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문제로 시끄럽다. 제정 반대는 뻔히 예상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박원순(朴元淳) 씨가 헌장을 만들겠다고 공약하고 실행에까지 옮겼던 것은 ‘시민 참여’라는 방식을 쓰면 가능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헌법(憲法)이 엄연히 존재하고 또 국민을 위한 다양한 법률(法律)이 존재하는 터에 이와 중첩(重疊)되는 내용을 주로 담은 인권헌장을 왜 만들려 하는 것일까.

박원순 씨가 말하는 ‘시민’이 과연 대표성 있는 서울시민인지, 그가 벌이는 일들이 올바른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일각에서는 근래 들어 서울시에 큰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무슨 일이 더 벌어지기 전에 속히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은 현재로선 폐기된 상태이다. 헌장 제정 임무를 부여받았던 시민위원회는 ‘정상적인 표결을 거쳐 인권헌장을 최종 확정했다’며 ‘선포하는 일만 남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헌장 제정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된 소위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에 대한 시민위원회의 전원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실은 기독교·보수 단체가 강력 반발한 것이 수용불가의 주이유로 보인다.

예상보다 강한 반발에 부딪혀 주저앉고 만 것. 그러나 시민위원회는 조만간 위원회 차원의 선포식을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간 박원순 시장이 보여 온 행태로 보면 그 문제는 포장을 달리하여 언제 재논의 될지 모른다.

이번에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이 무산된 주원인은 ‘성소수자’ 관련 조항 때문이지만 필자가 문제라 생각하는 점은 따로 있다. 이 때문에 인권헌장은 절대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나아가 박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필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인지 짚어본다.

<이상한 조항>

먼저 문제의 조항(소위 ‘성소수자 관련 조항’ 즉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1장 일반원칙 제4조)을 살펴보자.

『서울시민은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출산, 가족형태·상황, 인종, 피부색, 양심과 사상,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학력, 병력 등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위에서 ‘양심과 사상’,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와 관련,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명기(明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는,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법(法)에 어긋나는 일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임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헌장에 명기해두려 한 것일까. 더군다나 ‘양심이 보호받아야 한다’고만 하면 족한 것을 ‘사상’까지 덧붙여놓고 이어서 ‘정치적 의견’까지 나열해놓은 까닭은 무엇이냐는 말이다.

<박원순 체제 서울시가 벌인 일>

박원순 시장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이다. 관련 책을 2권씩이나 낸 사람이다. 서울시 산하의 각종 위원회에는 박 시장과 이념(理念)성향이 비슷해 보이는 인물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문제발생의 단적인 예가 바로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의 침묵에 의한 북아현동 거대 숲 파괴 사건이다.

박원순 시장 체제의 서울시는 좌편향 시민단체에 노골적인 지원을 해왔다. 월간조선은 서울시가 3년간 특정 정치성향 단체에 준 돈만 138억 원이라 보도한바 있다.

예를 들어 국가보안법 폐지 집회 등에 활발히 참여한 ‘환경정의’라는 단체의 경우 10년간 받지 못했던 지원을 박 시장이 취임한 후 3천3백만 원이나 받았다. 그밖에 박 시장을 음양(陰陽)으로 도운 인물이 소속된 단체들에 대해 서울시는 편파적으로 보일 정도의 지원을 하였다(이에 대해서는 2014년 월간조선 6월호가 상세히 보도하였음).

이러한 행태가 알려지자 상당수 시민이 서울시 산하의 위원회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게 되었다. 박 시장이 자신의 야망에 부합하는 활동을 할 만한 사람들에게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제공해주려 애쓰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하게 된 것. 앞서 언급한 환경정의라는 단체의 소속원이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함에도 그 단체명, 위원회명에 전혀 걸맞지 않은 '북아현 숲 파괴 사건'이 발생하자 시민들은 더욱 박 시장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눈길을 박 시장과 그 측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시정(是正)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릴까 한층 음밀(陰密)한 행정을 펼쳐 나갈까.

그간 박 시장이 보인 행태를 보면 서울시의 편파적 시민단체 지원은 멈춰질 것 같지 않다. 오히려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진화된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갈 길이 바쁜 사람이다. 박원순표 ‘에너지살림도시 서울 종합계획’ 등을 본 궤도(軌道)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민 인권헌장이 필요한 진짜 이유>

‘에너지살림도시 서울 종합계획’을 보면 서울시가 재정(財政) 지원을 할 일투성이인 것 같다. 이 계획에 따라 일정 기구를 조성하고 시민단체를 참여시킬 경우 결과적으로 박원순 시장과 뜻을 같이 하던 단체가 기구를 장악하고 합법적으로 시민의 혈세(血稅)를 지원받게 되는 양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그 계획에서 규정하는 ‘활동가’는 무슨 '운동원'으로 전락할 것 같아 우려된다(조갑제닷컴 ‘환경문제 가지고 장난치는 박원순을 시민들이 끌어내려야 하는 이유들’ 참조).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박 시장은 어떻게 반박할까.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을 하는 자,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가 있는 자, 종북(從北)성향 정당을 공개 지지한 자들을 서울시 산하 위원회에 들이지 말고, 그런 자들이 활동하는 단체에 지원하는 것을 중단하라는 주장에 박 시장은 과연 어떤 논리로 반박하려 했을까.

바로 이런 문제에 대비해 서울시민 인권헌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즉 ‘양심과 사상,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서울시민 인권헌장에 따라 정당한 행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려 했을 것 같다는 말이다.

그간 박원순 시장이 보인 행태는 다분히 이중적이었다. 박원순표 성동격서(聲東擊西)식 행정을 펼쳐왔다고 본다. 박 시장으로부터 인권헌장 제정 임무를 부여받은 이들이 뻔히 논란이 예상되는 ‘성소수자’ 관련 부분을 명기하려 든 것은 해당 시민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자, 종북성향 정당 공개 지지자 등을 제도권에 데려다 놓더라도 문제되지 않도록 획책하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한 일종의 성동격서식 끼워 넣기라 본다.

<國保法 무력화 시도와 환경파괴는 必然, 속히 주민소환 추진해야>

헌장 제정 저의(底意)가 실로 무엇이건 간에 결론에 있어 서울시민 인권헌장은 불필요하다. 있는 법(法)만 잘 지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서울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환경보호와 국보법 폐지 구호가 같은 곳에서 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에. 환경파괴와 국보법 무력화 시도가 결코 무관치 않다는 것에. 박 시장과 그 측근들에게 ‘양심과 사상’,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한마디 하고자 한다.

우리 헌법(憲法)은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좌익(左翼)세력이 국가보안법을 어기거나 그 법 폐지를 주장할 때마다 어김없이 들고 나오는 규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러한 권리를 무작정 보장하지는 않는다. 좌익의 말장난에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대법원은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학문의 자유 등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이기는 하지만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며,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과 적용한계를 위와 같이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이를 제한하는 데에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서울시민들은 박 시장 체제의 서울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불안해하고 있다. 그간 발생한 일만 놓고도 주민소환을 추진해야 마땅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박 시장과 측근들은 서울시정을 쥐고 있는 동안은 행여 멀쩡한 기존질서를 흔드는 일을 획책치 말고 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훼손된 자연을 돌이키는 것에나 전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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