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출신 여군 중위가 조사받는 건(件), 해커들과 손 잡고 북에 정보를 무더기로 넘긴 사건, 법정에서 '김정일 장군 만세'가 터져나온 황당한 사건...이런 해괴한 세태 역시 대통령의 관심사항이 되기엔 너무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침묵하는 건가, 아니면 이념 따위는 중요하지 않게 본다는 소위 ‘중도실용’ 때문에 그러는 건가?

 이런 트렌드가 시사(示唆) 하는 바는 결코 시시한 것이 아니다. 사관학교와 공영 교육 미디어를 비롯한 사회 구석구석에 반(反)대한민국 흐름이 파고들어가 둥지를 틀었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안방과 기밀창고 문을 아예 활짝 열어놓고 산다는 이야기밖엔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서 그 어떤 종류의 사상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그런 부문, 그런 자리에 들어와 그런 세뇌 행위를 하는 것을 헌법상 막을 방도가 없다고 할지 모른다. 국사교과서 집필을 왜 그런 사람들에게 맡겼느냐는 시비에 대해 교과부에서 항의전화를 받은 사람이 바로 그런 식으로 답변했다니 말이다. 

 이런 일들에 대해 법률 전문가 집단인 헌법학자들과 헌법 재판관은 과연 어떤 유권적인 판단을 할런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사관학교와 공영 교육미디어에서 국가의 ‘정당화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교육 아닌 세뇌(洗腦) 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그 어떤 나라다운 나라가 손 놓고 방치한다는 말인가?

 제대로 된 나라라면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 적절한 여과(濾過) 장치를 만들어 그런 교강사, 그런 학습자료, 그런 세뇌 행위가 적어도 사관학교와 공영 교육 미디어에서 “2차 세계대전은 히틀러가 먼저 일으켰다고 딱히 단정할 수 없다”는 투로 마구 떠벌일 수 있게끔 빗장을 열어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현상들에 대해 저토록 무심한 것을 보면 그와 그의 시대는 역시 이런 가치론적 원칙문제에 대해서는 색맹(色盲) 그 자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망적으로 체감하게 된다.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이것 하나만 처도 이명박 대통령의 치세(治世)가 국가의 정신적 대본(大本)에 관한 한 아무런 인식(認識)이 없었다는 평을 왜 면할 수 없겠는지 족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류근일 2011/8/6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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