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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 북한정권 숨통 터주기'라는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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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日 연합뉴스는, 북한이 요청하지도 않은 구제역 방역작업을 해 주겠다고 나선 정부 움직임과 관련하여 ［'좋은 행동엔 보상'... 정부 대북 메시지 담겼나］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냈다. '그런 건(이산가족 상봉 행사) 전혀 개의치 않았고 정부는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 의사를 전달한 것'이라는 정부 당국자의 언급이 기사에 나오는데, 무엇보다 타이틀의 '좋은 행동엔 보상'이라는 표현은 특히 우리에게 트라우마를 주기에 충분하다.
정부관계자가 직접 언급한 것이 아니라 기자가 붙인 표현이지만, 향후 박근혜 정부가 잘못된 대북정책을 펼쳐나가는 근거가 될 것만 같아 불길함이 밀려 온다. 우리 스스로는 부인하고 싶지만, 우리는 아직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 놓여 있는 듯하다.
'유엔인권위'의 대북 경고가 나오고 국제사회의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이 시기에, 어울리지 않게 대북 유화책이라는 카드를 고려하는 듯한 박근혜 정부의 오해받을 만한 최근의 움직임은 이러한 면에서 참으로 우려스럽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先비핵화 後대화'의 原則에, 우리는 '先대화 後비핵화' (또는 '대화/비핵화 竝行')'라는 變則을 고려하고 있는 듯한 태도는 충분히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만한 것이 된다.
미국 중국 간의 대립강도가 점점 세어지는 한편, 일본 중국 간의 대립 또한 격화되며, 우리와 일본 간의 관계도 거의 적대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 상황이 우리의 운신의 폭을 매우 좁게 만들고 있는 상태에서, 통일을 위한 가시적 성과를 염두에 둔 박근혜 정부가 일종의 '초심을 잃어버린 변화'를 대북관계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은 일종의 돌파구로 보이지만, 결국 자충수가 될 확률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현행 대북제재를 통한 비핵화' 또는 '임계상황 도래에 따른 북폭에 의한 핵제거'라는 두 가지 유력한 시나리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앞의 것은 (임기내) 기약이 없어 보이고, 뒤의 것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의 실전배치 등 임계상황을 초래하여 결국 두 번째 시나리오로 핵 문제가 종료될 확률이 현실적으로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결과만 알 뿐 그 정확한 실행 시기와 구체적 방법까지는 100% 통제하지 못하는(Out of control) 큰 불확실성에 우리는 놓이게 된다. 확실한 국제공조를 통하면, 사실 이 시나리오 만큼 확실하고도 안전하게 핵을 제거하는 방법은 또 없을 것인데 현 정부는 이러한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단호함과 '死即必生'의 정신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작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서 무슨 효과가 있는가?'라는 언급을 했다. 그리고 북한은 '서해 불바다' 등 노골적 위협을 그 후 지속적으로 가해 왔다. 그런데 대통령은 자신의 이러한 단호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불과 몇 개월 후의 해외 순방 길에서 '김정은과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유화제스처를 보이는 등 이미 공언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스스로 깨는 혼선을 보일 정도로 현재 우리의 대북정책은 일관성 측면에서 많이 불안정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는 예측가능(In control)한 대북정책을 펴 나가겠다는 이유를 내세워, 미국 등 우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햇볕정책을 펴 나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결국, 퍼주고 핵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과거 고질병의 재발이다. 국제사회 모두가 대북제재에 열심인데, 한국은 반대로 나가겠다는 것으로서, 이 경우 결국 우리의 독단은 국제사회의 공조를 깨는 '적전분열' 현상만을 초래할 뿐이다. 이후 기다리는 것은 핵 위기만 더욱 증폭된 한반도 상황이 될 것이다.
결국, 여기까지 가는 과정 중에, 동맹인 미국과의 갈등은 뻔한 것이며, 최악의 경우 우리의 무리한 정책이 계속되면, 국제사회로부터 '남북야합'(핵 보존을 전제로 남북간 느슨한 결합 시도 등) 같은 오해마저 살 수도 있다. 치적에 매몰된 집권정부가 떠안아야 할 부작용이 되는 셈이다. 나중에 핵 사태가 더욱 악화되면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은 당연히 그 신뢰를 많이 상실하게 될 것이고 이후 한국은 한반도의 핵 문제에서 그 주도권을 내놓도록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게 되는 상황까지도 충분히 전개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통일대박'은 좋지만 그 과정도 충분히 좋아야 한다. 잘못된 사욕 등으로 오히려 敵만 이롭게 하고 禍만 불러 온 사례가 아직 생생하게 우리 가운데 '트라우마'로 남아있는데 지금 또 그러한 길을 가려고 한다면 이는 정말 안 될 일이다. 부디 정부는 오해 사지 않도록, 국제사회와 잘 공조하면서 일관되고도 단호한 대북정책을 지속적으로 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임기 중에 뭔가 해내겠다는 '사욕'부터 버려야 한다. 한국이 지금 위기에 빠져있는 원인도 다 알고 보면 바로 '이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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