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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가리, 또 갈가리 찢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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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개의 퍼즐조각을 이어 맞출 자신이 있다면 대륙이여, 영원히 침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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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특히 조선족 교포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의 납치살해 행각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크게 부각되면서 국제사회의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당사국인 중국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어 정부(government)로서의 자격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
납치살해 실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낸해 11월. 당시 조선일보는 지난 10여년 간 탈북자를 도운 조선족 등 200여명이 북한에 납치되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공안당국의 자료를 근거로 납치자 규모를 이 같이 추산하며 하지만 베이징(北京)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후로도 중국 정부의 무관심은 계속되었다. 지난달 초 북한 경비대가 중국인 밀수업자들에게 총격을 가해 사살한 사건이 발생해도, 같은 달 26일 NK지식인연대(대표 김흥광)에 의해 중국인 6명이 현지에서 보위부에 납치되어 2명이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이 공개되어도, 최근 본 기자에 의해 입북(入北)한 조선족 주민이 억류 이후 살해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도 베이징은 요지부동이다.
밀수업자 사살 사건이 국제사회에 확산되자 지난달 8일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북한에 즉시 엄중히 항의했으며 유관당국이 적절한 시기에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뒤 같은 날 봉황TV 보도국장 논평 형식을 빌려 잠깐 비난했다가 불과 며칠 뒤 신화통신 보도에서 “북한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고 마무리한 것이 전부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공개 중인 주요 고위층의 행적을 살펴봐도 그들이 자국민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밀수업자 사살 사건이 발생한 시기인 지난달 3~4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인민해방군 내무조령’ ‘인민해방군 규율조령’ ‘인민해방군 대열조령’ 발표 및 실시에 대한 서명만을 했으며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탄 슈웨 미얀마 국가평화발전평의회 의장과 테인 세인 총리 접견일정만을 소화했다.
사건이 최초 보도된 같은달 6일에도 허궈창(賀國強), 리창춘(李長春)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각각 이탈리아 방문일정을 시작하고 하얼빈(哈爾濱)공업대학을 방문했을 뿐 후 주석과 원 총리는 아무런 일정을 갖지 않았다.
이후에도 줄곧 후 주석 등은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중국인 6명이 북한에 납치되어 2명이 사망한 사건이 공개된 지난달 26일과 입북한 조선족 주민의 피살 사건이 보도된 최근에도 이들은 북한에 대한 비판 또는 사건발생 지역 방문과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한의 범죄행각이 발생한 지역은 랴오닝성(遼寧省)과 지린성(吉林省) 등 모두 동북3성, 즉 조선족 밀집지역이다. 2000년 중국 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는 초기의 50%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자치주’라는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여전히 전체인구의 30%에 달하는 80만명의 조선족 교포가 거주하고 있다. 사건의 피해자 또한 대부분 조선족이다.
때문일까. 자연재해인 지진보다 인재(人災)인 납치살해 범죄가 분명 더욱 엄중히 접근해야 할 문제이건만 전체인구의 90% 이상이 한족(漢族)인 쓰촨성(四川省)에서 2008년 발생한 대지진 당시 원 총리가 현장으로 달려가 생존자 구조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작업에 투입된 인민해방군에 “인민이 너희를 길렀다.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일갈(一喝)하던 그 모습은 조선족 납치살해 사태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1세기 오늘날 세계 모든 선진국가들은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추구하며 그러할 의무를 진다. 반세기 전 전쟁터에서 전사한 장병들의 유해(遺骸)를 찾아 조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지금까지도 발굴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중국 또한 1982년 제정된 중화인민공화국 신(新)헌법 제4조에서 “중국 내 각 민족은 일률적으로 평등하다”며 “국가는 각 소수민족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까지 부상한 중국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란 아직 멀게만 보인다. 아니, 선진국은 고사하고 과거의 영광을 잃고 여러 독립국가로 갈가리 찢긴 소련의 전철을 필연코 답습할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독일의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Max Weber)에 의해 정의되었듯 국가는 일정 영토 내에서 물리력을 단독으로, 그리고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상황 발현에 성공한 인간의 무리이다. 즉 국민이 없다면 국가도 없으며 국민이 분열된다면 국가 또한 분열된다.
지금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국가 분열이다. 2008년 티베트 유혈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대륙 전역에서 현재 소수민족 독립운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선족 납치살해 사태에 대한 침묵은 중국 정부에 있어서 한 덩이 혹을 더 다는 격이 될 것이다. 지금 이대로만 간다면 “중화인민공화국의 일체권력은 인민에 속한다”는 헌법 제2조에서의 ‘인민’의 범위를 한족으로만 국한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13억 개의 퍼즐 조각을 해체시키기는 쉽지만 다시 이어맞추기란 어렵다. 중국 지도층은 공관을 비워두고 초등학교로 돌아가 퍼즐 조각 게임의 어려움이 갖는 교훈부터 다시 배워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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