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3대 세습이 공식화 된 지금 아주 중요한 중국발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바로 김정남의 발언과 그의 측근의 증언이다. 이것이 지금 북한에 권력투쟁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인가? 그렇다면 북한에 지난 1989년에 루마니아에서 일어났던 혁명이 현실화 될 것인가?

일본 아사히 TV 인터뷰 보도에 의하면 김정남이 3대 세습에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 후 KBS보도에 의하면 김정남이 김정일을 직접 만나 김정은이 화폐개혁에 실패하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천안함을 공격했는데 그것을 왜 묵인했느냐고 항의하였다고 한다. 그의 측근으로부터 나온 증언이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북한에 이미 권력 투쟁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당초 9월 상순에 당대표자대회를 개최한다고 공표하고도 제 때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연기하게 된 배경도 김정남의 항의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미 북한에 권력투쟁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당대표자대회가 연기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저항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또한 김정은에게로 권력을 넘겨주면서 왜 굳이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해서 중국 지도자들의 양해 또는 승인을 받아야 했는지 그 사정을 설명하기도 한다. 특히 김정은 패거리가 김정남을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소식도 있고 보면 김정일이 자식들끼리 서로 권력투쟁으로 죽이고 죽는 꼴을 보기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으로 가서 김정남과 김정은을 한 자리에 불러놓고 서로 화해시키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김정일이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 자식들이 권력투쟁으로 죽고 죽이는 꼴을 보기 싫다면서 중국 정부에 김정남의 신변보호를 요청했다는 보도에서 이런 사정을 추측할 수 있다.

김정남의 발언 중에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는 북한 내부적 요인이 있었을 것이니 그 요인이 어떤 것이든 따라야 한다는 표현이 있었다. 내부적 요인이란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을 포괄적으로 표현한 단어이겠으나 어쩌면 김정일의 결심을 의미할 것이다.

어쩌면 김정남은 북한 권력 내부의 개혁파를 대표하고 있을 것이다. 김정일은 개혁개방은 권력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절대로 반대한다. 그런데 김정은은 개혁개방이 아니라 김정일의 노선에 충실한 독재자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김정일은 그 이유로 김정은을 택하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것이 또한 중국의 뜻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보도에 의하면 김정일이 먼저 중국 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중국으로서 권력승계가 공식화되기 직전에 김정일에게 한번 더 개혁과 개방을 설득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 김정남을 내세웠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남으로 하여금 김정일을 직접 설득하도록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화폐개혁 이야기도 나오고 천안함 이야기도 나왔을 것이다. 김정남이 화폐개혁이나 천안함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에서 정보를 제공하였을 수도 있고 그가 자유롭게 한국 보도를 직접 보았을 수도 있다.

김정남이 북한을 공화국이니 조국이라는 등의 보다 직접적인 용어로 칭하지 않고 마치 제3자인양 ‘북한’으로 호칭한 것은 그 자신 북한 정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나와 상관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겠으나 그러나 객관적으로 북한 상황을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정남이 일본 아사히 TV 와 인터뷰를 하고 그 측근이 KBS와 전화 인터뷰를 하는 것은 권력투쟁의 한 과정으로 언론 플레이로 보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발언이 북한 내부에서는 절대로 보도될 가능성이 없으니 외부 언론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북한 내부에 존재하는 자신의 지지세력을 향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당초 중국이 김정은의 권력 세습을 승인하자 김정일이 기분이 좋아 마오타이주를 벌컥벌컥 마셨다는 보도도 어쩌면 동일한 소스였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은 단순히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에 기분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자신은 어쩌면 김정남을 설득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김정남은 그 자리에서는 김정일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일단 승복하였으나 내심 기회를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폐개혁과 천안함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김정은이 계속 잘못된 길을 가면 자신도 “내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말한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발언인 것 같다. 물론 혼자만의 희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 김정남이 대표하는 개혁세력이 있다면 그 말은 무시하지 못할 경고로 보아야 할 것이다.

1989년 루마니아에 혁명이 일어났다. 그 해 11월 차우세스쿠는 임기 5년 대통령 직에 다시 선출되었다. 차우세스쿠는 김일성을 본받아 수령절대주의에 버금가는 독재를 한 인물이다. 당시 루마니아 국영상점에는 식량을 구하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그치지 않았다. 차우세스쿠는 이런 문제에 관심도 두지 않았다. 자신이 방문하는 상점에 미리 식량 등을 갖다 놓고 선전만 열심히 하였다. 민심이 폭발하여 데모가 시작되었고 12월 17일 군대와 경찰이 발포하였다. 그리고 12월 25일 차우세스쿠는 군사재판을 받고 그 자리에서 총살된다. 총살이 너무 빨리 실행되어 언론이 미처 촬영준비도 하지 못하여 처형 장면은 촬영하지 못했다. 그러나 총성이 요란하고 난사당한 차우세스쿠의 시신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어쩌면 북한에 어떤 계기가, 그것은 아마도 루마니아와 마찬가지로 식량 문제가 될 수 있다, 생기면 김정은을 지지하는 군대와 김정남을 지지하는 군대가 서로 총격전을 할 수 있다. 이미 불한 내부에서도 외부 사정을 잘 알게 된 사람들이 많고 특히 김정일의 실정에 대해 간부급은 잘 알고 있는만큼 김정남에 대한 지지가 더 높을 수 있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자신의 자식들의 권력투쟁에 희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이런 저런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김정남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설사 김정일이 자연사한다고 할지라도 그 후에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화폐개혁 실패와 천안함 공격으로 김정은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에 알려졌을 것이다. 중국은 김정은 보다 김정남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장성택이나 또는 김경희는 김정일보다도 중국의 부탁으로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김정은의 보호세력이 아니라 경제세력이며 사정에 따라 김정은을 제거하고 김정남을 옹립할 준비는 아닐까?

하여간 북한에서의 3대째 권력세습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조가 보인다. 이미 권력투쟁이 본격되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한국 정부는 김정남을 북한 민주화 세력을 대표하는 개혁 대표자로 지원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쩌면 김정남이 중국과 한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링킹핀(linking pin)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남이 북한을 조선공화국이 아니라 북한으로 호칭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또한 김정남은 스스로 독재자가 되기 보다는 신라 경순왕처럼 북한을 한국에 통합하여 자연스럽게 남북이 평화롭게 통일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친 욕심일까? 우리가 하기 나름일 것이다. 하여간 우리에게도 기회가 온 줄 알아야 한다. 이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정부가 백년대계를 가지고 있다면 북한의 권력승계 과정을 통일을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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