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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약 75%가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이 북한에 있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이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93.5%가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었으며 그 중 74.4%가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것이다.
또 87.3%는 한미동맹이 미래에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76.9%는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55.6%는 우리의 핵무기 보유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도 한다.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많은 국민이 한순간에 폭도가 되어 반미(反美)에 들떠 광우병쇠고기를 구실로 청와대로 진격하고 미국 싱크탱크 집단이 “이제는 한국과 우호적으로 이혼할 시기”라고 단언한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마냥 마음 놓고 있을 때는 아니다. 무엇보다 위기의 순간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전장터로 나서야 할 군(軍)의 변화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점이 불안하기만 하다.
2004년 육군사관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4%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우방국인 미국을 주적(主敵)이라고 답한 충격적인 사건을 독자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이러한 군의 탈선 현상은 6년 전 옛 이야기가 아니다. 기자는 불과 몇달 전 이제 갓 전역한 청년으로부터 “우리는 미국의 식민지”라는 적대감 다분한 비난을 듣고 귀를 의심한 적이 있다. 이 청년은 군인의 신분으로 지낸 2년 730일 동안 북한이 아닌 미국을 우리의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할까. 원인은 하나다. 군 당국이 장교와 장병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정신교육을 실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군은 일반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된 또 하나의 사회다. 결국 내부 스스로 기강을 다잡지 않는다면 비(非)이성적인 분위기가 확산될 여지가 애초부터 다분한 곳이 군이다. 때문에 일반 사회보다 한 층 확고한 기강 확립이 필요한 곳이 군이건만 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주적으로 대하는 군의 분위기가 만약 이대로 계속 유지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제(美帝)가 우리 땅을 침략하려 하기에 우리 민족을 돕기 위해 부득불 인민군을 남진(南進)시킨다”는 북한의 거짓선전 앞에 적지 않은 수의 장교와 장병들이 부산항에 상륙한 미 지원군을 침략자로 오인하고 그 쪽으로 총구를 돌릴 것이다.
우리는 이미 거짓선전의 무서운 위력을 2008년 광우병 난동사태 당시 체험한 바 있다. ‘미국이 쇠고기로 우리 국민을 몰살시키려 한다’는 비상식적인 논리도 반복적 선전과 집단광기 앞에서 진리화(化)되고 말았다. 결국 대한민국 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무기들도 그것을 운용하는 군인의 판단에 따라 북한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은 강력한 무기이지만 그 무기를 운용하는 주체는 결국 장교와 장병들이라는 점에서 군의 정신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체 인민군을 대상으로 10년여의 복무기간 동안 매일 아침마다 2~3시간씩 사상적 세뇌를 실시하고 있다. 100만톤의 군량미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병사들을 적절히 굶기는 것 또한 정신교육이 목적이다. 전시(戰時)에 “남조선의 모든 것이 너희들의 것이다”는 수뇌부의 독려가 내려질 경우 굶주린 데다 남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품게 될 독기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많은 탈북자들이 군 복무 시절 남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북한에 억류된 ‘연안호’의 선장 박광선 씨는 억류 당시 식사로 제공된 국수의 절반 가량을 바다에 버렸다가 병사들로부터 “배부른 남조선 놈”이라는 욕설과 함께 폭행을 당할 뻔 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의 군 정신교육은 우리의 그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우수한 무기 확보에서 북한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 못지않게 정신무장에서도 시급히 우위를 점해야 비로소 군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북진(北進)통일의 대업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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