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의 고민은 우리의 방침을 유엔에 관철시키기 위해 주도적으로 움직일 공간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한국은 현재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제재 논의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고, 이사국인 미국·일본 등을 통하는 '간접 참여'만 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일본과의 공조체제는 확실히 구축돼 있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정부 관계자)는 얘기다. 최근 미국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의 도발에 과잉 대응하면 오히려 북한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정부는 유엔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대북 제재도 검토 중이지만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에서 '대북 지렛대'로 삼을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 정부 관계자는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 때는 식량·비료 지원 중단 카드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다. 개성공단 카드는 최근 키리졸브 한·미 군사훈련 기간 경험했듯 오히려 북한측이 통행 차단과 허용을 오락가락하며 대남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독자적 제재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참여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또한 야당 등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PSI에 참여하면 북한과 전쟁 난다"는 식의 논리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이를 돌파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2006년 내용상으로는 북한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재인 1718호 결의가 채택된 뒤에도 곧이어 6자회담이 열렸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고 곧바로 대북관계가 파탄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대북 제재 추진 방침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