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괴테 연구 모임이 10년이 넘었다. 괴테가 다녔던 여행 코스는 지금도 독일 여행사의 주요 상품이고, 독일 도서관이 아닌 외국의 대학 도서관에 괴테에 관한 책이 1300권 이상 소장돼 있는 것을 비추어 보면, ‘괴테 자체가 문화이다’라고 하는 말이 결코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괴테는 모든 분야에서 한 시대에 획을 그었던 사람이다.

그의 대표작 ‘파우스트는’전 세계적으로 30번 이상 공연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메피스토펠레(Mefistofele)’라는 제목으로 초연이다. 오페라의 성지 라스칼라에서 1868년 초연이 있었던 아리고 보이토의 작품이다. 같은 시대에 거장 바그너와 베르디의 후광에 가렸었지만 수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을 국립오페라단 이소영 예술 감독이 국내 무대에서 다시 살려 놓는다.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악마 메피스토펠레는 인간을 유혹하겠노라고 감히 신에게 내기를 제안한다. 유사 이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강한 남자라면 쉽게 빠지기 쉬운 영원한 테마인 젊고 예쁜 여자를 출연시키고, 심지어 주인공 파우스트에게는 젊음까지 선사하는 등 온갖 극단적인 유혹을 통해 파멸시키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재물이 넘쳐도, 예쁜 여자를 거느려도 만족이 불가능한 속성을 가진 인간이기에 파우스트는 주 앞에 구원을 요청하므로 악마는 패배한다.

요즘 원빈이 주인공인 ‘아저씨’라는 영화가 흥행중이다. 죄의식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처럼 저지르는 사람을 ‘사이코 패스’라고 한다. 모든 신체 기관을 하나의 상품으로 알고 있는, 이런 환자들이 우글대는 범죄 집단에 혼자 들어가서 시원하게 그들을 일망타진한다는 줄거리의 영화다.

그 영화는 ‘돈’이라는 목적이라도 있지, 그보다 한수 더 뜨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는 아무나 보는 대로 대상이 되어버리는 너무 심한 사이코 패스의 행태에 그저 말문이 막힌다. 성경에도 그런 예가 얼마든지 있고, 또 오래 전 역사의 기록에도 이런 류의 인간이 있는 것을 볼 때 어쩌면 인류와 악마는 공존하며, 지금도 악마는 호시탐탐 인간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시대에도 비슷한 종류의 황당한 사건 기록이 있었다. 괴테는 바로 그런 사건 1772년 수잔 브란네 브란트(Susanne Margaret Brandt)라는 젊은 여자가 유아 살해범으로 처형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소년 시절의 이 충격은 그대로 ‘파우스트’ 작품에서 나타난다. 그 여인은 이번 오페라에서 엽기적 행동과 다르게 고혹스런 모습 등장한다. 그리고 그 해법도 역시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 구원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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