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초치를 받은 그 어느 부처의 당국자도 콧배기조차 비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 당국자도, 총리실도, 국토해양부도. 그러니 “당국자의 이야기라도 들어보자”고 한 주교들의 체면이 어떻게 됐겠는가? 아니, 체면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아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을 것이다. 필자 같았어도 “그래? 그럼 나도 반대다”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되자 예(例)의 청와대 당국자는 이렇게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주교들) 말이 통할 것 같지가 않아서 안 갔다”. 더 한심한 것은 자기들끼리 나눈 이 말들이 밖으로 새나왔다는 점이다. 필자의 이 취재는 크로스 체킹을 하지 않은 초동단계의 정보다. 따라서 당국자들이건 천주교측이건 이 기사에 정정을 요청하면 100% 경청하겠다.

 그러나 이게 사실일 경우라면, 필자는 이런 정부는 난생 처음 본다. 권위주의 정권이든 민주화 정권이든 이 정도로 허무맹랑한 정권은 없었다. 4대강 사업이 옳으냐 그르냐 하기 이전에, 이렇게 ‘정치’를 모르거나 안 하려는 정권은 정말 처음 본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명박 팀은 아예 팀도 아니다. 필자는 이 취재가 정확하지 않은 것이기를 바란다. 그러니 그렇다, 그렇지 않다 확인을 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다.

 불교하고도 웬수가 되더니 천주교하고도 웬수가 돼가지고서야 어떻게 정권이 견딜 수 있겠는가? 주교회의는 그까짓 ‘정의구현 사제단’ 수준이 아니다. 그것은 로마 가톨릭의 공식기구다. 여기다가 천안함까지 겹쳤으니, 쯧쯧쯧...

류근일 2010/3/29

류근일의 탐미주의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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