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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르네상스(Blue Renaiss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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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멀리 있지만 문화(文化)는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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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文化. Culture)는 종종 인류 역사에 대변혁을 불러왔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14~16세기 유럽을 뒤흔든 르네상스(Renaissance) 운동은 단순히 문화개혁운동이라는 표면적 형태를 떠나 유럽 근대화의 발판이라는 혁명(Revolution)으로서의 기능을 했다.
스페인의 문호(文豪) S.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라든가 이탈리아의 천재미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은 그 높은 예술성은 물론 인류가 기존의 진부하고 비(非)창조적인 암흑시대에서 탈피해 인간성의 해방과 인간의 재발견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결정적 이정표의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한민족의 역사에 있어서도 문화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제시기 독립운동가이자 승려로서 1919년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자격으로 독립선언에 서명했던 만해(萬海) 한용운의 1926년작 ‘님의 침묵’은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라는 서정적 시구(詩句)에도 불구하고 식민지라는 당시 시대상을 날카롭게 비판한 대표적 저항문학으로서 자리매김했으며, 역시 3.1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이자 작곡가 안익태의 1936년작 ‘애국가(愛國歌)’는 당시는 물론 오늘날에도 대한민국 정체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화의 힘은 불변(不變)하다. 21세기 한국 사회의 흐름은 문화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영방송과 케이블방송, 라디오, 그리고 수천 개에 이르는 전국의 극장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영상과 음악은 인간의 영혼을 마비시키고 마침내 조종한다.
그러하기에 문화는 때때로, 아니 항시적으로 국민의 정치적 성향과 직결된다. 이러한 현상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더욱 짙어졌다. 두 정권은 문화를 적극 활용했다. 6.15선언과 10.4선언 이후 모든 안방과 극장가는 친북반미(親北反美)에 점령당했다. 국민은 이를 옳다고 믿게 되었고 결국 ‘우리민족끼리’는 하나의 범사회적 유행의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기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올바른 대북관(對北觀)을 가진 이명박 정부 시대가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안방과 극장가에는 여전히 친북반미가 존재하고 있다. 비록 정의(正義)의 힘에 짓눌려 또아리를 튼 채 웅크리고 있지만 분명 아직도 우리 주변 가까이에서 우리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때문에 아직 적지 않은 국민이 과거 10년간의 문화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소행임이 백일하(白日下)에 드러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도 무려 30%에 이르는 국민이 정부의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고 있다.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는 청년들도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왜일까? 정치는 멀리 있지만 문화는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답은 보인다. 사회를 친북반미로 물들인 문화는 그만큼 사회를 다시 정화(淨化)할 힘 또한 지니고 있다. 지난 10년간 이 사회를 지배했던 친북기류를 말끔히 씻어낼 힘을 지니고 있다.
영화를 예로 들어보자.
필자는 북한 관련 영화 중 김태균 감독의 ‘크로싱’과 더불어 안판석 감독의 ‘국경의남쪽’을 즐겨 본다. 비록 국경(國境)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서 북한을 국가로 규정하는 오류를 남기기는 했지만 ‘국경의남쪽’은 내용만큼은 현실적이다.
흠결 하나 없는 ‘출신성분’을 갖고 1975년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일에 태어난 평양 청년 선호는 만수대예술단의 호르니스트다.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해도 출세가 보장되었던 그는 하지만 남한에 거주하는 조부(祖父)와 몰래 주고받은 편지가 당국에 발각되어 ‘당(黨)과 수령을 배반한’ 간첩으로 몰릴 위기에 처한다. 결국 선호는 미래를 약속한 여인 연화마저 남겨둔 채 중국으로 탈출한다.
가족과 함께 탈북했지만 중국 공안의 추격 앞에 살 길이 막막해진 선호는 천신만고 끝에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에 진입하게 되고 남한으로 오게 된다. 그 곳에서 과거의 화려했던 신분을 가슴 속 깊은 곳에 접어둔 채 억척같이 살아가지만 낯선 체제에서의 낯선 고난이 그를 괴롭힌다. 몸도 마음도 지쳐 쓰러져가던 그를 붙잡은 것은 남한 처녀 경주. 선호는 그렇게 경주로 인해 다시금 힘을 얻게 되고 사랑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탈북자 적응교육시설인 하나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한적한 산골 속 하나원을 찾은 선호 앞에 나타난 것은 옛 연인 연화. 미래를 약속한 정인(情人)을 찾아 가족도 버리고 목숨 걸고 남한으로 온 연화와 지금의 아내 경주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던 선호는 결국 경주를 선택한다. 연화는 그의 뜻을 받아들이고 선호의 곁을 떠나지만 뒤늦게 그녀의 존재이유를 깨닫게 된 선호는 연화의 텅 빈 자취집에서 끝내 견디지 못할 인생의 무게 앞에 무릎을 꿇고 만다.
당과 수령만이 유일한 지배적 존재로 군림하고 있는 북한의 허상(虛像)과 체제의 직접적 피해자인 탈북자들의 삶과 고통을 이 영화는 선호와 연화의 엇갈린 사랑이라는 드라마틱한 영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북한에 대해 현실적이어서일까.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6년 개봉한 이 영화는 높은 대중성에도 불구하고 당시 한국 사회의 성향을 반영하듯 흥행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미 앞서 개봉된 몇몇 친북적 영화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친북정책이 맞물려 불러일으킨 시너지(Synergy)효과를 이 영화 하나만으로 극복하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이라면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확고한 대북관을 기초로 대(對)국민 각성에 심혈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북한의 현실이 정확히 반영된 영화가 접목된다면 이는 새로운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다. 문화가 정치의 촉매제가 되어 ‘북한민주화(化)’와 ‘자유(自由)통일’을 이 시대의 새로운 범사회적 유행의 키워드로 자리 잡게 할 것이다.
이것이 ‘레드 르네상스(Red Renaissance)’에 점령당해가는 우리 사회에 이러한 류(流)의 영화, 이러한 류의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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