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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대의 난제는 인물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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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옛 산이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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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담, 박연 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로 알려졌던 명기 황진이가 이렇게 읊었다고 전해집니다.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나니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아여 가고 아니 오노메라
황진이도 한 시대를 탄식한 것 같습니다. “큰 인물들은 다 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나라의 앞날이 근심스럽다”는 뜻으로도 풀이가 됩니다. 연산군을 거치고 중종에 이른 조선조 중기에 이미 인물난이 극심했던 듯 합니다. 서화담이 벼슬을 사양한 것도 그런 시대적 상황이 원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 최대의 난제는 인물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살아있는 지성 있는 한국사람 치고, 이승만 박사의 장기 집권이나 자유당의 부정선거를 개탄하고 자유당 정권 타도를 부르짖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폭풍은 가고 물결은 잔잔해진 연후에 강바닥을 분명하게 들여다보니,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역시 큰 인물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G20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끝낸 대한민국이 없었을 것이 확실합니다.
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반대하던 신익희·조병옥도 거물급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요새 정국에는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아서 매우 아쉬운 느낌입니다. 언제 쯤 되면 호남의 유능한 인재들이 ‘김대중의 주문’을 타파하고 민중 앞에 나타나, 김성수·송진우처럼 이 겨레를 자유민주주의의 깃발 아래 하나로 묶어 우리로 하여금 태평양의 새 시대의 주역이 되게 할 것입니까.
어찌하여 이인제, 손학규는 자기들의 정당을 등지고 엉뚱한 길로 가서 국민을 이토록 실망케 합니까. 이회창이 제 길을 가고 있다고 믿는 한국인은 많지 않습니다. 왜 한 길을 가지 못하여 전 국민의 신망을 잃게 됩니까. “인걸도 물과 같아여 가고 아니 오노메라”라고 읊으며 우리도 황진이와 함께 물처럼 흘러간 거인들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건가요.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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