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통일, 곧 북한동족의 해방을 목표로 건국된 나라다. 이 같은 가치와 이념은 1948년 국회 개원 당시 ‘하나님께 바치는 나라와 민족을 기도문’ 안에 투영됐고 헌법에 규정됐다. 북한동족이 남한국민과 같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누려야 하는 ‘국민(國民)’이라는 의지는 헌법 제3조에, 이들을 하루빨리 해방하는 자유통일을 하라는 결단도 헌법 제4조에 담겨진 것이다. 건국 이후 여러 차례 헌법이 바뀌었지만 자유통일의 국가적 사명은 부정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이 곧 자유통일인 탓이다.

한국은 무엇보다 자유통일을 통해 사악한 북한정권을 끝내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무엇보다 북한의 집요한 지하당 공작과 남한 내 반체제 세력의 발호를 막기 어렵다. 좁은 국토, 빈약한 자원, 많은 인구, 척박한 환경은 공산주의의 좋은 토양이다. 대륙을 열고 초원을 달리지 않으면 국민은 불평·불만, 사탄적 관념론에 휩싸여 국가의 자살로 치닫기 쉽다.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선교적 사명을 지닌 교회는 더욱 그렇다. 북한은 세계선교의 쇠 빗장이고 높은 산이며 막힌 담이다. 자유통일은 건국의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맺은 언약의 실천이다. 나라의 파수꾼 역할을 감당한 교회는 ‘이제는 북한동족의 복역의 기간을 끝내 달라’고 탄원해야 한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쇠 비장을 꺾고 높은 산을 평탄게 하며 막힌 담을 열어달라고 호소해야 한다.

하나님은 기회를 주셨다. 나라를 잘살고 해 주셨고 ‘철의 장막’도 허물어 주셨다. 한국은 80년대 경제적 성취와 90년대 공산권 붕괴를 거치며 자유통일로 갔어야 했다. 그러나 풍요를 맛본 한국인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부패와 향락, 음란에 젖기 시작했다. 96년 1인당 GDP가 1만 불을 넘어설 무렵 북한주민의 떼죽음이 시작되고 중국으로 몰려나온 탈북자들은 짐승처럼 팔려갔다. 만일 한국정부가 10만 명만 탈북자를 수용했다면, 아니 한국교회 일부라도 “정권을 끝내고 동족을 살려 달라”고 기도하며 거리와 광장을 메웠다면, 자유통일이 가능했을 것이다.

현실은 전혀 달랐다. 잘 살게 된 한국엔 모텔과 술집이 늘었고 97년 IMF외환위기를 자초했다. IMF 이후 회개와 회복의 불길 대신 이른바 남북교류·협력시대가 시작됐고 대북(對北)지원도 본격화됐다. 대북지원은 서독의 프라이카우프(freikauf : 자유를 사 오는 조건부 지원)처럼 북한의 변화를 조건으로 했어야 인도적 목적을 이루고 통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선악의 분별이 옅어진 한국인은 무차별 지원에 나섰다. 상당수 교회마저 “김일성 수령이 곧 하나님”이라 부르는 봉수교회와 연합했다. 참람(僭濫)되고 일그러진 이른바 남북교류·협력의 물길을 따라 북한의 공산주의·주체사상까지 관용하고 이제는 가장 악질적 우상인 종북주의가 판치는 상황을 자초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의 회복은 자유통일이라는 국가적 비전을 새롭게 하는 데 있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방종이 아닌 북한해방의 조건부 자유인 탓이다. 가야 할 곳, 해야 할 일, 사명이 있는 국가는 썩지 않고 회복이 가능한 것이다.

1948년 건국(建國)이 ‘출애굽’이었다면 자유통일의 가치를 담은 헌법(憲法)은 시나이산에서 받은 ‘십계명’과 유사하다. ‘출애굽’의 해방이 ‘십계명’을 이루기 위했던 것처럼 건국은 자유통일의 헌법적 가치를 이루기 위해 이뤄졌다. 대한민국은 자유통일을 위해 세워진 나라며 자유통일 이후의 비전은 요단강 건너 만나게 될 ‘젖과 꿀이 흐르는 땅’과 같다.

한국인은 60년 수많은 기적을 맛보며 자유통일의 신령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 40년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으며 요단 강 앞에 선 유대인과 같은 처지다. 북한의 정권 붕괴와 동족 해방, 자유통일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정탐꾼이 아닌 여호수아와 갈렙의 믿음이 필요하다. 두려워하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선하고 의로운 행진에 하늘도 도움을 줄 것이다.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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