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탈북자 증언 시간에 인파 몰려… 전시회장 앞 인사동길 마비

서울 인사동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그곳에는 사랑이 없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전시회 열흘째인 12일, 15호 요덕수용소 출신 탈북자 김태진 씨를 초청해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증언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북한 국경을 넘어 16개월간 중국에서 생활하다 체포된 김 씨는 당정책 훼방죄, 불법월경에 의한 국가 반역죄 등의 죄목으로 1988년부터 5년간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다.

김 씨는 증언에서 “요덕수용소에 있을 때 독일 유학생 출신 오길남 박사의 가족을 만났다”며 “혜원·규원 모친 신숙자씨가 옥수수가루를 이용해 와플 기계로 옥수수 와플을 만들어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폐장을 앞둔 마지막 토요일이었던 이날은 탈북자 증언시간에 많은 인파가 몰려 전시회장 앞 인사동길이 마비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날 증언시간에는 6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김태진 씨의 증언을 정리한 것이다.

1.     북한에서 아버지 어머니는 김일성과 조선노동당

난 탈북했다는 이유로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요덕수용소에서 지냈다. 가출이라는 것은 보통 아버지 어머니가 싫어서 한다. 북한에서 아버지 어머니는 바로 김일성과 조선노동당이다. 즉 탈북했다는 것은 아버지 어머니가 싫어 떠난 것이므로 반혁명세력으로 규정된다.

2.     독일에서 쓰던 와플기계 요덕으로 갖고 가

요덕수용소에는 혜원이 규원이 같은 어린 아이들이 많다. 수용소 안에서는 옥수수를 밥으로 먹는데 하루는 신숙자 씨가 옥수수가루를 이용해 와플기계로 옥수수 와플을 만들어준 적이 있다. 옥수수를 와플기계에 구워내니 정말 맛있었다. 이 이야기를 한국에 와서 오길남 박사에게 들려주었다.

3.     혜원 규원 혁명화구역에서 완전통제구역으로 넘어간 듯

당시 혜원·규원이는 키가 작고, 옷을 많이 껴입고 있었으며, 탄구덩이에 구른 아이처럼 보였다. 생활 전반에 대한 것은 자세히 보지 못했다. 나도 힘들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수용소에는 그 자매들처럼 아무 죄 없이 수감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짐작하건대 지금 그 자매들은 완전통제구역으로 넘어갔을 것 같다.

4.     “미국만 아니면 남한은 한 주먹거리도 안 돼”

내가 북한에 있을 때는 남한에서는 통일에 대해 관심이 없고 북한 사람들만 통일에 대해 관심이 있는 줄 알았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 있는 사람들 힘들고 불쌍하다. 학교에 자유가 없고, 경찰들에게 끌려가고. 김일성 주체사상과 수령님의 사랑을 땅 끝까지 전해야겠다”라고 말하며 “일단 미국놈만 나가면 남한은 한 주먹거리도 안된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미국 때문에 부산을 칠 수 없었다고 여긴다. 또 전쟁 준비를 하자며 땅굴을 다 파두었다. 땅 속에 보존하면 계속 싸울 수 있다며 날마다 칼을 벼루고 있다. 어릴 때부터 사상교육을 시키고 모든 사람들이 실탄사격훈련에 동참한다. 장군님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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