성경 하나를 지니고 있었단 이유로, 찬송을 흥얼거렸다는 이유로, 고문당하고 추방당하고 죽임당하는 북한 지하 기독교인들의 참상이 우리의 아들, 딸이 겪을 현재일 것이다.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이 모든 소중한 것들은 누군가의 땀과 눈물, 때로는 피의 대가로 얻어진 것이다. 감사를 모르는 자들은 때때로 혹독한 심판을 겪는다. 자신의 땀과 눈물, 피를 다시 바쳐야 할 수도 있다. 역사를 주관하는 분은 공의로운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어간 자들의 주검을 딛고 자유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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