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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친이’가 격돌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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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이나 용어가 새로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말들 중에는 흥미진진한 것도 있습니다. 지난 2년 남짓, ‘친이’ ‘친박’이라는 신조어가 심심치 않게 나돌더니 요새는 언론마다 ‘격돌’이라는 표현을 즐겨 씁니다. 무슨 뜻입니까. ‘친박’ ‘친이’가 소 이름입니까. 개 이름입니까.
스페인에는 투우장이 있어서 소와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소와 소가 맞붙어 싸우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미개한 지역에서는 아직 소싸움도 있고 개싸움도 있습니다. 할일 없는 백성이 그 싸움을 즐기며 소일합니다.
권투니 K1이니 하는 문자 그대로 ‘격돌’의 시합이 있습니다. 너무 참혹해서 시청자들 중에는 아예 그 채널을 꺼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패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광경이 보기에도 역겨워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링 위에 나타나 ‘격돌’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아직도 힘에 있어서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단연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은 이제 이 시합에 대해 완전히 흥미를 잃었습니다. 아니, 노무현이 2002년 대통령 후보가 되어 “재미 좀 보기 위해” 대전 사람들에게 무심코 던진 ‘수도이전’의 허풍이, 8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오늘, 계속 이 나라의 정국을 난장판을 만든다면, 후손들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를 향해 뭐라고 할 것입니까. ‘격돌’밖에 방법이 없다면 ‘격돌’하세요. ‘격돌’해서, ‘친이’도 없고 ‘친박’도 없는 아름다운 새 세상이 되게 하세요.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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