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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우(元杜尤)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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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은총의 땅이 될 것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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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G.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 한국명 원두우(元杜尤).
1859년 7월 1일 영국 런던에서 출생한 언더우드 선교사는 한반도 근대사와 호흡을 같이한 인물이다. 1881년 뉴욕대학교를 졸업하고 1883년 장로교 목사 안수를 받은 그는 1884년 7월 28일 미국 장로교 선교본부에 의해 극동(極東)의 작은 나라 조선에 파견되었다.
당시 조선사회는 김옥균 등 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甲申政變)으로 인해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이에 잠시 일본에 머물면서 조선인이자 마가복음 번역자인 이수정으로부터 한국어를 배운 그는 부활주일인 1885년 4월 5일 인천항에 발을 딛고 비로소 한반도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조선의 근대화를 위한 그의 노력은 실로 헌신적이었다. 단순히 선교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정치적, 교육적, 문화적 발전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5월 종영된 SBS드라마 ‘제중원(廣惠院)’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알렌 선교사와도 친분이 깊었던 그는 제중원에서 물리 및 화학 담당교사로 활동을 시작해 1890년 한영(韓英)사전과 영한(英韓)사전을 출판하고 1915년 3월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설립했다. 선교라는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해 1887년 새문안교회의 전신인 정동교회와 1900년 한국YMCA를 설립했으며 한양(서울)을 떠나 북한 지역으로 3차례나 전도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는 이방인으로서의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조선의 주권과 독립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일제(日帝)의 시해 위협 앞에 놓인 고종을 보호하기 위해 불침번을 서면서 호위하는가 하면 고종의 밀지를 친러(親露)·친미(親美) 성향의 정동파(貞洞派) 정객들에게 전달하는 밀사 임무도 기꺼이 맡았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에는 고종을 경복궁에서 탈출시키기 위한 ‘춘생문 사건’의 핵심인물을 자처했으며 때문에 그는 일제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혀 1910년 데라우치(寺內正毅) 총독 암살미수 사건인 ‘105인 사건’에 연루되는 고통을 당하기도 했다.
이렇듯 자신의 일생을 이 땅에 바쳤던 언더우드 선교사도 처음에는 좌절했던 때가 있었다. 조선인에 대한 그의 첫 인상은 ‘왜 묶여 있는지도, 그것이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1884년 그의 기도에는 당시 조선의 실상과 그가 느꼈던 심정이 담겨 있다.
<오 주여,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여!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 메마르고 가난한 땅, 나무 한 그루 시원하게 자라 오르지 못하고 있는 이 땅에 저희들을 옮겨와 앉히셨습니다.
그 넓고 넓은 태평양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 사실이 기적입니다.
주께서 붙잡아 뚝 떨어뜨려 놓으신 듯한 이 곳.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는 것은 고집스럽게 얼룩진 어둠뿐입니다.
어둠과 가난과 인습(因襲)에 묶여 있는 조선 사람들뿐입니다.
그들은 왜 묶여 있는지도, 그것이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고통을 고통인 줄 모르는 자에게 고통을 벗겨 주겠다고 하면 의심부터 내고 화부터 냅니다.
조선 남자들의 속셈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이 나라 조정의 내심도 보이지 않습니다.
조선의 마음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해야 할 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님, 순종하겠습니다!
겸손하게 순종할 때 주께서 일을 시작하시고 그 하시는 일을 우리들의 영적인 눈이 볼 수 있는 날이 있을 줄 믿나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고 하신 말씀을 따라 조선의 믿음의 앞날을 볼 수 있게 될 것을 믿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황무지 위에 맨손으로 서 있는 것 같사오나
지금은 우리가 서양귀신, 양귀자(洋鬼子)라고 손가락질 받고 있사오나
저희들이 우리 영혼과 하나인 것을 깨닫고 하늘나라의 한 백성, 한 자녀임을 알고 눈물로 기뻐할 날이 있음을 믿나이다.
지금은 예배드릴 예배당도 없고, 학교도 없고 그저 경계와 의심과 멸시와 천대함이 가득한 곳이지만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
주여, 오직 제 믿음을 붙잡아주소서>
그런데 언더우드 선교사의 기도문에서 우리는 오늘날의 북한을 엿볼 수 있다.
기나긴 의심과 경계 속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채 어둠과 가난과 인습에 사로잡혀 자신이 왜 묶여 있는지도, 그것이 고통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는 북한 사람들. 오늘날의 <조선>은 과거 <조선>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더우드 선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서양 귀신이라 비난받아도, 고통을 고통인 줄 모르는 조선인들의 고통을 벗겨주려다 화(禍)를 당해도 그는 그 땅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했기에 학교를 세워 사람들을 일깨우고, 머나먼 북녘으로 전도여행을 떠나고, 목숨 걸고 일제의 불의(不義)에 맞선 것이었다.
언더우드 선교사의 노력은 비록 일제의 한반도강점으로 인해 잠시 빛을 잃는 듯 했지만 결국 결실을 맺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탄생시켜 대한 독립의 기틀이 되었으며 오늘날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를 유치할 정도로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선 위대한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었다.
작금의 북한도 언더우드 선교사의 정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수십 수백 명의 언더우드가 한반도 남녘에서 탄생한다면 북한은 필연코 깨어날 것이다. 민주화를 이룩하고 발전의 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남북통일의 수혜자가 아닌 한 축을 떠받드는 기둥이 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25년 전 한반도를 일깨웠던 벽안(碧眼)의 조선의 혼(魂)이 오늘날의 우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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