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9. 이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가. 1953년 7월 27일 남한과 북한을 공식적 분단국가로 만든 휴전협정을 맺은 날로부터 오늘 2011년 3월 24일까지의 일수(日數)이다. 종전(終戰)이 아닌 휴전(休戰)협정이었다. 20159일 동안 대한민국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20159일, 6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끝나지 않는 전쟁 속에서 우리가 치른 대가(代價)는 무엇일까.  

 2010년 3월 26일은 백령도 부근 우리 해협에서 우리해군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해 폭침당한 사건이 일어난 날이다. 곧 있으면 천안함 폭침 1주기가 돌아온다. 우리는 이 가슴 아픈 사건 속에서 꽃 같은 청년 46명을 가슴에 묻어야만 했다. 해군함대가 폭침당한 것은 군사적, 경제적으로 큰 손실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기둥들의 생명을 잃은 것은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이다. 이것이 분단국가, 휴전국가라는 대한민국의 안보현실이다.

 이러한 안보현실과 경제성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외국자본의 국내투자는 다소 위축되었고, 코스피 지수도 소폭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불안정한 안보상황으로 인해 금융권이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속에 우리군의 해상사격훈련이 실시되었고, 훈련 다음 날 코스피 지수는 2030선을 뛰어넘으며 연중 최고치를 재경신했다.

북한의 무력도발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상승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만일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해상사격훈련과 같은 적극적인 대응이 취해지지 않았다면 코스피 지수는 하락했을 것이다. 적의 전쟁도발에도 적극대응하지 못하는 국가에 투자를 할 기업은 없을 테니 말이다. 국가안보와 경제는 이처럼 뗄 수 없는 밀착관계이다.  

 하지만 우리의 안보현실이 이처럼 위기만 가져오는 것일까. 북한은 2012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통일강성대국을 이루고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 북한의 상황은 경제, 군사, 민생 등 사회 모든 부분이 사상 최악의 상황임을 전 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최근 세계최빈국에 속하는 모잠비크에까지 식량원조를 요청했다니 북한의 현실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다. 북한사회가 흔들릴수록 우리는 통일에 대한 준비가 시급해진다. 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이 폐쇄적이고 기형적인 북한정권의 수명은 이제 오래지 않아 무너질 것이고, 이후 남북한이 한 국가가 되는 방법은 남한의 흡수통일뿐이다.

통일을 실제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손익계산을 할 수 밖에 없다. 많은 국민들이 일명 ‘통일비용’에 대해 거의 공포감에 가까운 염려를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발언 이후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 듯하다. 이제는 임박한 현실로 다가오는 통일이 우리경제를 파탄에 빠뜨리는 늪이 될 것인지 아니면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인지 정직하게 분석해보자.

현재 우리나라에서 ‘통일비용’을 말하는 논문도 많고, 정치인도 많다. 주요 정책기관에서도 통일비용에 대한 대책과 준비를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통일비용’은 각각 정의도 다르고 통계수치도 다르다. 각 단체의 통일비용 통계수치는 적게는 50조에서 많게는 4000조까지 차이가 난다.

통일비용의 계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소멸성 지출이다. 소멸성 지출은 한시적 지출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통일 후 북한의 기아인구에 대한 구호비용이나 제도통일비용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즉, 통일 직후 북한 국민들을 먹이고 입히는 소모성 지출이다. 이 비용에 대해서 큰 우려를 가지고 있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다. 굶주리고 헐벗은 북한 사람들이 그야말로 ‘거지떼처럼’ 남한으로 내려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다 입고 먹는 것 아니냐는 지극히 현실적인 우려이다.

이런 우려를 가진 사람들에게 북한 최고위급간부인 당 중앙위원회 비서였던 故황장엽 선생의 의견을 전하고 싶다. 황선생은 생전에 통일비용에 대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북한정부에 지급한 식량지원을 동일하게 하되 북한에서 그 식량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투명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초기 대북식량지원으로 보낸 쌀은 1년에 100만톤이다. 이 식량이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갔는지 투명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통일세를 따로 걷지 않아도 최소한 북한의 굶어 죽는 사람들은 살릴 수 있고, 그들은 통일 후 실질적 국가 인력이 될 것 이다.

 통일비용의 두 번째 개념을 투자성 지출이다. 이는 통일 후 북한에 부족한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는 비용을 말한다. 하지만 이 비용은 단순히 지출로만 볼 수 없다.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를 건설하면 그 사회간접자본의 수혜자는 통일한국의 국민인 우리가 되기 때문이다.이 뿐 아니라 통일로 넓어진 국토면적, 증가된 노동인력, 시장규모의 확대, 자원과 인권 확장, 전쟁위협의 소멸 등 수많은 유무형의 자산의 산출을 예상하면 투자성 지출은 통일비용이 아닌 통일이익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우리는 독일의 통일과정을 눈 여겨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이 통일비용을 많이 쓴 이유는 포퓰리즘에 있었다. 여론에 따라 서독의 사회보장제도를 동독에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통일 후 북한사람들에게 최저생계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들리고 있다. 우리는 독일통일과정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런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독일은 이런 과도기가 거쳤지만 통일 이후 경제규모가 꾸준히 성장하여 현재는 세계 무역 2위, 무역 흑자 1위 등을 차지하며 경제강국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통일이 되면 우리 인구는 7500만이 된다. 이는 독일(8000만)에 버금가는 수준이고, 영국(6000만), 프랑스(6500만)보다 많은 인구이다. 국토면적 역시 결코 작지 않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동북삼성에는 대략 1억3000만의 인구가 밀집해있다. 지정학적 위치로 보아 동북삼성은 통일 후 새로운 경제활로를 열게 될 것이고, 1억3000만의 인구는 우리와 교역하고, 우리의 고객이 되는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안보현실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도 없고, 무책임하게 방관해서도 안 된다. 다만 냉정하고 정확하게 직시하고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 분단국가의 수명은 언젠가 끝나게 되어있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익숙함에 안주한다면, 결국 분단은 대물림되어 경제적, 군사적 분단유지비용을 쌓아갈 뿐이다. 독일처럼 과도기적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먼 미래를 내다보았을 때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국가 최대의 중대과제이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의 안보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가경제는 통일 이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무엇보다 통일이 되면 국민의 분단 갈등과 불안이 소멸됨으로 우리 민족의 자긍심이 살아나 국가적, 개인적 재능과 자질이 제고되어 정치, 경제, 과학,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성장을 넘어서 세계 속의 신생 강대국으로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안보현실은 통일한국으로 가는 길목일 뿐이다. 북한 땅에 갇혀 살아가는 불쌍한 북한 주민들은 간절히 통일을 바라고 있다. 북한사람들을 함께 통일한국을 이루어갈 협력자이자 동등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바라볼 때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미래의 빛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통일을 이루고 그 열매를 맛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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