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유명해지면서 막걸리의 영문표기가 화제에 올랐다. 국립국어원에서 제정한 로마자 표기방식에 따라 막걸리를 영문으로 표기하면 makgeolli가 된다고 한다. 결과를 보면 어떻게 해서 이런 표기법이 제정되었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것도 국립국어원에서 제정한 표기법에 따른 결과가 이렇다고 하니 한국의 지성인들의 집합적 지혜가 겨우 이 정도 수준에 불과한가 하고 생각할 때 참으로 부끄러울 뿐이다. 집합적 지혜가 한 두 명의 똑똑한 사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한국은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직감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불가능한 것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착각하는 우직한 학자들 때문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원어민도 아니면서 마치 자신들이 영어를 잘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몇 명의 말발이 센 사람들 때문에 표기법이 그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고 그 때마다 개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개악이 되는 것을 보았다. 예를 들어 pusan(부산)이 하루 아침에 busan으로 바뀌어 국제적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우리 글에서도 점 하나가 틀리면 전혀 다른 의미의 글이 되는 것을 영어에서 철자가 틀리면 전혀 다른 단어가 되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이런 어리석은 일이 생기는 이유는 역시 표준에 대한 관념이 약하고 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관념이 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특히 한국과 북한의 영문 표기법이 다르다보니 한 때는 자음은 한국의 표기법을 그리고 모음을 북한의 표기법을 채택하자는 웃지 못할 주장도 있었음을 상기할 때 우리나라의 학자란 사람들의 발상의 유치함은 일일이 지적하기 힘들어 그냥 넘어갈 뿐 참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일찍이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은 1930년대에 이미 맥퀸-라이샤워 체제가 마련되었고 미국에서도 한국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 체제를 따르고 있다. 다만 한국 사람들만이 이 체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영문표기를 한다. 그래서 같은 ‘이’씨 성도 사람에 따라 lee가 되기도 하며 또는 yi가 되기도 하며 또는 rhee가 되기도 한다. 한글로는 동일한 성씨가 영어로는 전혀 다른 성씨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맥퀸-라이샤워 시스템에 의하면 yi로 표기함이 맞다.

또한 한글을 영어로 전환하면서 한글 자모에 구애받아 영어 표기도 한글식으로 표기하면 된다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성씨 ‘최’의 경우 모음이 ‘ㅗ’와 ‘l'의 결합이라고 하여 영어로도 ’o'와 ‘i'을 조합하여 ’choi'라고 표기하니 영어로서는 ‘초이’라고 발음하는 이상한 현상이 생기게도 되었다. 최씨 성이 영어로 표기하면 갑자기 초이로 바뀌이 이 얼마나 우습고 황당한 일인가? 그래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이 한국 사람들의 특징이다. 물론 성씨는 고유명사이니 일관성만 있다면 그래도 만족할 만하다.

발음은 언어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로 일대일로 대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일대일 대응을 시켜야 한다. 문제는 표준이 정해지면 그것을 모든 사람이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일관성이 유지되고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발음과 영어 발음은 일대일로 대응이 안 되니 억지로 일대일 대응을 시켜야 한다. 맥퀸-라이샤워 시스템을 이 일대일 대응을 잘 처리하였다. 그래서 영어로 표기된 것을 정확하게 한글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맥퀸-라이샤워 시스템에서는 일반 타자기에서 쓰이지 않는 부호들을 몇 개 사용하여 일일이 손으로 부호를 그려야 하는 난점이 있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에 바탕을 두고 그 불편함만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고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국의 학자들은, 또는 정부 기관은 아예 이것을 무시하고 마치 한국어 발음을 정확하게 영어로 매칭시킬 수 있는 듯이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쳤다. 모두가 부질업는 짓이었다. 그렇게 부질없는 짓을 하다보니 지금 국립국어원에서 만들었다는 표기법에 따라 막걸리를 영어로 표기하니 makgeolli라는 우스운 표기법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것을 영어 원어민에게 읽으라고 하면 이것을 막걸리라고 읽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무식하고 무지해서 이런 일이 생긴다.

한글의 로마자화와 관련하여 우리는 너무나 어리석은 시행착오를 많이 저질렀다. 학자들의 무지와 무식 그리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무식하여 용감했기 때문이 이런 혼란이 생긴 것이다. 이미 마련된 좋은 표기법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더 좋은 시스템을 창안할 수 있다는 오만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우리는 아마 다시 맥퀸-라이샤워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특정 부호는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도록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니면 타이프에 해당 부호를 첨가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한국학 학자들이 따르는 로마자 표기법을 한국 학자들만 따르지 않는 오만함을 우리는 버려야 한다. 표준은 지켜야 표준이 되며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영어 water를 발음하면서 마치 ‘워터’ 대신에 ‘워러’라고 발음해야 영어발음인 것처럼 착각하는 착각이 이런 혼란을 가져왔다. 우리는 보다 정직해질 필요가 있고 어떤 제도가 마련되면 그 제도를 지키는 습성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최소한의 조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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