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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는 북한' 입북한 前 中법조인 구금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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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소식통 "中법의관 부검 결과 살해사실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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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 간 탈북자와 연관된 조선족 등 중국인 200여명이 북한에 납치되어 연락이 두절된 사실이 작년 11월 조선일보 보도에 의해 드러난 가운데 이들이 납치 이후 살해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이 최근 입수되었다.
중국 훈춘(琿春) 소식통은 최근 “5월 초 김정일 방중(訪中) 무렵 길림(吉林)성 용정(龍井)시 삼합진(三合鎭)과 함경북도 회령시를 거쳐 입북한 조선족 김기수(40대 중후반)씨가 회령 세관에 억류되어 연락이 두절되었다가 시신이 되어 돌아온 사건이 발생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소식통은 당시 정황에 대해 “일행 3명과 함께 입북한 김 씨가 여권 검사 등을 마치고 승차하려는 순간 세관에서 김 씨만을 따로 불렀다”며 “일행은 여권 상 문제로 치부하고 이틀 후 귀국했으나 김 씨가 아직 귀국하지 않았다는 김 씨 가족의 호소를 듣고서야 자국 세관과 변방대에 김 씨의 북한 구금 사실을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구금 여부를 추궁당한 북한은 당초 김 씨의 입국 자체를 부인하다가 이튿날 아침 송환하겠다고 입장을 바꾸었다”며 “하지만 막상 당일 아침이 되자 김 씨가 자살했다고 주장하며 시신을 가져갈 것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씨 가족과 지인들은 북한의 주장을 일축하며 크게 반발했으며 사건의 여파가 크게 확산되자 중국 당국은 북한에 합동부검을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법의관 파견을 위한 수속 절차가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됨을 구실로 이를 거부했다.
여러 경로로 이번 사건의 진위여부 확인 작업을 거쳤음을 밝힌 소식통은 시신의 상태에 대해 김 씨의 지인들을 인용해 “안면 골격이 골절되는 등 구타당하고 고문당한 흔적 투성이”라며 “중국 법의관 측은 이미 김 씨가 고문으로 인해 숨이 끊어진 상태에서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져 자살로 위장된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김 씨의 구금 원인에 대해 나선시 등 북한 방문이 잦은 무역상들을 인용해 “아마도 그가 한국 단체 또는 탈북자들의 심부름을 하다 걸린 것 같다”며 “요즘 그런 심부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보위부가 경고 차원에서 살해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작년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지난 10여년간 북한에 납치된 200여명의 중국인들도 김 씨와 거의 유사한 형태로 실종되었다.
2008년 4월 두만강 인근에서 보위부에 납치된 조선족 이기천 씨의 석방을 중국이 요구하자 당시에도 북한은 납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신문은 “중국이 북한에 항의하는 경우가 있지만 북한은 ‘모른다’고 잡아떼기 일쑤”라며 이러한 사례가 빈번함을 지적했다. 북한이 김 씨의 사망을 은폐하기 위해 당초 그의 구금 사실을 부인했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200여명의 중국인 납치자들도 대부분 김 씨와 마찬가지로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었다.
하지만 과거의 납치자들과는 현격히 다른 김 씨의 신분이 중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의 범죄 실체를 드러나게 했다. 소식통은 “김 씨는 한 때 훈춘시 인민법원에 근무했을 정도로 현지에서 지명도가 높고 인맥이 넓은 인물이었다”며 “때문에 현지 여론이 북한에 대한 비난으로 거세게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 소식을 접한 훈춘 시민들은 “정당한 사법절차에 따르지 않고 심사기관에서 사람을 고문한 뒤 때려죽이는가” “김 씨가 비록 조선족이지만 국적은 중국인데 왜 조선사람(북한주민) 취급하듯이 함부로 다루는가” 등 격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회령시에 대한 투자 목적으로 김 씨와 함께 입북했던 두 명의 한족(漢族) 주민이 사건 이후 투자를 전면 취소하는 등 민간 차원의 대북투자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획득해 동해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훈춘시는 중국의 동북3성 개발 계획인 ‘창지투(長吉圖) 개방 선도구 개발 프로젝트’의 대외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훈춘 시민들은 이러한 북한의 범죄행각이 베이징(北京)에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내고 있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또 다른 소식통은 “중국은 영토도 넓고 사건도 많기에 이러한 유형의 사건에 대한 보고가 중앙정부에까지 잘 전달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때문에 아직도 많은 중국인들이 김정일을 두고 어려운 경제 속에서도 세금 없이 주민들에게 무료교육, 무상치료 등을 제공하는 인물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초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에서 발생한 북한 경비대의 중국인 사살 사건 소식이 베이징에까지 흘러들자 김정일이 마지못해 사과한 점을 들며 “하다못해 한국 언론매체를 통해서라도 공개되면 인터넷을 통해 중국 내부에 퍼져 중앙정부를 움직일 것이라는 것이 현지 여론”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의 범죄행각이 쉽사리 근절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소식통은 “실적에 혈안이 된 보위부가 조선족들을 한국 국정원 혹은 기독교 단체와 연관 지어 끊임없이 의심하고 있다”며 “현재도 양강도 혜산 보위부가 장백(長白)현 12도구 신흥촌에 거주하는 조선족 기독교 신자 리모 씨 납치를 획책 중”이라고 지적했다.
외관상 혈맹(血盟)관계인 북한과 중국 간의 물리적 충돌은 의외로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최근 외신 보도에 의하면 지난달 30일 양강도 김형직군 인근에서 두 명의 밀수꾼을 대동하고 압록강을 건너던 북한 경비대와 중국 국경수비대 간 총격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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