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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이 남이라니.." 분노한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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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의 두 번 생이별이라는 고통을 겪는 국내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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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제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상으로는 남남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기자는 탈북자 박모(男)씨로부터 한 통의 제보를 받았다. 친형과 함께 근래 국내에 정착해 서울에 거주중인 박 씨는 근래 구청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서류에 마땅히 기재되어 있어야 할 친형의 이름이 없고 본인의 이름만 있었던 것이다.
가족관계증명서는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7년 5월 17일 제정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발급되는 증명서다. 기본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등 기존의 호적을 대체하는 5개 증명서 중 하나로서 가족단위로 사항이 기재되는 호적과 달리 개인단위로 기재된다.
즉 증명서 한 장에 모든 가족이 기재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은 남편의 가족관계만이 기재되고 아내는 아내의 가족관계만이 기재되는 1인(人)1적(籍)의 형태이다. 예를 들어 아내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시부모가 아닌 친정부모가 기재된다.
박 씨는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일까? 23일 기자와 전화통화를 가진 서울 양천구청 가족관계등록과 관계자에 따르면 가족관계증명서는 부모와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4개의 증명서로도 형제자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 때문에 박 씨의 증명서에는 친형의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수긍이 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굳이 형제자매와의 혈연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모 명의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애초부터 부모 없이 홀로 정착한 탈북자들은 부모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을 길이 없다는 점이다. 결국 최 씨는 친형과의 혈연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부모가 정착 후 사망한 것이 아니기에 제적등본 발급도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 또한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다”며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만 반복하며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실제 사례도 있다. 작년 3월 두 자매가 산재로 사망한 친오빠의 유족급여를 받지 못한 것이다. 단지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통일부는 “현실적으로 북한 내 부모와의 혈연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으며 법원은 자매의 심판청구를 1~2심 모두 기각했다.
가족관계증명서 제도가 초래할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이미 시행 전후로 제기되어왔다.
SBS는 시행 이전인 2007년 10월 보도에서 “종이 호적을 전산화하기 이전에 분가해 전산화된 호적부에 가족이 없는 경우 또는 한글표기 차이로 호적상 부모 성명이 불일치하는 경우 등 부모와 배우자, 자녀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당시 테스트 과정에서 부모, 배우자, 자녀 등이 자동 구성되지 않는 문제점을 일부 발견했다.
또 시행 이후인 2008년 1월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기존의 호적 1통으로 해결되던 것을 여러 장으로 나눠 발급받아야 하는 것도 모자라 수수료마저 1통 당 600원에서 1천원으로 인상된 것을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비난이 빗발쳤다. 연합뉴스뿐만 아니라 대전일보, 강원일보 등 지역신문도 시민들의 불만을 일제히 다루었다.
국내에 정착한 탈북자 인구는 이미 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부모와의 이별이라는 아픔을 안고 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형제자매와 함께 새로운 삶을 꿈꾸며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행을 감행하고 있지만 정착 뒤에도 또 다른 이별을 맛보아야하는 것이 쓰라린 현실이다.
국회는 이미 작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켜 주민번호 정정을 가능케 함으로서 중국 입국을 거부당해온 탈북자들의 고충을 해결한 바 있다. 박 씨와 같은 경우는 자칫 사회생활에서의 불이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와 정부의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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