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하여 국내 반미정서 확산이 우려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는 현상으로 걱정이 앞선다.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도 우려해야 한다. 자세히 살펴보자.
한미FTA 반대 시위 양상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2011년 11월5일부터 시작된 한미FTA 반대 시위대의 주말 집회가 5주째 이어지고 있다. 2011년 11월22일 FTA 비준안이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처리되면서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이 대거‘장외투쟁’의 선봉에 나서면서 주말 집회·시위가 과격해지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월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월28일 국회 앞 시위 이후 매주말 여의도와 서울역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 등 서울 한복판에서 FTA 저지를 명분으로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FTA 비준안 통과 이후 과격해진 시위는 지난11월26일 종로경찰서장 폭행사태를 계기로 참가자들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야당에서 당 지도부까지 적극 거리로 나서면서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도 끊이지 않고 있다.
12월3일(토) 밤, 야권 5당과 한미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범국본) 등이 서울 종로와 청계광장 등지에서 주도한 ‘한미FTA 비준 무효촉구 대규모 시위’는 당초 정당연설회 형식으로 열렸다. 그러나 야당 인사 등 20여명과 시위대 3200명(경찰 추산, 주최 측 추산 1만 명)은 경찰저지선을 뚫고 도로로 진입하면서 불법집회로 변질돼 시위대 10명이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 도심의 종로와 남대문로 일대의 대로가 시위대에 점령됐고, 교통도 1시간 넘게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집회는 기자회견과 정당연설회 등을 여는 식으로 야당의원들이 시위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 10월 말부터 범국본 등이 주도하는 한미FTA 반대 집회에 빠지지 않고 모습을 보였던 야당의원들은 FTA 비준안 통과 이후 장외투쟁을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일부 야당의원들은“종로경찰서장 폭행 사건은 경찰의 자작극”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선동적인 주장을 제기했고, 국회에 최루탄을 투척하는 돌출 행동을 보였던 김선동 의원도 주말집회에 어김없이 마이크를 잡지만 시위대의 불법성에 대한 지적은 오간데 없다.
그리고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몽드가 2011년 12월6일 한국과 미국 간에 체결된 FTA을 둘러싼 논란을 전하면서 한미FTA가 한국에서 도전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르 몽드는 이날 도쿄발 기사를 통해 지난 11월22일 국회에서 한미 FTA가 비준되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명한 후 반대 여론이 가열되고 있다면서 서울에서 매일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제1야당인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내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FTA를 파기할 것이라고 공약했다며 일부 한국인들의 반대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긴 하지만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시위 때보다는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신문은 그럼에도 이번 한미FTA 반대여론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판사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FTA 비판여론을 전했다.
한미FTA를 집요하게 반대하는 세력의 주축은 친북·종북·반미(親北·從北·反美)세력으로, 2008년 4월~8월 미국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난동시위를 주도했던 세력들로 구성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들 주도세력은 2006년 6월4일 미국에서 한미FTA 반대시위를 했다. 도미(渡美) 원정시위대(40명)는 이날 오후 백악관 주변 도로 4km구간에서 미국 내 한인단체 및 미국 내 반전·반세계화 단체 관계자 등 250여명과 함께 행진을 한 뒤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FTA 협상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주한미군 철수’도 요구했다.
미국의 선택은?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를 경험한 미국은 이번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당시 버시바우 주한美대사(2005.10~2008.9)는 2008년 12월5일 워싱턴의 한미경제연구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재임기간 중 발생했던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한국민의 시위가 ‘의심할 여지없이 자신의 외교관 생활 중 가장 기이하고 당황스런 경험’이었다고 회고하면서 당시 한국민의 반감 탓에 자신과 자신의 아내가 거의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만약 반미감정이 2008년과 같이 확산될 경우 미국은 안전상 주한미군의 전면철수를 고려할 것이다. 과거부터 미국은 반미감정이 심한 나라에는 미군을 주둔하지 않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주한미군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 2006년 1월19일 워싱턴에서 한미 간 합의됨에 따라 주한미군은 한국과 협의 없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여건이다. 미국은 그간 전·평시 한반도 방어에 필수적인 주한미군 10대 군사임무를 수행하면서 전쟁억제력을 유지해왔는데 이것을 한국의 요구에 따라 2004년 8월~2008년 9월간 한국군에 모두 인계했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고려할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게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바로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다. 미국이 이 조건을 수용하면 북한은 미국에게 ‘대량살상무기 해결, 미국의 대(對)중국 봉쇄전략에 참가, 한국 내 미국자산 보장’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런 요구를 1994년 1차 핵 위기부터 수차례 미국에 제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과의 굳건한 동맹정신으로 북한의 요구를 계속 거절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이런 요구를 수용하는 날에는 한국 안보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70년대 반미감정 고조로 주둔미군이 철수한 자유월남은 北월맹(主敵)의 침공으로 곧 공산화되었다. 1990년대 반미감정 고조로 주둔미군이 철수한 필리핀(주적이 없음)은 중진국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미동맹은 한국안보에 중요하다. 그러나 한미동맹도 영원한 것이 아니다. 동맹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잘 관리해야 한다. 양국 국민 간에 정(情)이 오가야 건전한 동맹이 지속될 수 있다. 만약 우리의 잘못으로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경우 우리는 핵무장한 북한(主敵)을 혼자 대응해야 한다. 당장 병력(현역과 예비군)을 100% 이상 증강해야 하고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지출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도 충분한 억제력이 구축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생존까지 걱정해야 한다. 경제와 복지를 고려할 여유가 없다. 우리 국민은 이런 안보현실을 알고 현명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konas)
김성만 (예, 해군중장. 재향군인회 자문위원, 전 해군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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