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9시 45분경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우리 해군의 1,200톤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승조원 104명 중 58명이 구조되고 나머지는 실종되는 참극이 발생했다. 군 당국은 침몰 원인에 대해 북한 공격, 자체 결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상정하고 조사 중이지만 격침인지 침몰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단순 사고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정황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건발생 직전 현장 인근의 속초함이 레이더 상 감지된 미확인 물체에 대해 경고 사격을 가했으며, 발생 직후 백령도 북쪽 북방한계선(NLL)으로 북한 공군기 1개 편대가 접근한 것이다.

구조된 천안함 생존 장교도 “선내 폭발과 암초와의 충돌은 절대 아니다”고 밝혔으며, 사고 이후 네 번째로 소집된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도 기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크다는 잠정결론이 내려졌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격침이라는 결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군 장성 출신의 안병구 대우조선해양 특수선영업담당 상무는 29일 “내부 폭발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정황적으로 기뢰, 기술적으로 어뢰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요원 출신의 장진성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해군사령부 소속 해상육전대 자폭해병부대인 ‘인간어뢰 부대’에 의한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도 밝혔다.

어뢰이든, 기뢰든, 인간어뢰이든 북한군이 우리 해군에 탐지되지 않고 NLL로 접근해 살포하고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수중에서 이동하는 잠수함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기자는 작년 2월 5일자 ‘西海충돌, 바다 밑을 경계하라!’ 제하 분석기사에서 잠수함 또는 잠수정을 동원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를 심층취재한 바 있다.

북한은 현재 배수량 약 1,700톤의 구소련제 로미오(Romeo)급 잠수함 22척을 주축으로 약 300톤의 상어급 잠수함 등 모두 60여 척의 잠수함 및 잠수정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서해에서는 서해함대사령부가 소재한 평안남도 남포항에 제11잠수함 전단을 주둔시키고 있다.

기자가 파악한 바로는 남포항과 NLL 사이의 최단거리는 대략 130km로서, 로미오급 잠수함의 속도가 수중에서 최고 13노트(약 23km/h)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5~6시간 만에 은밀하게 NLL에 도달할 수 있다. 로미오급은 533mm(21인치) 어뢰관 8개와 18개의 어뢰 또는 36개의 AMD-1000 기뢰로 무장한다.

서해가 수심이 낮아 잠수함의 작전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소형 잠수함이 동원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99년 1차 연평해전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 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는 29일 “선체가 두 동강났다는 것은 어뢰에 의한 공격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며 “수심 30m 정도에서도 활동 가능한 소형 잠수함에 의한 직접적 공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북한은 현재 90톤급의 유고급 소형잠수함을 약 20척 운용 중에 있다.

비록 잠수함의 이동 경로를 한미 양 국 정보당국이 위성과 항공감시를 통해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하더라도 북한이 위장전술을 구사한다면 추적이 어려워진다.
 
익명의 북한군 고위 간부 출신 탈북자는 2003년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전자전(電子戰)에 대비해 병기를 지하 벙커에 두고 지상에는 모형 전투기 등을 배치하는 등 위장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과거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직후 성명 발표 등 즉각 반응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이번 천안함 사건에 대한 무반응을 근거로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NLL 이남에서 발생한 천안함 사건과 마찬가지로 남한 영토 내로 공격을 감행해 6명의 국민을 살해한 작년 황강댐 수공(水攻) 당시에도 39일 만에 반응을 나타냈다.

북한은 2008년 이래로 군부(軍部)를 앞세워 ‘무자비한 보복’ ‘거족적 성전(聖戰,)’ 등 미처 손가락으로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협박과 경고를 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에서 정부가 북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했다면 국민적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사실을 입증할 물증이 확보될 경우 정부는 수십 명의 실종자 및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한편 필요하다면 무력을 동원한 응징도 검토해야 한다. 더 나아가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임을 유엔사령부에 통보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보리 소집을 요청함으로서 북한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

설사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설치되었다가 유실된 북한 기뢰에 의한 의도되지 않은 사고라 하더라도 1910년 1월 국제법으로 발효된 ‘자동촉발수뢰 부설에 관한 협약’에 의거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10년에 걸친 은혜를 헌신짝 버리듯 짓밟고 1~3차 서해해전, 금강산 관광객 살해, 황강댐 수공 등 갖은 만행들을 저지른 북한정권은 상식도 대화도 통하지 않는 명백한 ‘양아치 집단’이다.
 
죗값을 치르지 않은 범죄자를 석방하면 그는 반드시 일죄재범(一罪再犯)을 저지른다. 폭력을 숭상하는 범죄자와는 오직 강력한 응징만이 대화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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