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핵(核)위협 등‘뗑깡’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문명국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뗑깡’을 김정일은 하고 있다. 그는 온 나라와 주민을 더 이상 잃으려야 잃을 게 없는 상태로 몰아넣고 핵을 거머쥐었다. 그러니 밖에서 누가“너, 그러면 죽어!”한들 그게 먹힐 여지가 없다. 기아(饑餓) +거지+깡통+핵=무기가 된 셈이다.
중국은 김정일의 그런 작전을 엄호하고 있다. 중국과 김정일은 이를 통해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맞바꾸려 한다. 김정일이 말하는 비핵화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평화협정이란 한국을 뺀 미-북간의 협정을 말한다. 그것을 통해 미국의 한국 편들기를 끝내라는 것이다.
미국 조야(朝野)에는 이런 요구 앞에서 한국 편만 끝까지 들어 줄 수 없다는 사람들이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카터, 리처드슨, 그리고 어쩌면 키신저 같은 사람도.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은? 우리는‘뗑깡’을 부릴 수 없나? 우리가 핵 선택(nuclear option)을 하는 게 가장 강력한‘뗑깡’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를 주관하기로 한 미국-중국의 강대국 연합‘반(反) 뗑깡‘을 북한과 사정이 판이한 우리가 이겨낼 수 있을까? 혹시 있다면 어떻게, 무슨 방법으로? 이걸 잘 모르겠다.
한 가지 생각해 보고 싶은‘뗑낑’-이건 사실은‘뗑깡’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것이지만-은, 시간+대북 심리전을 무기화 하는 것이다. 시간을 무기화 한다는 것은 김정일이 죽을 때까지 버티자는 것이다. 버틴다는 것은 우리도 시간을 벌고 끌자는 것이다. 대북 심리전을 무기화 한다는 것은 북한의 민심이반을 적극 북돋자는 것이다.
우리의 요구를 집요하게 물고늘어져 6자회담이 남들의 일방적인 마당으로 되는 것을 길게 막아서고, 미-북 접촉이 '우리 머리 위'로 가는 것을 이승만처럼 사보타지 하고(그 수단이 뭘까?), 민간 차원의 전투적인 대북 심리전을 통해 북한주민에 대한 북한 인권 해방 및 정권교체 선전선동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그리고 그 동안 대북 경제지원을 정부가 하지 않았을 때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이럴 것 같지는 않다는 데 이 가설의 취약점이 있다) 김정일이 죽으면?
김정일이 죽는다고 해서 만사가 즉각 다 잘 풀리는 건 물론 아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죽을 무렵까지 북한의 권력 승계가 확고히 정착하지 않았을 때, 그래서 그 때까지 북이 원하는 방향의 6자회담과 미-북 접촉이 별 성과가 없었을 때 북의 세습왕조가 직면할 복잡성과 불확실성은 증폭될 개연성이 높다. 이건 우리에게 숨 돌리 기회일 수 있다.
“그럼 그렇게 해서 전쟁 위기를 만성화하고 고조(高潮) 시키자는 거냐?”고 친북, 강남 좌파, 햇볕 우파가 물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아무 것도 하지말고 그냥 가만히 앉아서 미국-중국-김정일 게임에 자신의 운명을 고스란히 맡기자는 건가? 꿈틀거리는 게 생명의 본질인데...그러나 여하튼 이건‘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대 토론을 위한 가설(假說)의 제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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