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미국의 영웅은 일종의 巨人(거인) 기업가들이었다. 하딩과 쿨리지를 지지한 토머스 에디슨이 그들을 이끌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은 자본주의 기업의 미덕을 부정하고 集産主義(집산주의) 가치를 옹호했다. 루스벨트는 1930년대 시대정신에 딱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다.

뉴딜정책으로 불리는 개입주의는 이를 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사회주의 가치가 범람했고, 소련이 고통 받는 미국을 대신해 더 훌륭한 대안 체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커졌다. 1930년대 초에는 미국 밖으로 이민을 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다. 소련 무역기관 암토크(Amtorg)가 6000명의 숙련노동자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자 1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지원했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이 암울한 시대를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의 고통을 끝낸 것은 뉴딜정책과 같은 사회주의적 모험이 아니라 전쟁이었다. 1940년 2차 대전이 터지자 미국의 경제는 급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한 케인즈조차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의 전시 생산 체제는 결코 희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뉴딜정책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일종의 자극이 되어 더 큰 개인소비와 더 높은 생활수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한 국가의 문제는 外向的(외향적) 발산과 內向的(내향적) 수렴의 두 가지 해법을 갖는다. 外向的 발산의 길을 걸을 때 나라는 커지고 內向的 수렴의 길을 걸을 때 쇠락한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신명 나게 돌아다녀야 사는 법이다. 집안에서 식구끼리 싸움 나면 만사 불통이다.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은 가정 뿐 아니라 국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계급과 계급의 갈등을 자극한 사회는 고꾸라진다.

전쟁은 外向的 발산의 전형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지중해이야기’에서 일갈했듯, 인간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전쟁을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은 누적된 부패와 증폭된 갈등을 ‘한 번에’ 풀기 위한 또 다른 外向的 발산의 길이 있다. 전쟁이라는 폭력·무력·완력이 아닌 북한 동포의 마음을 선점해 얻게 될 평화적인 자유통일이다. 이것이 소위 양극화·불평등·부조리·부패와 피 말리는 경쟁 등 한국인의 마음을 힘들게 만드는 쓴 뿌리를 뽑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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