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물론 발전해야 하고 또 실제로 발전하고 있다 해도, 개개인의 보통 시민들이 다른 것도 아닌 ‘지붕 아래서 잠자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조건에서 이렇듯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는 지경이라면 그건 ‘발전’이란 말 자체가 한낱 남의 이야기로 들릴 노릇이다.

 집권당 일부는 신공항 이야기를 하고 과학 비즈니스 벨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값 폭등에 기절할 당사자들로서는 “그래서?” 할 것이다. “그게 도대체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아, 그러면 붐 타운이 조성되고 일자리도 생기고 장사도 잘 돼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할 것 아닌가?” 할 것이지만, “그래서 내 전세 값이라도 주겠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되돌아 올 것이다.

 이건 물론 신공항이나 과학 벨트를 시비하자는 게 아니다. 전세 값도 못 마련하는 판에 ‘발전’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물음일 뿐이다. 물론 야당과 좌파가 주장하는 식의 ‘복지’ 아닌 ‘복지 근본주의’를 찬성하는 뜻에서 하는 소리도 아니다. 다만 다 같이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러다가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이번 치세(治世)가 그 책임을 몽땅 뒤집어쓸지도 모른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그건 전(前)정권의 잘못 된 주택정책 탓”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더라도 똥바가지는 현정권이 쓰게 돼 있는 것이 바로 정치라는 요술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 불똥은 ‘보수’ 전반에 튈 수도 있다. “에이, 사그리 확!!”하는 심정이 보편화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게 돼서 살기가 더 어려워지고 나라 형편이 더 구겨진다 해도 그건 나중 일이다. 삼수갑산엘 간다 해도 “일단 확!!”이 먼저니까.

 나라를 걱정하고 힘들게 사는 ‘보수’는 이명박-한나라를 집권세력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책임 질 일도 없이 또 걱정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맨날 걱정만 하다가 한 평생 다 갔다.

 2011/4/8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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