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은 결국 연예인들 판이었다. 인기 버라이어티 쇼 진행자와 출연자는 동일 시간대에 여러 채널에 나왔다. 대부분이 야단법석, 난리를 피우며 찧고 까부는 프로였다. 취미, 스포츠, 만화, 종교 프로들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다만 웬 연예인 휘몰이, 그것도 저렇게 온 집안이 태풍으로 날아갈 듯 깩깩 거리고 우당탕 퉁탕 뛰고.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기성을 지르며 벌컥 뒤집어 놓는 프로가 텔레비전이라는 최고의 매체를 온통 돼배질 하다 싶이 하고 있는 ‘사태’만은 한 번 되짚어 봤으면 싶다.      

 저 좋은 텔레비전 매체를 기껏 연예인들 독식 판으로 써먹는 게 과연 온당한가? 비틀스, 마이클 잭슨, 이미자, 조용필 같은, 그야말로 대단하고 근사한 수준으로 올라간 사례까지 여기서 한 묶음으로 언급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 하겠지만, 다른 나라들까지 포함해서 전파 영상매체를 온통 그런 연예인 소란 판으로 소진한다는 건 ‘시대착오적(?) 기성세대’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저런 대단하지도, 근사하지도 않은 한낱 야단법석을 바라보며 허허허, 하하하, 호호호 배꼽을 쥐고 허리를 비틀며 웃는 우리네 모습을 한 번 돌아보자. 그 모습이 정말 그렇게 좋아 보이는가?

 왜 저렇게 까불어들 대는 건지, 왜 저렇게 비명들을 질러대는 건지, 왜 저렇게 “루저 (loser)...” 어떻고 허튼 소리들을 해대는 건지, 그리고 설령 저런 프로들의 대중적 수요가 있다 할지라도 왜 저렇게 한날 한 시에 모두가 그것만 왕찬 쏟아 붓는다는 건지, 저게 과연 텔레비전의 존재이유처럼 돼 버려야 한다는 건지, 정말 괴이쩍은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