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사)북한전략센터(대표 강철환. 소장 김광인) 주최로 서울 중구 정동 사랑의열매회관 강당에서 열린 ‘북한의 해외 인력송출과 근로자 인권’ 제하 세미나에서 흥미로운 증언이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김태산 前 북한-체코 합영회사 사장이 해외 파견 북한 근로자들이 처한 실태를 설명하던 중 간부층이 정권으로부터 받는 감시가 얼마나 악랄한가를 폭로한 것이다.

김 씨에 따르면 그가 내각(행정부)에서 근무할 당시 보위부와 중앙검찰소, 보안부(舊 보안성) 등 4개 기관이 그를 감시했다고 한다. 감시의 수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앉으나 서나 감시의 눈길이 그를 쫓아다녔다. 출퇴근 시간부터 오늘 어떤 업무를 했고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와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낱낱이 기록한다.

퇴근 후에도 감시는 계속된다. 자택에 지인들을 초청해 술자리를 마련할라치면 상대방의 인적사항과 대화 내용, 심지어 술과 안주의 종류까지 파악의 대상이 된다. 해외 출장이 잦았던 김 씨는 실제로 술자리에서 중국의 발전상(相)을 언급했다가 지인의 신고로 곤혹을 치른 경험이 있다고 한다. 다행히 심문관과 아는 사이였기에 훈육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다른 사람이었다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고도 남을 일이었다.

간부가 해외 출장 명령을 받게 되면 평소보다 2~3배 강도 높은 감시를 받게 된다. 해당국 주재 대사관 등에서 공장 주변에 철조망을 설치해 출입을 통제하며 더욱 철저히 행적을 파악해 평양에 보고한다. 잘못될 경우 본인은 물론 평양에 남겨진 가족의 생사(生死)는 불투명해진다.

귀국 후에는 한 층 강도 높은 감시가 기다린다. 이 날 김 씨와 함께 토론자로 나선 림일 前 쿠웨이트 주재 광복건설회사 지도원에 따르면 해외 파견 근로자들은 북한 소환 후 한 달간 ‘사상교육’을 받으며 해외에서 본 것, 들은 것 일체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려야 한다. 일반 근로자에 비해 간부가 받는 교육의 정도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만에 하나 이를 기억하고 누설할 경우 앞서 언급된 김 씨의 경우처럼 수용소행을 각오해야 한다. 김 씨는 결국 정권에 대한 반발심을 이기지 못해 탈북(脫北)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히 감시의 정도를 넘어서서 스토킹(Stalking)이라 할만하다. 스토킹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계속 따라다니면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히는 행위’이다. 故 황장엽 선생의 생전의 증언처럼 김정일의 ‘상급(上級) 노예’인 북한 간부층이 정신적·신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김정일 독재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으며 김태산 씨와 달리 스스로도 그 길을 마다않고 있는 그들 간부층을 변호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요점은 김정일 일가(一家)를 제외한 2천3백만 주민 모두가 노예인 세상, 그 곳이 북한이라는 것이다. 그 곳에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