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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전인 1975년 4월30일 오전 10시 남(南)베트남의 무조건 항복선언이 있은 지 1시간30분 만에 북(北)베트남군 탱크가 사이공 남베트남 대통령 관저의 정문을 부수고 진입함으로써 남베트남은 패망했다.
남베트남은 미국 등 서방의 지원으로 70만 병력과 전투기 600여대, 헬리콥터 900여대, 수천문의 야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북베트남이 3월10일 전면 남침을 개시한 지 7주만에 전투다운 전투도 못해보고 무너졌다.
남북 베트남 상황은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과 협상 제의, 핵무기 개발과 6자회담 등 한반도 정세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남베트남 패망에서 배워야 할 가장 큰 교훈은 정치적 협상에 의한 통일은 환상이라는 점이다. 현대사에서 독자적 무력(武力)과 이를 지속적으로 운용할 능력을 갖춘 체제들이 양보와 이익의 균형을 이루면서, 평화롭게 통일을 이룬 경우는 없다. 오히려 근대국가 형성 이후 세계사는 분할·독립의 역사이며, 지금도 남(南)수단 등에서 이런 과정이 진행중이다.
1920년 국제연맹 설립 당시 가맹국은 42개국, 1945년 국제연합헌장 서명국은 50개국이었던데 비해 현재 국제연합 회원국이 192개국임을 보아도 알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뒤 통일을 이룬 나라는 베트남, 예멘, 독일이다. 베트남은 무력으로, 독일은 동독의 붕괴로 통일됐으며, 예멘은 ‘정치협상에 의한 통일’을 이뤘으나 다시 내전을 거쳤다. 18세기 이후 협상에 의한 통일을 이룬 사례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합친 영국이 있지만 왕조끼리의 ‘혼인동맹’등 현대국가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남베트남이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북베트남을 압도했음에도 내부 분열로 인해 자멸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응웬 반 티우 정권은 서방의 원조로 세계 4위의 병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1973년 1월27일 미국과 남베트남, 북베트남과 베트남민족해방전선 등 4자(者)간의 파리평화협정, 즉 정전협정이 체결된다. 하지만 ‘평화’와 ‘정전’은 명분이었고, 실제는 미군과 한국군의 전면 철수였다.
그 뒤 남베트남에서는 반전·반미·반부패·평화·통일을 내건 좌파단체 활동이 본격화했고, 패망으로 이어졌다. 당시 남베트남 내부에 친(親)북베트남 좌파인사는 5만여명이었으며, 대통령 비서실장과 특보, 장관, 도지사, 야당 대통령후보들도 ‘간첩’이었다는 사실이 ‘통일’뒤에 밝혀졌다.
또다른 교훈은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층은 체제를 지켜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남베트남의 국가지도급 및 부유층의 자제 10만명 이상이 해외유학을 떠나는 등의 방법으로 병역을 기피했다. 티우 대통령은 패망 직전 대만을 거쳐 미국으로 도망가면서 스위스 비밀은행 계좌 비자금도 모자라 2t의 금괴를 가지고 갔다.
5만명의 친북세력과 10만명의 병역기피자, 협상에 의한 통일이라는 환상이 합쳐져 스스로 무너져내린 남베트남의 비극은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보수세력의 모럴해저드, 안보 포퓰리즘, 통일전선전술에 조종당하는 친북세력, 위장평화 공세 등이 흡사하다. 베트남전을 지켜본 박정희 대통령이 ‘안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고 자주국방의 기틀을 다지기 시작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건국 이후 최초의 전력증강 사업인 ‘율곡사업’(1974 ~ 1981), 방위세 신설, 예비군과 민방위대 창설, 국방과학연구소(ADD) 설립, 한·미 팀스피릿 및 을지포커스렌즈 훈련 시작, 한미연합사령부 창설 등이 베트남 전쟁의 교훈에서 시작됐다.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도발에 이어 핵전쟁 위협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통일 논의도 솔직해져야 한다.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 통일 이외의 대안은 없다.
정치협상에 의해 남북 체제의 중간쯤에 있는 중립화 통일이나 연방제 방식을 모색하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김정일 정권도 이를 알고 있다. 이 때문에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 정권은 핵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강한 안보, 강한 경제’만이 통일을 이루고, 통일 이후 대한민국의 발전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임을 남베트남의 역사는 분명히 말해준다.
문화일보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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