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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의 대학 시간강사(여)가 딸과 함께 한 작별 여행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사건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군(群)이 무엇인가를 새삼 가슴 저리게 실감케 했다. 전체 대학들이 교수진의 51%를 시간강사로 때우는 현실, 한 달 월급 수준이 바닥을 기는 30~40대 박사학위 소지자이자 한 가정의 엄마 아빠인 시간강사들의 정신적 현실적 고통, 인건비 절약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재단측의 나름대로의 말, 인건비를 올리려면 등록금도 올려야 한다는 경제의 객관적인 메커니즘, 그리고 이런 모든 요인들이 얽히고 섥혀서 발생 시키는 우리 사회 문제군(群)의 해결 난망(難望)성(law of impossibility)-.
이래서 우리 사회에는 불만자들, 억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누구인가가 나를 의도적으로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회구조와 운영방법이 영 잘못 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래서 ‘나를 학대하는’ 그런 사회구조와 그런 지배 엘리트를 저주하고 증오하는 사람들이 선동가들의 ‘촛불’만 밝혀졌다 하면 언제라도 기꺼이 폭발할 준비가 돼 있는 현실이 우리네 사회인 것 같다. 노무현은 그런 분위기를 십분 활용해 대통령이 되었고, 지금도 그런 그는 적잖은 순례객들을 봉하 마을 그의 묘소로 잡아당기고 있다.
이런 문제군(群)에 대해 “나는 완벽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정말로 그럴 것 같으면 인류의 정치경제사가 아예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비교적 괜찮은 차선(次善)의 대처방법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해결책이라고 자처하기에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자인하고서 어떤 방책을 내놓는 편이 한결 정직한 자세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선 전체주의보다 자유민주주의 쪽이 훨씬 상대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역사적 실험과 검증으로 확인 되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불완전한 것이지만 그에 대한 나치스의 대안, 볼세비키의 대안, 무정부주의의 대안, 페로니즘의 대안, 미얀마 군사독재의 쇄국주의적 대안, 모택동의 대안, 폴 포트의 대안, 김정일의 대안...들은 모두 다 참담한 ‘보다 나쁜 대안’으로 귀착했다.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가 대처방안을 내놓겠다”고 하는 사람들, 모두가 다 이 기본적인 전제(前提)를 항상 상기하면서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류근일 2010/5/26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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