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ㆍ군 합동조사단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지난달 20일 발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두 달에 걸친 조사기간 동안 합동조사단의 공식적인 대외 창구 역할을 맡았던 합조단 대변인 문병옥 해군준장을 1일 만나 조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어 봤다. 편집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실험 결과라도 내놓고 주장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무런 근거 자료도 없는 상식 밖의 주장을 계속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1일 국방부 신청사에서 만난 문병옥 합동조사단 대변인은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사회 일부에서 근거 없는 의혹을 계속 거론하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 대변인은 “합동조사단이 어뢰 잔해 실물이라는 결정적 자료까지 제시했는데도 일부 인사들이 황당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미 합리적인 의심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며 “일부 의혹 제기는 무언가 의도성이 있는 행동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하는 문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어뢰가 폭발하면 매직이 지워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상식 밖의 주장입니다. 어뢰가 터진 것은 공기 중이 아니라 섭씨 3도의 바닷물 속이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의혹 제기입니다. 글씨가 적힌 부분은 어뢰의 추진체 부분인데 이 부분은 원래 물이 들어가는 부위일 뿐만 아니라 폭발과 함께 이미 뒤로 강하게 밀려나면서 분리돼 어뢰 탄두부의 열이 제대로 전달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버블 소멸 때까지 경과시간은 불과 1.1초에 불과합니다. 결국 이 짧은 시간에 어뢰 폭발 후 주변 바닷물이 끓어올라야 열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종이를 물에 적시면 바로 불이 붙지 않듯이 당시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지역의 수심과 폭이 있으므로 이런 많은 바닷물이 끓는 점까지 90~100여 도를 올리려면 천문학적인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더구나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온도가 300도나 1000도까지 올라가면 매직 글씨가 완전히 지워진다’고 주장했지만 과연 바닷물이 300도나 1000도까지 올라가는 것이 가능합니까. 일반적인 물은 100도에서 끓어 기화가 시작되고, 바닷물은 그보다 약간 높은 온도에서 끓지만, 300도ㆍ1000도까지 올라간다는 것이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구체적 증거도 없이 말로만 주장하고 있습니다.”
　

　-`1번'이라는 글자와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됐다.

　“1번 글자 주변이 너무 깨끗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글자는 은색의 부식 방지 페인트에 적힌 것입니다. 페인트 위에 적혀 있어 글씨가 적힌 부분 자체는 부식될 수 없습니다. 페인트가 벗겨진 부분이나 페인트 아래는 부식될 수 있겠지만 페인트 자체는 부식될 수 없죠. 그래서 깨끗해 보이는 겁니다. 북한에서도 1번이라는 글자를 쓴다는 점은 이미 확인됐습니다. 북한의 조선어대사전에도 나오는 말인데, 1번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짓입니다. 북한은 어뢰에는 기계로만 번호를 새긴다고 주장했지만, 조립이나 정비과정에서 부품에 수기로 적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세계 공통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조사단은 ‘1번’ 외에도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건져 올린 어뢰 잔해와 북한 무기 수출 홍보용 소책자의 어뢰 도면의 형상이 일치한다는 사실, 그리고 어뢰 잔해와 천안함에서 발견한 흰색 알루미늄 산화물의 성분이 일치한다는 사실, 이 두 가지는 어떤 경우에도 부인할 수 없는 강력하고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설사 ‘1번’이 없었다고 가정해도 이미 우리 조사단은 천안함 사태가 북한 소행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것입니다. ‘1번’이라는 글씨는 이미 확보한 명백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보강하는 추가 증거에 불과한 것이죠.”


　-알루미늄 산화물이 둘 다 비결정체였다는 조사결과의 의미는?

　“미국에서 이미 1947년에 발행한 책에서 어뢰 내부 화약에 알루미늄 파우더를 넣으면 폭발 위력이 1.4배 커진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전 기술이므로 세계 각국 어뢰에는 모두 알루미늄 파우더가 들어가 있고, 북한 어뢰도 당연히 알루미늄 파우더를 넣었습니다. 이 알루미늄 파우더가 폭발과 함께 급격하게 산화되는데, 바닷물의 온도가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급격하게 식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 생기는 알루미늄 산화물 안에는 결정체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번에 어뢰 잔해물과 천안함 선체에서 발견된 흰색 알루미늄 산화물을 분광검사와 X선 굴절 검사로 정밀 분석한 결과, 결정질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어뢰 잔해물과 천안함 선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것입니다. 당연히 쌍끌이 어선이 건져 올린 어뢰 잔해물이 천안함을 피격한 바로 그 어뢰임을 확인시켜 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좌초설을 끈질기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의혹 제기가 모조리 근거 없는 주장이지만 가장 황당한 주장 중 하나가 좌초설입니다. 어떤 사람은 천안함이 좌초됐다고 강변하면서 함정이 후진하기 위해 스크루가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면서 휘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30년 전 경험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천안함을 포함한 요즘 해군 함정들은 가변 피치 프로펠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후진할 때도 스크루가 반대방향으로 회전하지 않습니다. 가변 피치 프로펠러는 회전방향을 바꾸지 않고도 전진·후진·저속이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이처럼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현재 천안함의 장비 구조도 정확하게 모르면서 수십 년 전 경험으로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왜 저렇게 좌초설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을 할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가끔은 대학생이 유치원생과 대화하는 듯한 막막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지나치게 억지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무엇보다 좌초설이 의미가 없는 것이, 이미 기자들에게도 공개된 천안함 선체 상태를 보면 좌초라는 이야기를 더 이상 언급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소나 돔도 멀쩡할 뿐만 아니라 길게 찢어진 좌초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외신 중에 한 곳에서 소나 돔 뒷부분에 아주 작은 흠집이 난 것을 지적하던데 뒷부분에 생긴 흠집이므로 기동 중에 생긴 흔적이 아니라 인양 체인 때문에 생긴 흠집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좌초라면 진도 1.5급의 지진파가 4개소에서 감지되고, TNT 260㎏ 내외로 추정할 수 있는 공중음파가 측정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또 좌초설을 주장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단 한 차례 합동조사단의 토론회에만 참석했을 뿐 그 이후 회의나 조사 활동에 참가하지 않고 개인 차원의 주장만 계속해 왔습니다. 본인 스스로 합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조사위원 대신 자문위원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토론회에도 참석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 이제 와서 ` 쫓겨났다'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합조단 조사위원들의 고생이 심했다고 들었다.

　“저는 서울에 있었지만 평택 현장에서 합숙한 조사위원들은 정말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같은 노력 끝에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이끌어 내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낸 데 대해 조사단 위원들이 모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조사단 활동이 종료될 때까지 국민들이 군을 신뢰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글=김병륜 ·사진=김태형  lyuen@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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