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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어두운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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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일성 부자의 34년 뒤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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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목의 프로가 BBC에서 방영된 적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의 한 휴양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많은 유골들이 발굴되고 있었습니다. 평상복을 입고 이 끔찍한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혹시 그 유골이 자신의 조상의 유골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페인의 공화파와 프랑코의 정부군 사이에 벌어진 내란은 1936년부터 3년 동안 무수한 희생자를 냈고, 프랑코 총통은 공화파의 전사들을 무자비하게 총살하여 그 곳에 묻었다는 것입니다. 프랑코는 30년 동안 스페인의 독재자로 철권을 휘둘렀습니다. 그가 죽은 지 이미 34년이나 되는 이제, 비로소 “스페인의 어두운 과거”가 방영이 되고 그의 독재를 비호한 스페인의 가톨릭교회의 사제들도 모진 비난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끝난 일이니 덮어두자는 노인들도 있지만, 희생자의 후손들에게는 참을 수가 없는 아픈 상처일 것입니다. 1975년의 프랑코의 장례식은 엄숙하고 웅장했으며, 그가 죄수들의 강제노동으로 만든 그 장엄한 채플과 그의 대리석 무덤은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가 될 것인지, 프랑코의 측근들과 지지자들은 걱정하지 아니할 수 없을 겁니다.
나는 김일성 부자의 34년 뒤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역사란 그런 것입니다. 오늘의 찬양이 앞으로 30년, 40년 뒤에도 이어질 것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그리고 가장 공평한 심판은 역사가 한다는 것이 어김없는 사실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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